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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재킷에 회사 타투, 독특한 젠 사장…'제2의 잡스'가 만든 엔비디아 성공 신화| 인물탐구영역

입력 2024-03-30 05:00 수정 2024-03-30 22:21

대만계 미국인 젠슨 황, 이민 2세 아픔 딛고 엔비디아 창립
가죽 재킷 패션, 어깨엔 로고 타투
수평적 기업 문화에 '낮은 이직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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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계 미국인 젠슨 황, 이민 2세 아픔 딛고 엔비디아 창립
가죽 재킷 패션, 어깨엔 로고 타투
수평적 기업 문화에 '낮은 이직률'

 
"삼성전자의 HBM을 테스트하고 있다. 기대가 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젠슨 황 사장의 친필 사인 사진. 〈출처=이재용 회장 인스타그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젠슨 황 사장의 친필 사인 사진. 〈출처=이재용 회장 인스타그램〉



이 한마디에 삼성전자 주가에도 순풍이 불었습니다. 미국 기업 엔비디아의 창업주 젠슨 황이 한 말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인스타그램에 "감사합니다(따봉)"을 남겼죠. 요즘 반도체 시장은 이 대만계 미국인 기업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젠 사장' '황 사장'으로 불리는 이 사람의 선택을 받느냐 외면받느냐에 따라 기업 가치가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어떤 인물이기에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 걸까요? 오늘의 인물탐구영역은 엔비디아 창업주 젠슨 황에 대해 알아봅니다.

 

전청조를 알면 이 기업도 안다

〈출처=JTBC〉

〈출처=JTBC〉


"지금 현재 IT를 해외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날마다 새벽에 줌 미팅을 해요. 직원들과.
나는 엔비디아를 안다, 엔비디아, 네, 저 엔비디아의 대주주입니다."
-전청조, JTBC '뉴스룸' 2023년 10월 보도

투자 사기 혐의로 지난해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전청조. 그가 대주주라 호소했던 그 기업이 바로 엔비디아입니다. 엔비디아는 올해 1분기 83% 상승했고, 1년 전과 비교하면 약 250% 올랐습니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약 2조 2600억 달러. 전 세계 시가총액 3위에 기록되면서 2위 애플의 자리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가파른 주가 상승률 때문에 "전청조가 엔비디아 얘기할 때 사둘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곳곳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주로 그래픽처리장치인 GPU를 만듭니다. 그동안 컴퓨터의 뇌라고 불렸던 CPU(중앙처리장치)가 가장 주요한 장치로 꼽혔는데, 이제는 보조장치였던 GPU가 중요해진 겁니다. AI가 고도화되면서 한 번에 하나씩만 계산할 수 있는 CPU보다 한꺼번에 많은 연산을 할 수 있는 GPU가 더 효율적인 장치가 된 거죠.

 

이민 2세의 아픔, 창업으로 꽃 피우다

가죽 재킷에 회사 타투, 독특한 젠 사장…'제2의 잡스'가 만든 엔비디아 성공 신화| 인물탐구영역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 한 가지! 30년 GPU 외길을 걸어 온 기업가 젠슨 황은 GPU가 미래에 중요해질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행적을 되짚어보면 필연 같아 보이는 부분도 있습니다.

젠슨 황은 1963년 대만에서 태어나 미국에 이민을 갔습니다. 아버지가 에어컨 회사 엔지니어였는데, 미국에 출장을 왔다가 아이들을 미국에서 교육하겠다고 결심하죠. 그런데 부모님이 아이들을 먼저 이민 보내는 과정에서 약간(?)의 문제가 생긴 겁니다. 미국에 먼저 가 있던 삼촌한테 기숙학교를 알아봐달라며 자녀를 맡겼는데, 명문인 줄 알았던 오네이다 침례교 학교가 알고 보니 '교화 학교'였던 겁니다.

기숙사에서 친구가 옷을 벗었는데 여기저기 칼 흉터가 있었고, 그 학교에서 주머니에 칼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학생은 젠슨 황밖에 없었다고 말할 정도였죠. 학교에 가려면 다리를 건너야 했는데, 불량배들은 길을 막고 젠슨 황을 다리 밑으로 던지려고 했습니다. 젠슨 황은 내성적인 아이였고 이런 환경 속에서 고등학생 때는 게임에 푹 빠지게 됐다고 전해집니다.

