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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축구팬 울린 '무명' K리거의 감동적인 은퇴 인사

입력 2024-03-07 11:29 수정 2024-03-07 14:55

프로축구 은퇴한 임민혁 선수 '은퇴글' 화제
"더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면서 새 인생 살아갈 것"
임민혁 "오랫동안 생각한 것 글로 옮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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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은퇴한 임민혁 선수 '은퇴글' 화제
"더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면서 새 인생 살아갈 것"
임민혁 "오랫동안 생각한 것 글로 옮긴 것"

■ 방송 :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 진행 : 이가혁 기자 / 대담 : 임민혁 전 천안씨티FC 축구선수
■ 인용 시: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프로축구 K리그2 천안시티FC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한 골키퍼 임민혁 선수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은퇴글'이 축구팬을 넘어 많은 네티즌의 공감을 사고 있습니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진 이 글이 본 네티즌들은 "글쓴거 보니 나중에 뭘 해도 잘하실 분", "글 속에서 훌륭한 인성이 보인다" 같은 극찬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래 임민혁 선수 인스타그램 캡쳐 사진 속 글을 먼저 보시고, 인터뷰 내용을 보시면 더욱 좋습니다.

임민혁 선수 인스타그램

임민혁 선수 인스타그램


◇ 이가혁〉 임민혁 '전 선수'라고 하면 선수 입장에서는 좀 가슴 아플 것 같긴 한데, 아무튼 임민혁 선수 연결돼 있습니다. 나와 계시죠?

◆ 임민혁〉 안녕하세요. 전 프로축구 선수 임민혁이라고 합니다.

◇ 이가혁〉 아직 '전' 자 붙이는 게 조금 어색하시긴 하시죠?

◆ 임민혁〉 네, 어색하고 듣는 것도 아직은 어색합니다.

◇ 이가혁〉 그래서 그냥 '임 선수'로 할게요. 한 번 선수면 영원한 선수죠.

◆ 임민혁〉 네 알겠습니다.

◇ 이가혁〉 은퇴를 앞두고 올린 글이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반응 예상하셨어요?

◆ 임민혁〉 전혀 일단 예상을 못했고요. 제가 SNS가 비공개라서 원래는 지인들이 안 봐도 그냥 혼자 마무리하는 입장을 좀 정리를 하고 싶어서 올린 건데 지금 이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고 아직도 많은 연락이 좀 얼떨떨합니다.

◇ 이가혁〉 글 솜씨가 예사롭지가 않아요. 원래 글쓰기를 좀 취미로 하세요?

참석자 원래 책 읽는 거랑 글쓰기를 취미로 하고 있습니다.

◇ 이가혁〉 그래서 제가 찾아보니까 다른 디지털 매체에도 기고하신 예전 글도 있더라고요. 글을 굉장히 잘 쓰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축구 인생을 잠깐 좀 되짚어보겠습니다. 우여곡절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뭔가요?

◆ 임민혁〉 이어간 원동력이라기보다는 저는 원래 '계속하는 게' 기본 값이라고 생각을 했고요. 원래라면 한 7~8년 더 거뜬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조금 스스로 어떻게 정리를 할까, 어떻게 잘 정리를 할까,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계속 열정이 꺼지고 불이 꺼지고 이런 과정에서 어떻게 마무리하면 잘할까라는 생각을 했던 게, 또 그런 마음이 잘 글로 녹아서 사람들의 공감을 많이 얻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 이가혁〉 임민혁 선수의 '인생경기'는 어떤 건가요?

◆ 임민혁〉 인생 경기라 하기에는 시합을 너무 많이 못 뛰어서. 기억에 남는 경기는 제가 4년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하다가, 4년 만에 경기에 나서서 조금 이슈가 잠깐 됐던 적이 있는데 그 경기가 아무래도 좀 많이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 이가혁〉 4년 동안 경기에 못 떴던 건, 왜 그런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 임민혁〉 그냥 후보 선수로 밀려 있었습니다. 군대 생활도 하고 이러면서 4년 동안 기회를 못 잡았는데 그때 경기에 나서면서 조금 이슈가 됐는데 그 순간이 아마 기억에 제일 남는 순간 같습니다.

◇ 이가혁〉 방금 '후보 선수'라고 말씀하셨는데 청소년 때부터 18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셨잖아요. 그 세월동안 벤치에 머물렀던 순간들도 짧지 않았는데 좌절감이나 상실감은 없으셨는지도 궁금해요.

