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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아무런 전조 없이 BMW '활활'…책임은 왜 소비자가 지나

입력 2024-03-30 07:00 수정 2024-03-30 22:24

"차주 잘못 없지만, 불나면 알아서 보험 처리해야"
"화재 원인 찾기 어렵고, 찾더라도 보상 받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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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 잘못 없지만, 불나면 알아서 보험 처리해야"
"화재 원인 찾기 어렵고, 찾더라도 보상 받기 어려워"

            지난해 7월 25일, BMW X4 M40i 화재〈영상=JTBC 뉴스룸〉

지난해 7월 25일, BMW X4 M40i 화재〈영상=JTBC 뉴스룸〉

"정말 내 차가 맞나?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7월 25일, 충남 서산시 한 야외 주차장에 주차한 지 5분 만에 일입니다. 차량에서 불이 났습니다. 'BMW X4 M40i' 모델입니다.

지난 2021년 10월 출고했고, 누적 주행거리는 2만 3000km인 차량이었습니다. 9100만 원 넘는 돈을 주고 샀습니다. 차량 주인 윤 모 씨는 관리에 특히나 신경 써 왔습니다. 그만큼 아끼는 차량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타버렸고, 뼈대만 남았습니다. 윤 씨는 억울했습니다. 앞서 같은 해 2월, 공식서비스센터에서 점검받았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화재 직전 주행에서도 아무런 전조 증상이 없었습니다. 윤 씨는 "가족이 타고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아찔하다"고 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엔진 발전기 전선에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도 "배선 합선"이라며 같은 의견을 냈습니다. BMW는 "오염 물질 줄이는 장치인 '촉매변환기'가 과열됐고 엔진오일이 새면서 불이 났다"고 했습니다. 진단은 다소 달랐지만, 어느 쪽이든 차량 결함입니다. 차주 잘못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BMW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화재라 차량 결함에 대한 보상은 없다"고 했습니다.
 
            지난 1월 14일, BMW 520d 화재〈영상=JTBC 뉴스룸〉

지난 1월 14일, BMW 520d 화재〈영상=JTBC 뉴스룸〉

올해 1월 14일과 지난 3일엔 달리던 'BMW 520d'에서 잇따라 불이 났습니다. 지난 2018년 잇따른 화재로 논란이 됐던 바로 그 모델입니다. 각각 2017년식, 2014년식으로 주행거리는 3만 5000km, 6만 1000km였습니다. 두 차주 모두 BMW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서 차 관리에도 열심이었습니다. 과거 잇따른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를 리콜하라는 안내에 따라 제때 리콜도 받았습니다. 불 날 위험 때문에 지하 주차장에 못 들어오게 하는 건물들이 있다 보니, 2017년식 520d 차주 조모 씨는 '리콜 완료' 스티커를 차 앞 유리에 붙이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을 찾고 있지만, 역시 운전자가 잘못한 건 없었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

이렇게 차에서 갑자기 불이 났을 때, 차주가 할 수 있는 건 사실상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화재 원인 조사는 소방과 자동차 제조사에서 하는데, 소방 감식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보름, 제조사 자체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진 두 달 정도 걸립니다. 차가 심하게 타버리면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화재 원인을 찾았다 하더라도 차에 대한 많은 정보는 제조사가 갖고 있는 만큼, 소비자가 논리적으로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JTBC 뉴스룸 보도화면 캡처

JTBC 뉴스룸 보도화면 캡처

그래서 보상은 받기 어렵습니다. 앞서 윤 씨 사례를 보면 분명 차에 문제가 있어서 불이 났는데도, '특수한 상황'이라는 표현을 쓰며 보상해 주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특수한 건지는 아무도 설명하지 않았고, 특수한 상황을 왜 차주가 감당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한 BMW 공식 딜러사 관계자는 '보상 매뉴얼이 있느냐'고 묻는 취재진 질문에 "화재가 별로 없어서 제가 뭐라고 딱 말씀을 못 드리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변한 건 없다

2018년 잇따른 차량 화재로 당시 크게 이슈가 되면서 뭇매를 맞았는데도 BMW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BMW는 차에서 불이 계속 나는데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일관했는데, 나중에 드러난 수사 결과에서 BMW코리아 임직원들은 차량에 불이 날 위험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5월 이런 혐의로 BMW코리아와 임직원 등 5명을 재판에 넘겼지만, 아직 1심 결론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았는데도, 아무도 처벌받은 사람이 없는 겁니다.

지난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당시 12살 이도현 군이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숨졌습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제조물 책임법(도현이법)' 제정 요구 나왔습니다. 피해자가 차량 결함의 원인을 입증해야 하는 현행법을 '차량에 결함이 없었다는 사실을 자동차 제조업자 등이 입증해야 한다'고 바꾸는 게 이 개정안의 핵심 내용입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조사와 산업계에 미칠 부담을 우려해 난색을 보이면서 논의는 거북이걸음이었습니다. 이들 법안은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21대 국회의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처지입니다.

 

결국 책임은 소비자 몫

JTBC 보도 이후 'BMW X4 M40i' 차주 윤 씨에게 BMW 측에서 연락을 해왔습니다. '다시 한번 자신들 회사의 차를 사면 타이어 교환권을 주고, 보증 기간도 연장해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가입한 자동차보험으로 모든 손해를 감당해야 했던 윤씨는 황당해하며 거절했습니다. 조롱당한 기분이 든다고까지 했습니다.

2017년식 'BMW 520d' 차주 조 씨에게도 취재가 시작된 이후 BMW 측에서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제야 사과하며 자차보험 처리한 만큼의 비용을 보상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조 씨는 중고차값 만큼은 받아야 할 것 같다며 거부했습니다. 차를 이용하지 못해서 받게 된 손해에 대한 보상은 없었습니다.
 
              지난 3월 3일, BMW 520d 화재〈영상=JTBC 뉴스룸〉

지난 3월 3일, BMW 520d 화재〈영상=JTBC 뉴스룸〉

2014년식 'BMW 520d' 차주 이 씨는 아직 BMW측의 사과나 보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 씨 차는 경기 광주시 스타벅스 곤지암IC DT점에 진입하다가 불이 났습니다. 불 난 장소가 주차장이었기 때문에, 주변 차 7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고 그곳에 있던 사람들 일부는 연기를 들이마셨습니다. 이 씨는 자신의 보험으로 차량 수리비와 치료비를 모두 처리해 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고 이후 차주들 모두에겐 심한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거나 사고 장소 근처만 가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라고 했습니다. 특히, 이 씨는 "휘발유를 끼얹은 것처럼 순식간에 불이 번지는 걸 보면서 정말 죽는 줄 알았다"며 두려워했습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BMW에 대한 신뢰도 완전히 바닥에 떨어졌다고도 했습니다. 죽거나 다친 사람이 없다는 건 다행이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제조사의 대응이 소극적인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작은 물건도 하자가 있으면 교환하거나 환불해 주는데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주고 산 차는 소비자가 나서서 결함을 증명해야 하고, 증명됐다 하더라도 보상받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왜 차만 그래야 하는 건지, 국토교통부 등 정부는 답해야 합니다.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경고음은 이미 요란하게 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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