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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가 '치킨로드'?…"가축화한 닭, 중앙아시아에서 확산"

입력 2024-04-0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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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유적지 12곳의 퇴적층에서 발견한 달걀 껍데기 샘플. 〈사진=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중앙아시아 유적지 12곳의 퇴적층에서 발견한 달걀 껍데기 샘플. 〈사진=네이처 커뮤니케이션〉

고대 동·서양 문물 교류에서 핵심 역할을 한 실크로드가 닭의 확산에도 기여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가축화한 닭이 과거 중앙아시아 남부에서 길러지다가 고대 실크로드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는 겁니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지구인류학 연구소(MPIG) 로베르트 N. 슈팽글러 박사팀은 2일(현지시간)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중앙아시아 유적지 12곳에서 발견한 달걀 껍데기를 분석해, 닭이 기원전 400년부터 중세 시대까지 중앙아시아 남부에서 사육됐으며 고대 실크로드를 통해 널리 퍼져나갔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닭의 기원과 확산 과정은 유라시아 가축 역사에서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습니다. 닭 형태 식별 문제와 연대 측정의 부족, 얇은 뼈의 보존 상태 불량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시기가 기원전 400년~서기 1000년에 걸쳐 있는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인근 고고학 유적지 12곳에서 발견된 달걀 껍데기를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은 동물의 뼈, 피부, 껍질 등에 들어 있는 단백질 성분을 분석하는 생체 분자 분석(ZooMS)을 통해 알의 출처를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와 그 인근 바시테파, 사마르칸트 북부 아프라시아브 등 실크로드를 따라 위치한 중앙아시아 유적지 12곳의 퇴적층 전체에서 달걀 껍데기가 다량 발견됐습니다.

유적지 퇴적층에 달걀 껍데기가 풍부하다는 건 닭들이 야생 닭처럼 특정 시기에 알을 낳은 게 아니라 평소에 많은 알을 낳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당시에 이미 달걀 생산을 위해 닭을 사육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초의 명확한 증거라는 겁니다.

또 닭의 야생 조상인 적색야계(red jungle fowl)는 1년에 한 번 둥지를 틀고 보통 한 번에 6개 정도의 알을 낳았는데, 시기에 관계없이 알을 많이 낳는 가축화한 닭은 당시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요인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가 기원전 400년께 중앙아시아에서 알을 많이 낳을 수 있는 가축화된 닭이 사육됐고, 실크로드를 따라 널리 확산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경제적으로 중요한 동물이 됐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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