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6년 전에도 다른 사람을 구하려다 순직한 소방관이 있었습니다. 고 김기범 소방교인데, 김 소방교의 아버지가 그동안 모은 아들의 연금과 평생 번 돈을 장학금으로 내놨습니다. 순직한 소방관 자녀들을 위해 써달라고 했습니다.
윤두열 기자입니다.
[기자]
1998년 10월 1일 비가 쏟아지던 날이었습니다.
논에 물길을 내고 오니 이웃이 아들 소식 들었냐고 물었습니다.
얼른 대구로 가보라고 했습니다.
[김경수/고 김기범 소방교 아버지 : 눕혀놨는데 확인을 했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
소방 구조대원이던 아들, 폭우에 실종된 여중생을 구하러 나갔습니다.
동료 2명과 급류에 휩쓸렸고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하나 뿐인 자식을 잃었습니다.
26년이 흘렀습니다.
아버지는 매일 아들 생각을 했고, 아들 이름으로 나오는 연금을 손대지 않고 뒀습니다.
자신이 번 돈을 합해 고이 모았습니다.
[김경수/고 김기범 소방교 아버지 : 참 내가 알뜰하게 했습니다. 커피도 한잔 안 사 먹고…]
그렇게 모은 5억 원, 한 번에 다 썼습니다.
[후련합니다, 속이.]
순직한 소방관 자녀들 장학금으로 써달라고 부탁 했습니다.
[김경수/고 김기범 소방교 아버지 : 아들을 위한 거라서 아깝게 생각 안 합니다. 아들을 위해서…]
기증식 현장엔 아들과 함께 출동했다 순직한 이기웅 대원 가족도 함께했습니다.
그 때 장례식장에서 봤던 초등학생 아들, 순직한 아버지를 따라 소방관이 되어 있었습니다.
장했습니다.
[고맙다. 고맙다.]
[이기웅/대구 특구단 항공대장 : 어렵게 모아주신 그 마음을 다른 자녀들도 잘 받아서 많은 용기를 갖고 희망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래 웃지 않고 살았던 아버지는 이제 표정을 좀 폈습니다.
[김경수/고 김기범 소방교 아버지 : 후련하죠, 후련하죠. 내가 아들을 위해 쓰는 거니까. 후련하죠.]
이제야 아들을 보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