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프랑스 오픈하면 라파엘 나달이죠. '흙신'이라는 별명까지 선물 받았는데 올해는 너무 일찍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서른여덟의 나이, 이게 프랑스 오픈과는 마지막이 될까요?
홍지용 기자입니다.
[기자]
[나달 0:3 즈베레프/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1회전]
네트 앞에 뚝 떨어지는 공을 재빨리 막아내고 코트 뒤쪽으로 향하는 공을 영리하게 쳐서 상대가 받을 수 없는 곳에 떨어트립니다.
한 걸음 더 뛰고, 한 번 더 받아치는 나달의 테니스는 서른여덟의 나이에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라이벌 조코비치도, 나달을 우상으로 여기는 알카라스도 지켜본 경기, 그러나 마지막에 웃은 건 즈베레프였습니다.
프랑스 오픈에서 14번이나 정상에 선 나달이 첫 경기에서 탈락한 건 처음입니다.
즈베레프는 승자로서 누려야 할 인터뷰 기회를 패자인 나달에게 양보했습니다.
존중의 메시지였습니다.
[즈베레프/독일 (세계 4위) : 오늘은 저의 순간이 아니라, 라파엘 나달을 위한 순간입니다.]
'붉은 색 흙'의 코트로 잘 알려진 프랑스 오픈은 20년 간 나달을 위한 무대였습니다.
공이 바닥에 튀면 속도가 느려지는 클레이코트에서 공보다 빠른 발로, 부지런히 코트를 지키며 20년 간 승률 97%를 자랑했고, 그래서 '흙신'으로 불렸습니다.
프랑스 오픈에서 늘 승자의 위치에 있었지만 2년 전부터 부상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지난해 고관절 부상으로 1년 간 재활에만 전념했지만, 혹사했던 몸은 상처투성이였습니다.
[나달/스페인 (세계 275위) :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말하기 어렵지만, 롤랑 가로스(프랑스오픈)에서 다시 뛰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서른여덟의 나이, 내년에 다시 프랑스 오픈에 출전할 지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지만… 나달은 일단 두달 뒤 같은 코트에서 열릴 파리 올림픽은 나서겠다고 말했습니다.
[나달/스페인 (세계 275위) : 다시 뵙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