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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파묘' 무명 청산 김재철의 연기 인생은 지금부터

입력 2024-03-1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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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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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로 받은 사랑 연기로 보답할게요."

영화 '파묘(장재현 감독)'의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이렇다 할 경쟁작 없이 극장가를 점령하며 국내 오컬트 장르 영화 최고 기록인 '곡성'(2016)의 687만 명을 뛰어넘어 1000만 관객 돌파를 노리고 있다. 흥행 비결에는 4인조 '묘벤져스'의 활약도 있겠지만 그에 못지않은 존재감을 선보인 김재철(41)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김재철은 극 중 3대째 집안에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고 있어 무당 화림(김고은)에게 도움을 청하는 박지용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베테랑 배우들에게 밀리지 않는 에너지부터 소름 돋는 빙의 연기까지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하며 '인생캐'를 만들어냈다.

지난 2000년 데뷔해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 올린 김재철은 데뷔 24년 차에 찬란한 빛을 마주했다. "역할에 상관없이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파묘'를 통해 받은 사랑 연기로 꼭 보답할 것"이라는 김재철의 진심 어린 마음이 더 깊게 와닿는다.
〈사진=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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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흥행에 대한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감개무량하다. 어안이 벙벙하다. 주변에서 ('파묘'를) 잘 봤다고 연락이 자주 오더라. 내가 (연기를) 20년 넘게 했는데 상업적인 영화에서 많은 분들이 보는 건 처음이라 그런 것 같다. 바람은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빠른 수치다. 오컬트 장르지만 개인적으로 확신이 있었다. 장재현 감독의 전작 그 이상 됐으면 했다. 너무 좋다고 표현하기 죄송할 정도로 단기간에 관객수가 늘어 기쁜 마음이다."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아버지는 동네 유지처럼 활동을 하고 있는데 '파묘' 단체 관람 협조를 지인들에게 자랑스러워하면서 말하더라. 누나는 '파묘'를 본 분들이 본인에게 보낸 메시지들을 보여주더라. 아내는 제가 붕 뜰까 봐 잡아주는 스타일이다. 이런 모습들을 볼 때마다 에너지를 많이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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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회사 통해서 장재현 감독이 미팅하자고 연락이 왔다. 그 작품이 바로 '파묘'였다. '왜 나한테 연락을 했지' '이 분이 나를 뭘 믿고'라는 생각이 들면서 얼떨떨했다. 이후 장재현 감독과 만남을 가졌는데 캐스팅 관련 우여곡절을 이야기하면서 외모에서 느껴지는 모습이 박지용 캐릭터와 잘 맞는 얼굴 같다고 했다. 그래서 참여하게 됐다."

-장재현 감독이 건넨 조언이 따로 있었나.
"박지용이 초반에 중요한 인물이고 유명한 배우들과 맞서서 하는 역할이다 보니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힘이 자연스레 들어가더라. 그때 장재현 감독이 공격하려 하지 말고 편안하게 연기하라고 하더라. 유명한 공격수에게 패스하듯이 연기를 했더니 조금씩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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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꺾이는 박지용의 명장면을 잊을 수 없는데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려달라.
"사실 호텔에서 전화 받는 장면 등을 그전에 촬영했다. 그러다 보니 (감정적으로) 예열이 돼 있는 상태였다. 당시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바퀴 달린 의자에 서서 목을 꺾어가며 촬영했다. CG가 들어가기 때문에 각도를 맞추는 데 신경을 썼다. 기술적인 부분에 포커스를 뒀고 촬영본 가운데 장재현 감독이 골라서 썼다."

-베테랑 배우 최민식과 호흡 맞춘 소감은 어땠나.
"최민식 선배의 연기는 받기만 해도 되더라. 직접 체감을 했다. 무엇보다 최민식 선배는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상대방이 긴장하지 않도록 농담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본인이 편해서 그렇게 하는 거라고 하지만 모두가 잘해야 되니 직접 나선 배려의 행동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이게 바로 최민식 선배의 연륜이라 생각한다."

-촬영 현장에서 직접 마주한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도 어땠는지 알려달라.
"유해진 선배는 저를 너무 예뻐해 줬다. 최민식 선배와 챙겨주는 스타일이 살짝 다르더라. 김고은은 관객들이 느끼는 것처럼 대단하더라. 연기를 함부로 대하는 게 좋더라. 사투리가 섞인 듯한 음절을 맞추면서 연기 톤 잡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단기간에 공부를 해서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싶더라. 이도현은 후반부로 갈수록 대단했다. 빙의 연기 시간이 길었는데 힘 빠지지 않고 채워서 하는 게 대단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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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의 인기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묘벤져스'다. 촬영 당시 홍천 휴게소에서 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 차 안에서 봤는데 안 어울리면서 잘 어울리더라. 관객 입장에서 '네 명이 함께 연기하면 궁금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럴싸한 조화로움이 박지용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느껴졌다. 장재현 감독이 만들어낸 조합이 흥행에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파묘' 속 숨겨진 항일 코드에 대해 알고 있었나.
"제 연기를 하기 급급해서 번호판까진 몰랐다.(웃음) 박지용의 선택은 아니니까 연기하면서 '친일 감정'을 담아두지 않으려 했다. 장재현 감독도 박지용이 잘못하면 악인으로 보일 수 있다며 자식을 구하려고 하는 감정선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개인적으로 박지용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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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의 무대 인사 반응이 정말 뜨겁다.
"극장에 관객이 가득 차있는 걸 처음 경험해 봤다. 최민식, 유해진 선배가 '첫 스타트가 화려하다' '쉽지 않은 경험'이라는 말씀을 많이 해 줬다. 상업 영화에서 큰 역할을 맡게 돼 그런 것 같은데 꿈만 같은 일이라 생각한다. 사실 최민식 선배의 후배 소환술은 나도 속았다. 영업 비밀인 것 같다. 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유해진 선배가 매번 마지막에 하다 보니 앞에서 (멘트를) 뺏어가니까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더라. 목을 돌리는 퍼포먼스는 (최민식 선배의) 조언을 받았다. 정말 (관객들이) 좋아해 주더라. '파묘'를 즐겁게 봐준 분들에게 조금의 기쁨을 드릴 수 있다면 뭐든 할 예정이다."

-1000만 관객 돌파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계속 나오고 있는데 어떤가.
"나는 잘 모르겠다. 김칫국을 마시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해서 조심하며 기도하고 있다. 사실 지금 스코어도 오컬트 장르로써 대단한 성과다. 받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도 다 표현하지 못했는데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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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목표가 있나.
"'파묘'를 통해서 영화에 한 발 더 다가가고 싶다. 20년 동안 열심히 해 왔지만 영화에 대한 갈증이 많았다. 스크린에 비친 배우들이 꿈이었다. 어렸을 때 '태양은 없다'(1999) 등을 관람하고 오디션도 봤다. 역할에 상관 없이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파묘'로 받은 사랑 연기로 꼭 보답하겠다."

-하고 싶은 역할이나 캐릭터가 있다면.
"나는 소시민의 삶을 살고 있는데 부유하고 외국에서 살다 온 역할만 들어오더라. 생활밀착형 캐릭터를 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연극할 때 많이 했는데 코미디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박상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anghoo@jtbc.co.kr(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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