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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닥터슬럼프' 오동민 "박형식·박신혜 덕분 따뜻했다"

입력 2024-03-2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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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민, SLL·하이지음스튜디오 제공

오동민, SLL·하이지음스튜디오 제공

배우 오동민(38)이 JTBC 주말극 '닥터슬럼프' 덕분에 따뜻했고 행복했다고 밝혔다. 작품에 대한 여운이 가득한 모습으로 인터뷰 장소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극 중 민경민이 쓰고 다녔던 동그란 안경을 착용, 괜스레 반가움을 불렀다.


'닥터슬럼프'는 지난 17일 박신혜(남하늘)와 박형식(여정우)의 해피엔딩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각기 다른 이유로 슬럼프에 빠졌던 두 사람이 주변 사람의 관심과 사랑으로 극복해 낸 과정이 촘촘하게 담겼다. 이 가운데 오동민은 친절한 가면 뒤 악함을 가진 빌런 민경민 역으로 활약했다.

오동민은 "이렇게 마음속 깊숙이 뜨끈한 마음으로 남는 작품이 오랜만인 것 같다. 그래서 많이 헛헛하고 사색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별명(경발씨민)도 얻어보고 여러모로 관심을 많이 받은 것 같아 감사하다"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민경민으로 분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신경 쓰며 연기했는지 물었다. "어떻게든 머리를 많이 굴리는 인물이지 않나. 어떻게 하면 이번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까. 자기 이기심을 위해 머리를 쓰는 모습에 집중했다. 그땐 잘 몰랐는데 완성된 걸 보다 보니 많은 분이 경민에게 연민을 가져주더라. 이걸 보면서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럼에도 경민이 했던 선택은 정우나 하늘이 했던 선택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안타깝지만 그런 선택을 한 건 경민이 자신이다. 정우와 하늘의 선택에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오동민, SLL·하이지음스튜디오 제공

오동민, SLL·하이지음스튜디오 제공


자신이 원하는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교통사고를 당한 민경민은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결말에 대해 만족했는지 묻자 오동민은 "처음에 촬영할 때는 (결말을) 몰랐다. 개인적으로 경민이 죗값을 좀 더 치르고 갔어야 했는데란 생각은 든다. 객관적으로 좀 더 뉘우쳐야 했다"라면서 덜 죗값을 치른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해 웃음을 불렀다.

'닥터슬럼프'는 8.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거뒀다. 이 작품 이전과 이후 달라진 점이 있는지 궁금했다. 오동민은 "일단 별명이 생긴 게 신기했다. 그런 것들이 남일 같았는데 내게 생기다니 너무 기분 좋았다. 그리고 내가 애용하는 안경인데 이걸 쓰면 민경민으로 알아보는 분들이 있더라"라고 설명했다.

사실 극 중 안경의 역할은 주요했다. 민경민의 이중적인 면모를 디테일하게 표현하게 위해 오동민은 안경을 이용했다. "첫 번째 반전이 드러나는 4회 에피소드에 경민이가 안경을 벗지 않나. 안경은 경민이에게 일종의 가면이다. 내면에 숨겨져 있는 악한 본심을 가린 필터다. 가면 역할로 안경을 이용한 것"이라고 귀띔해 감탄을 불렀다. 극 중 교수가 됐을 때, 교수가 된 후 제약회사 이사로 취임했을 때 등 시대별 안경의 모양을 바꿔가며 경민이의 욕망을 표현했던 오동민의 노력이 깃들어 있었다.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박형식, 박신혜의 이야기엔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만큼 좋은 에너지를 얻은 것. "형식, 신혜 씨랑 너무 좋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여러모로 크게 와닿은 것들 중 하나가 좋은 멤버들, 감독님, 작가님이다. 감독님의 눈 맞춤형 디렉팅, 모두를 어루만지며 다 함께 가는 포용의 연출이 인상 깊었다. 뿐만 아니라 스태프분들도 참 따뜻했다. 물론 그중 형식, 신혜 씨의 지분이 엄청 크다. 연기도 잘하고 착하고 예쁘고 잘생기고 판타지에 있는 사람들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팀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인데 이 드라마가 따뜻해서 좋았다. 오랜만에 따뜻하게 힐링받으며 웃을 수 있는 드라마가 나온 것 같다. 그래서 더 공감하고 리얼한 악역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내 인생에 들어왔던 나쁜 기억의 어떤 친구랑 경민이의 결이 비슷했다. 그 친구가 내 연기를 많이 도와준 것 같다. 따뜻함을 더 살리기 위해 리얼하게 시청자들의 가슴에 들어갈 수 있게끔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오동민, 미스틱스토리 제공

오동민, 미스틱스토리 제공


2008년 연극 'nabis 햄릿'으로 데뷔한 오동민은 독립영화, 드라마 등 차근차근 한 단계씩 밟아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성균관대학교 재학 시절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 연기를 처음 접했고 그것이 운명을 바꿨다.

"어릴 때 배우 꿈이 있었는데 대학은 부모님 뜻대로 진학했다. 그러다 꿈을 찾아 연극반에 들어갔다. 꿈이 있었는데 도전조차 못하다가 취미로라도 해보자고 시작했다가 여기까지 왔다. 처음엔 한 작품만 하고 안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대학로에서 공연을 할 기회도 생기고, 독립영화도 할 기회가 생기고 점점 나의 업으로 삼고 싶어 지더라. 독립영화를 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서사를 다 담아야 하니 연기를 보다 디테일하게 하는 노하우가 생겼다. 지금 그 노하우를 활용해 긴 호흡으로 바꿔가는 작업을 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

배우가 아니었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은지 묻자 "뭘 하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웃음) 다른 것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을 제거하면 잡음 없이 연기에만 집중하겠구나 싶었는데 막상 그렇게 되니 더 불안해지는 것 같다. 배우란 직업 자체가 기다림의 연속이지 않나. 불안하니까 스스로 채찍질을 하는 동력이 되지만 불안함을 계속 안고 가야 하니 쉽지는 않다. 어릴 땐 그저 연기가 좋으니 그 열정만으로 달려왔는데 점점 나이를 먹고 책임질 게 많아지니 전혀 못 봤던 세계가 열리더라. 가끔은 현실적인 고민들로 후회할 때도 있다"라는 솔직한 속내를 꺼내놨다.

그럼에도 연기를 향한 열정은 오동민을 막을 수 없었다. 올해 안에 최소 두 작품을 더 하고 싶다고 언급한 그는 "대본을 보며 새로 맞춰가는 과정이 재밌다. 다음 작품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벌써 기대가 된다"라며 배우로서의 삶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현실에 맞춰 충실하게 살고 싶다. (사람들이) 불러 줄 때까지 계속해서 연기하고 싶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미스틱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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