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해송 잘못 심어 해안침식 '부채질'…삼척 해변에 무슨 일이

입력 2024-05-31 20:09 수정 2024-06-03 14:24

맹방해변 해송 묘목 절반가량 고사 위기
"사구식물 제거로 해안침식 가속화 우려"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맹방해변 해송 묘목 절반가량 고사 위기
"사구식물 제거로 해안침식 가속화 우려"

[앵커]

강원도 삼척시가 동해안 일대 해안침식을 막는다며 해송 770여 그루를 심었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근거로 자리를 잡는 바람에 대부분 말라 죽어 가고 있고, 그나마도 침식을 막는 게 아니라 되레 앞당기고 있다고 합니다.

이한주 기자입니다.

[기자]

강원도 삼척 맹방해변입니다.

바다 바로 앞에 어린나무 군락이 보입니다.

해송입니다.

그런데 이 나무들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절반 가까이 말라 죽기 직전입니다.

[인근 주민 : 투자를 엄청 하신 거 같아요. {주민으로 보시기에 자랄 수 있다?} 반은 죽고…다 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강원도가 해안침식을 막겠다며 군락지를 조성했습니다.

2,600만 원을 들여 백사장에 해송 770여 그루를 심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이렇게 말라죽고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나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입을 모읍니다.

[김종원/전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 : 그 서식처에 이 식물 심는 곳이 아닌데 심으면 백발백중, 좋게 말하면 임상시험 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예산 낭비인 거고…]

이 뿐만이 아닙니다.

침식을 막겠다고 했지만 되레 침식을 앞당긴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해송을 심는다며 모래를 잡아주는 사구식물을 모두 뽑아냈기 때문입니다.

[최광희/가톨릭관동대 지리교육과 교수 : 모래가 쌓일 수 있었던 이유는 여기 보시면 사구 식물들이 있는데 이 사구 식물들은 키가 작아요. (해송은) 바람을 막아서 안으로 모래가 들어오지 못하고, 제 생각에는 지금이라도 다 베어버리거나 뽑아버리는 게 (맞습니다.)]

강원도는 타당성 평가를 거친 만큼 문제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타당성 평가 근거 자료가 맹방해변과 환경이 전혀 다른 곳에서 가져온 것이었습니다.

해송의 생육 적합도를 조사하면서 해변이 없는 태백시 기상자료를 가져다 쓴 겁니다.

[강원도 관계자 : 용역사 측 말로는 이게 자료가 삼척시 자료가 없어서 가장 인근이 태백이다 보니까 태백시 자료로 작성을 했다…]

전문가들은 조사 여부와 별개로 해안가 생태시스템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최광희/가톨릭관동대 지리교육과 교수 : 해안 식생에 대해서 이해가 있는 분들은 절대 저렇게 안 하실 거예요. 해안 시스템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걸 작성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고요.]

자연을 지키기 위해 시작했지만 오히려 나무만 말라 죽고 있는 해송 심기.

탁상행정 대신 해안 생태계 보호를 위한 꼼꼼하고 장기적인 계획마련이 필요합니다.

[작가 유승민 / VJ 박태용 / 취재지원 박찬영]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