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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없어' 강한나 호심술 쓴 고경표 회심의 윙크 엔딩

입력 2024-05-0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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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없어'

'비밀은 없어'

'비밀은 없어' 고경표가 그토록 바랐던 메인 앵커 오디션장에서 퇴사를 선언했다. 강한나가 알려준 호심술로 꿈과 마음을 모두 지켜낸 결과였다.


지난 8일 방송된 JTBC 수목극 '비밀은 없어' 3회에는 점점 더 두터운 사회적 갑옷을 입게 된 고경표(송기백)의 짠내 나는 사연이 드러났다. 어릴 적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렸던 고경표는 엄마와 동생들을 나쁜 아저씨들로부터 지키겠다 결심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참았고, 남들이 해주기 원하는 말을 해줬으며, 자신을 둘러싼 거짓 소문도 이용해 그럴듯한 갑옷을 입었다. 강남 출신 금수저의 인성까지 좋은 아나운서가 될 수 있었던 이유였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감전사고로 말하지 않아야 할 속마음이 불쑥 튀어나오니 하루가 멀다 하고 평판이 바닥을 쳤다. 심지어 높은 곳에서 바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만해도 이미 바위를 오르고 있을 정도로 감정 조절이 안 되고, 행동도 통제가 안 되는 탈억제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다 강한나(온우주)가 옆에 있으면 통제가 가능했다는 사실이 번뜩 머리를 스쳤다. "사고 당시 상황이나 행동이 각인돼, 마치 스위치처럼 증상을 껐다 켰다 하는 걸지도 모른다"라는 신경외과 전문의 권율(김주호)의 진단대로, 강한나가 혓바닥 헐크를 잠재울 유일한 스위치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마저도 확실한 답을 얻어내지 못했고, 고경표는 불안감에 휩싸여 회사로 복귀했다. 정직 후 복귀한 그를 바라보는 동료들의 시선을 싸늘했다. 그의 촌철살인 팩트 폭격을 받았던 조한철(김팀장)은 고경표에게 "사표를 써야 하는 애들은 보통 사표를 안 쓰고, 뻔뻔하게 출근한다"라며 대놓고 면박을 줬고, 그를 회식에도 부르지 않았다. 숨이 턱턱 막히는 분위기에 혼자가 된 고경표는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 마저도 두려워졌다.

공포에 질려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고경표를 구제한 건 강한나였다. 그녀 역시 전쟁 같은 직장 생활을 헤쳐 나가는 중이었다. 국장에겐 "올드하고 감 떨어졌다"라는 소리를 들었고, 새로운 프로그램의 출연자 섭외는 난항을 겪었다. 심지어 자신을 배신했던 이봄소리(이하영) 작가가 한 팀으로 합류하는 껄끄러운 상황까지 맞닥뜨렸다. 그럼에도 정신을 못 차리는 고경표를 보며 그날의 감전사고가 자신 때문인 것 같아 신경 쓰이는 강한나는 "힘들 때일수록 더 힘을 내야 한다"라는 긍정 에너지를 전파했다. 진짜 중요한 건 "내 마음은 내가 지키는 호심술"이라는 강한나의 응원은 고경표에게도 큰 힘이 됐다.

그렇게 다시 힘을 낸 고경표는 메인 앵커 오디션에 참가했다. 사실 시청률을 위해 탄탄한 팬텀을 보유한 전재홍(최내정)이 앵커로 내정됐다는 것도, 조한철의 오디션 제안이 그저 후보 머릿수를 맞추기 위해 들러리 세우려는 의도란 점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기회라도 얻으려면 알면서도 호구 잡혀 주는 게 직장생활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오디션장에서 또다시 혓바닥 헐크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의 인이어에는 "떨이들만 잔뜩 있다", "송기백 격 떨어진다"라는 심사위원들의 앞담화까지 흘러 들었다. 그렇게 속마음이 쏟아지려는 찰나, 고경표가 걱정돼 오디션장을 들른 강한나가 또 한 번 호심술에 대해 강조했다. 안정을 되찾은 고경표는 아나운서실 우량주다운 기백을 뿜어내며 차분하고 안정되게 뉴스를 진행했고, 심사위원들의 좋은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마지막 순서인 앵커 브리핑에선 도저히 마음의 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 고경표가 그동안 뉴스만을 고집했던 건 온통 거짓말뿐인 삶에서 뉴스만이 유일한 진짜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진실, 공정, 정의가 뉴스를 존재하게 하는 가치였고, 그래서 뉴스를 할 때만큼은 자신이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뉴스의 품위와 존엄성은 사라지고, 시청률과 돈에 의해 움직이는 비즈니스가 되어버린 게 씁쓸한 현실이었다. 그래서 "썩을 대로 썩고 부패해 참기 힘든 악취가 나는 이 스튜디오를 떠난다"라는 브리핑을 마치고, 뉴스 데스크를 박차고 나왔다. 조한철이 충격 받아 쓰러질 정도로, 그에겐 그간 하고 싶었던 모든 속마음을 대차게 퍼부었다. 놀란 강한나에게 회심의 윙크를 날린 고경표의 엔딩은 오늘도 사표를 가슴에 품고 출근하는 수많은 직장인들의 쾌재를 불러일으켰다.

'비밀은 없어' 4회는 오늘(9일) 오후 8시 50분 JTBC에서 방송된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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