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인터뷰] '더에이트쇼' 이열음 "4층 순수함 살리려 노력했죠"

입력 2024-05-29 16:37 수정 2024-05-29 16:47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이열음, 나무엑터스 제공

이열음, 나무엑터스 제공

배우 이열음(28, 본명 이현정)이 데뷔 11년 만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트 쇼(The 8 Show)'를 통해 첫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작품에 입성했다. 도저히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4층 역으로 활약했다.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17일 공개된 이 작품은 7위로 출발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공개 2주 차 넷플릭스 TV 비영어권 글로벌 정상을 차지했다.

이열음은 "첫 OTT이자 첫 넷플릭스 작품이라 너무 떨리고 긴장됐다. 열심히 한 만큼 재밌게 봐줬으면 좋겠다는 설렘과 떨림이 있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기뻤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첫 OTT 작품을 마쳤다.

"대화도 많이 할 수 있고 상의하면서 10개월 가까이 촬영했다. 한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종일 붙어있는 작품은 처음이라 재밌게 촬영한 것 같다."

-4층을 어떤 캐릭터로 해석하고 연기했나.

"이 쇼에 들어온 사람들이 돈에 대한 어려움이 많고 삶 자체가 힘든 상황일 때 쇼의 초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4층은 가족도 없이 혼자 케어하며 살아왔던 인물이다. 외롭지만 씩씩하게 살아왔던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 이 쇼에 들어왔을 때 '나만 잘 살만 돼' '나만 케어하면 돼'란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어우러져하기보다 혼자 알아서 살아가던 아이가 사람들과 함께할 때 적극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뭐든 열심히 하려고 하는 습성 때문에 피해를 많이 주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잘해보겠다고 스스로 다짐한다거나 강한 사람한테 붙어야 살아내겠다고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면서 짠했다."

-연기할 때 어떤 점에 집중해서 연기했나.

"겁이 많은 아이라서 엉뚱하면서도 순수함이 잘 담길 수 있도록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기 의견을 내면서도 늘 조심스러워하는 아이다. 말투 자체에 물음표를 포함해서 던진다. 짜증스럽게 말하지 않고 그 모습이 귀엽고 순수하게 보일 수 있도록 톤을 많이 조절했던 것 같다."

-세트장부터 압도적이었을 것 같다.

"대본 봤을 때 그려지지 않았던 모습까지 더욱 웅장하게 담겨 있더라. 스케일에 놀랐다. 그러면서도 놀이기구들이 있고 안전할 것 같은데 뭔가 모르게 무섭게 느껴지는 분위기가 신기했다."

이열음, 나무엑터스 제공

이열음, 나무엑터스 제공

-'더 에이트 쇼'에 나오는 사람들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사람들의 조합이었다. 인간의 욕망이 거침없이 나오더라.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인데 노골적으로 다 보이네 싶었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서로가 서로에게 이런 류의 사람이란 걸 직접적으로 다 보여주지 않지 않나. 노골적으로 보이는 신들을 보고 과연 이런 사람들이 하나의 공간에 있으면 어떤 모습일까, 인간적으로 너무 별로인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저마다 사람들의 상황과 배경, 환경을 알고 나면 이해가 되더라.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가족보다 더 오래 붙어있고 얘길 나누다 보니 새로운 가족이 생긴 느낌이었다. 한 공간에 갇혀 있다 보니 한계가 올 때가 있었는데 서로 의지가 됐다. 박해준 선배님이 말한 것처럼 형제, 자매가 된 것 같았다."

-실제 모습과 캐릭터의 갭이 가장 컸던 사람은.

"박정민 오빠가 제일 달랐다. 평상시엔 순박하고 유하고 착한데 7층은 좀 냉정하지 않나. 실제로 안경 쓴 모습에서 '다른 이미지가 있구나!' 느껴 놀랐다."

-반대로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가장 높았던 사람은.

"다들 연기를 찰떡 같이 잘해서 비슷한 부분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것 같은데 모두에게 공통점이 될 수 있는 성향을 가진 캐릭터는 류준열 오빠가 맡은 3층이라고 생각했다. 겉으로는 지질해 보일 수 있지만 속으로는 할 말 다하지 않나.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네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더 에이트 쇼'를 통해 배운 점이나 깨달은 점이 있다면.

"연기적으로 캐릭터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나와의 공통점 이런 거와 비교할 게 아니라 이 사람에 대한 이해를 하는데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작품에 들어갔다. 많은 분들과 같이 촬영을 하다 보니 작품에 대한 고민을 하며 새로워지는 부분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 현장에 왔을 때 달라지는 것들이 많고 이해했던 감정이 달라지기 때문에 오히려 내가 생각한 대로만 준비해서 그걸 해내야겠다는 긴장감보다 현장에 가서 이 친구를 이해하고 상황을 이해하며 즐길 줄 아는 게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요즘 관심사는.

