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자녀들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직접 사과를 받겠다며 찾아갔지만,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이들은 정부의 '제3자 변제안'에 반대하며 일본 기업의 사죄를 받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입니다.
도쿄에서 김현예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가족들이 빗속에 부모님 사진을 가슴에 품고, 일본제철 본사 앞에 도착합니다.
일본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내 지난 2018년 승소한 이춘식 씨의 딸이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재판 결과에 따라 합당한 배상과 사죄를 하라고 요구하기 위해섭니다.
하지만 십여 분 뒤,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전 약속이 안 됐다며 면담조차 거부했습니다.
[이고운/강제 동원 피해자 이춘식 씨 장녀 : 여기 아버지께서 사원으로 있었습니다. 이 건물에는 저희 아버지의 피와 땀도 들어있습니다.]
걸어서 십여 분 거리의 미쓰비시중공업.
강제 동원 피해 가족들은 또 한 번 회사 로비에서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박상운/강제 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아들 : 제3자 변제안입니다. 이게 말이 되는 얘기입니까?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 사죄하라, 사죄하라!]
일본까지 온 강제 동원 피해자 가족들이 할 수 있는 건,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드는 일 뿐이었습니다.
강제 동원 피해자 가족들이 후지코시 본사에 도착했지만 경비원들로 문 앞이 막혀있는 상태입니다.
일본 기업들이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는 건, 우리 정부가 내놓은 '제3자 변제안' 때문입니다.
피해자들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제3자가 아닌, 일본 기업의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바라고 있습니다.
고령의 피해자들에게 남은 시간은 오늘도 하루가 또 줄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