공상가의 면모가 여기서 빛을 발합니다. 비디오 게임을 하면서 '언젠가는 모두가 게이머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겁니다. PC혁명이 일어났던 1993년, 친구 두 명과 창업을 할 때 '게임 안에 3차원 세계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그래픽카드 만드는 회사를 차렸죠. 창업 당시에는 개인용 PC가 보급되지 않았던 때였지만, 언젠가 모두가 개인 컴퓨터로 게임을 하는 날도 상상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그래픽 칩이라는 걸 만들었고 사람들은 이걸 게임 할 때 사용할 거예요!'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엄마가 '그러지 말고 취직을 하는 게 어떠니' 라고 말했어요"
-젠슨 황 2011년 스탠퍼드 대학교 강연 중

2006년, 누구보다 빠르게 AI 시대가 펼쳐질 걸 예상했고 쿠다(CUDA)라는 플랫폼을 만들면서 "우리는 인공지능 회사"라고 선언을 했죠. 그리고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 GPU가 더 주목 받을 거란 생각이 맞아떨어졌습니다.

 

제2의 잡스가 나타났다

 
가죽 재킷에 회사 타투, 독특한 젠 사장…'제2의 잡스'가 만든 엔비디아 성공 신화| 인물탐구영역
젠슨 황이 주목받는 건 단순히 성공한 기업을 만들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이상의 특별함이 있다는 거죠. 그 특별함을 단번에 보여주는 게 바로 가죽 재킷입니다. 성공한 IT 기업가가 록스타 같은 차림새라니, 아이러니하면서도 눈길이 갑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이 재킷 안에 있는 회사 로고 타투죠. 엔비디아 주가가 100달러를 돌파했을 때 기념 삼아 새긴 거라고 합니다.
 
가죽 재킷에 회사 타투, 독특한 젠 사장…'제2의 잡스'가 만든 엔비디아 성공 신화| 인물탐구영역
이번 GTC 발표 이후, 젠슨 황을 두고 "제2의 스티브 잡스 같았다"는 언급이 많아진 것도 가죽 재킷이 한몫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2000년대를 상징하는 기업인이죠. '아이폰'이라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든 것뿐만 아니라 청바지에 검은 목폴라 티셔츠를 입은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뒤를 가죽 재킷을 입는 젠슨 황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젠슨 황의 모습에서 어떤 야망을 읽었나 봅니다. "문화의 일부가 되어 세상을 바꾸는 성공작과 그냥 성공작의 차이는 상징적인 이미지가 좌우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걸 젠슨 황은 이해하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프로젝트가 보스다"


20년 넘게 공식 석상에선 가죽 재킷 차림입니다. 독특하죠. 그런데 패션만큼이나 경영 철학도 독특합니다. "이 회사의 보스는 내가 아니라 프로젝트다"라는 겁니다.

이 회사에는 없는 게 있는데, 바로 1대1 보고입니다.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데, 실무자가 부장한테 말하고, 부장이 임원한테 말하고, 임원이 사장한테 말하는 게 비효율이라는 거죠. 그래서 선택한 건 그룹 토론입니다. 마흔 명의 직속 직원이 있는데요. 토론하다가 "저기 사장님, 좀 와보세요!" 하면 젠슨 황이 같이 고민을 나누고요. 직급이 낮다고 해서 못하는 말은 없다고 합니다. 여기서 최신기술 정보를 나누고 프로젝트의 방향을 결정하죠.

수평적인 사내 문화 덕분에 글래스도어(Glassdoor)가 선정한 2024년 미국 최고의 직장 2위에 꼽혔고요, 4년 연속 상위 5위 안에 들기도 했습니다. 실리콘 밸리에서 인재 쟁탈전이 벌어질 때, 엔비디아의 직원들은 좀처럼 회사를 떠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2023년 반도체 기업 평균 이직률이 19.2%지만 엔비디아의 이직률은 5.3%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까닭에 인텔·퀄컴·구글 등이 '반(反) 엔비디아 전선'을 형성해도 당분간 엔비디아의 독주가 지속할 거란 예측이 지배적인데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AI 업계, 젠슨 황 사장이 또 어떤 변화를 만들어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인물탐구영역
 
가죽 재킷에 회사 타투, 독특한 젠 사장…'제2의 잡스'가 만든 엔비디아 성공 신화| 인물탐구영역

인물을 알면 맥락이 보입니다.
인물의 깊은 이야기를 전달해
이슈를 보는 해상도를 높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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