"연기가 제일 많다. '더 에이트 쇼'가 공개되고 나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들을 보며 다음 작품에선 어떤 식으로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다음 작품은 어떤 작품이 될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엄마(배우 윤영주)의 피드백은 없었나.

"어릴 때부터 엄마한테 좋은 배우로 인정받고 싶었다. 연기적으로 엄마가 봐주는 부분도 있지만 배우로 봐주고 내가 잘하고 있다고 안심하길 바랐는데 어느 순간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 기준이 더 중요해지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러면서 연기하는 게 더 즐겁고 편해졌다. 최근에 엄마가 '재밌게 봤다'라면서 '네가 얼마나 노력하고 살아왔는지 알겠다. 4층이 '아자아자 파이팅!'이라고 다짐하는 모습에서 네가 어릴 때 활동하며 그런 마음이었다는 걸 느껴 슬펐다'라고 하더라. 그 얘길 들었을 땐 '고맙다. 다행이다'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뭔가 모르게 울컥하게 된다."

-올해로 데뷔 12년 차를 맞았다.

"참 고군분투하며 잘 살아왔다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 더 그렇게 해야겠지만 아무것도 모를 때도 잘 견뎌왔고 견뎌내야 했다. 스스로에게 '나를 점점 찾아가고 있구나!'란 말을 해주고 싶다. '더 에이트 쇼'는 나 자신에게 기운을 내라고 말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지난 시간들 속 원하는 만큼 되지 않아 힘든 시간들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런 시간들이 많았던 것 같고 최근에 '더 에이트 쇼' 나오기 전에도 뭔가 스스로 기운 내려고 하는데 부딪치고 그랬다. 어릴 때는 거울 보며 '현정아! 할 수 있다!' 세 번 외치고 했던 게 기억이 난다. 지치는 걸 파고드는 게 좋은 줄 알고 우울하게 파고든 적도 많았다. 지쳐버리니까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를 보면서도 계속 밝게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배우란 직업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어떤 일을 해도 힘든 순간은 찾아온다고 생각하는데 좋아하기 때문에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60회 백상예술대상 이순재 선생님의 특별 무대를 봤다. '배우에게 연기란 생명력이다'라고 하셨는데 그 말에 너무 공감했다. 연기를 하고 싶어서 버티는 기간이 힘들지만 그 연기를 하고 싶기 때문에 버티는 게 즐겁게 느껴지는 것 같다. 좋아하는 직업이라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남은 20대를 어떻게 채워가고 싶나.

"좀 더 많은 작품을 하면서 20대가 끝날 때까지 나에 대해 더 많이 알아보고 싶다. 그동안 작품을 통해 알 수 있었던 부분이나 다른 모습을 통해 스스로 알고 싶기도 했다. 작품을 많이 하며 좋은 연기로 채우고 싶다. 그간은 '좋은 연기란 뭘까?'란 고민보다 '오늘 촬영도 잘 해내야지!' 정도였는데 이젠 달라지고 싶다."
이열음, 나무엑터스 제공

이열음, 나무엑터스 제공


-꿈꾸고 있는 30대 모습이 있다면.

"연기적으로는 기대가 많이 된다. 배우로서는 '말할 게 없는 배우'가 되어 있고 싶고, 사람 이현정으로서는 가족이 더 생길 수 있지 않나. 떳떳하고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어른이자 좋은 선배가 되어 있고 싶다. '더 에이트 쇼'를 포함해 다른 작품에서 만난 선배님들처럼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나 장르가 있나.

"지금 했던 것과 다른 것에 도전하고 싶다. 극과 극을 보여주는 캐릭터를 하면 재밌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희열도 있을 것 같다. 연기에 대한 재미를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은 것 같다."

-쉴 때 주로 무엇을 하나.

"PT를 받고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거나 드라마, 영화를 많이 본다. 고등학교 때 데뷔를 해서 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화면에 나올 때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음을 인지하며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았는데 지금은 건강하게 적당히 맛있게 먹으면 괜찮은 것 같다. 체질이 아예 안 찌는 건 아닌데 먹는 만큼은 안 찌고 잘 안 보이는 곳에 살이 찌는 것 같다.(웃음)"

-개인적으로 배우고 싶은 게 있나.

"자전거를 못 탄다. 아빠가 제가 어렸을 때 바빠서 아직도 못 가르쳐 준 게 마음에 걸린다고 한다. 자전거나 전기 킥보드를 타면 어떨까 상상한다. 계속 연습해도 넘어지고 그래서 꼭 좀 배워보고 싶다."

-배우로서의 목표는.

"연기적으로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 어렸을 때부터 많았던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좋게 평가받을 때 행복을 대체할 수 있는 건 가족과의 행복 외에 없는 것 같다. 연기적으로 기대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