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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대사관, '정재호 갑질 의혹' 보도 이후 '출입 제한' 통보

입력 2024-04-30 12:04

”최소 24시간 전에 취재 목적 등 제출하라"…사실상 '취재 허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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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24시간 전에 취재 목적 등 제출하라"…사실상 '취재 허가제'

정재호 주중대사. 주중한국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정재호 주중대사. 주중한국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정재호 주중국대사의 갑질 의혹 관련 보도가 이어진 이후 주중 한국대사관이 갑작스럽게 특파원들에 대한 출입 제한을 통보했습니다.

주중대사관은 어제(29일) 오전 “특파원 대상 브리핑 참석 이외의 취재를 위해 대사관 출입이 필요할 경우 사전(최소 24시간 이전)에 출입 일시(평일 업무시간 내), 인원, 취재 목적을 포함한 필요 사항을 대사관(홍보관실)에 신청해 주시기 바란다”고 알렸습니다.

이어 “대사관에서는 신청하신 사항을 검토 후 대사관 출입 가능 여부 및 관련 사항을 안내해 드릴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취재진이 최소 하루 전에는 취재 목적을 제출해야 대사관 측에서 미리 사려보고 출입 가능 여부를 정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사실상 대사관 측이 원하지 않는 방향의 취재는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대사관 측은 이에 대해 “사전 신청 절차를 도입한 것은 최근 보안 관련 문제가 발생해 브리핑 외 시간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라면서 “신분 확인이 안 된 사람이 무단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조치”라고 부연했습니다.

주중국 한국대사관 전경. 주중한국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주중국 한국대사관 전경. 주중한국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돌연 이러한 제한 조치를 만든 구체적인 배경은 무엇인지 어떤 규정에 따른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출입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지 등에 관한 질문엔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대사관 측에서는 “민원 업무 처리를 위한 영사부 출입을 제외하고 대사관 시설에 외부인이 사전 협의 없이 출입할 수 없는 것은 다른 공관도 동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나 프랑스, 일본 등 다른 한국대사관에선 취재진이 신분증을 맡기는 등의 절차가 있지만 하루 전에 출입 시간과 인원, 취재 목적 등을 기재하고 허가를 받는 절차는 없습니다.

이른바 '취재 허가제'를 도입한 이유를 두고 최근 불거진 정재호 주중대사의 갑질 의혹 보도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고교 동창으로 잘 알려진 정 대사는 지난달 초 갑질 등 의혹으로 외교부에 신고 당했습니다. 현재 외교부 차원의 공식 조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 대사는 논란이 불거진 직후 "언론 보도 내용은 일방의 주장만을 기초로 한 것"이라면서도 '갑질' 행위 여부에 대해 명시적으로 부인하지는 않았습니다. "구체적인 언급을 삼갈 것"이라고 밝힌 뒤 특파원단과의 정례 브리핑을 취소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정재호(오른쪽) 주중 한국대사가 2022년 7월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재호(오른쪽) 주중 한국대사가 2022년 7월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런 상황에서 취재를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한 건 정 대사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게 아니겠냐는 주장도 나옵니다. 정 대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취재진이 대사관을 찾아갔던 것이 정 대사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겁니다.

베이지특파원단은 출입 제한 조치를 통보 받은 뒤 총회를 거쳐 이번 '허가제' 통보의 철회와 정 대사의 사과 등을 요구하며 “정재호 주중대사, 대언론 갑질 멈춰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의결해 발표했습니다.

성명은 “대사관 출입을 사실상 '허가제'로 바꾸고 취재 목적을 사전 검열하겠다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보도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최근의 언론환경을 고려했을 때, '24시간 이전 신청'은 취재 원천 봉쇄 조치"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는 '불통'을 넘어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와 다름없다"면서 “정 대사의 독단적 판단과 사적 보복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성명문에는 주중 한국 언론 31개사 36명 베이징 특파원 중 반대한 1명을 제외한 35명이 연명했습니다.

이도성 베이징특파원 lee.dosu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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