◆ 임민혁〉 상실감이 상당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프로에 오기 위해서는 학창시절 때 다 축구를 잘한다는 소리를 아마 들은 선수들이 프로에 올 텐데, 프로에서는 또 그런 백업 선수가 필요하잖아요. 누군가는. 근데 그게 저라는 사실이 되게 상실감이 처음에는 컸지만, 근데 그 상실감을 어떻게 버티느냐, 어떻게 잘 버티느냐가 프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저는 또 그런 나만의 방법을 잘 터득해서, 그 상실감 대신에 좀 마지막에는 이렇게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그런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 이가혁〉 벤치에서 주전 선수 보시면서 '아, 쟤가 나보다 요새는 못 하는 것 같은데' 이런 순간도 있지 않았을까요?

◆ 임민혁〉 (웃음) 솔직히 말하면 모든 후보 선수들이 그 생각 가지고 있을 텐데요.

◇ 이가혁〉 임민혁 선수에 대한 정보를 좀 말씀드리면 94년생이시고 올해 30살이시고요. 최종 팀이 천안 시티 FC, 그전에 전남 드래곤즈, 대전 시티즌에도 계셨고요. 축구로 유명한 포항 제철고 졸업하셨네요. 이후 포항 입단을 추진했지만 막판에 무산이 됐었고, 그래서 동아대학교에 입학을 했지만 또 입단 3일 만에 동아대 축구부가 해체됐고, 그리고 실업팀 미포조선 갔다가 고려대로 입학을 하셨고.

◆ 임민혁〉 네, 맞습니다.

◇ 이가혁〉 이 때 빛났던 순간이, 2015년 추계대학연맹전 때 고려대가 27년 만에 우승을 했는데 그때 주전 골키퍼셨네요.

◆ 임민혁〉 네, 맞습니다. 대학 생활이 축구 인생에서 가장 좀 찬란하고 빛났던 순간인 것 같습니다. 그때는 경기도 많이 뛰었고 우승이나 이런 것들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리고 정기 고연전에서 활약했던 순간이 잊지 못할 순간인 것 같습니다.

◇ 이가혁〉 그리고 그 시절 2015년에 U-23 대표팀에도 선발이 되셨고,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 때도예비 명단에 오르셨고. 그러니까 사실은 저희가 지금 '2부 리그에서 선수 생활 마감했다. 후보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아니 솔직히 프로 가는 거 자체가 그리고 U-23 대표팀 뽑히는 건 정말 1% 나 돼야 들어갈까요? 다른 분들이 혹여나 '실패한 선수'라고 생각할까 봐 굳이 제가 좀 짚어드렸습니다.

◆ 임민혁〉 감사합니다.

임민혁 선수

임민혁 선수


◇ 이가혁〉 그런데, 30살이면 조금 더 뛸 수 있는 나이긴 하잖아요. 아쉬움은 없으세요?

◆ 임민혁〉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저는 없다고 계속 말씀을 드렸거든요. 지금도 아마 답은 똑같을 것 같습니다. 근데 제가 요즘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설렌다'라는 말이거든요. 요즘 정해진 일정대로 사는 그런 삶이 아니라, 내가 뭔가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계획하고 이런 삶을 살아갈 것 같아서 아마 지금 계속 설렌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이가혁〉 뭔가 설렌다. 그리고 은퇴글을 올린 게 예상치 않게 주목을 받으면서 또 설레는 일들이 많이 생길 수도 있겠네요.

◆ 임민혁〉 네, 맞습니다. 지금 이 인터뷰하는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 이가혁〉 이 정도면 제가 좀 앞선 생각이지만 유퀴즈 한번 섭외가 들어오지 않을까요? 아직 안 들어왔죠?

◆ 임민혁〉 아직 안 들어왔습니다.

◇ 이가혁〉 제가 단언컨대 한번 들어올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저희도 오늘 방송 나가면 유튜브에도 올라가고, 네이버 같은 주요 포털에도 올라가기 때문에, 유퀴즈 한번 감히 예상해 봅니다. 섭외 오면 응하실 거죠? 유퀴즈.

◆ 임민혁〉 무조건 오케이입니다.

◇ 이가혁〉 알겠습니다. 저희들끼리 좀 설레발을 좀 해봤네요. 아쉬움보다는 설렌다고 하셨습니다. 아무튼 그래도 축구 인생 18년을 조금 이른 나이에 마감하셨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선수로 기억되면 좋을지, 어떻게 바라세요?

◆ 임민혁〉 경기에 많이 못 나와서 기억을 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잘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맡은 바 항상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하게 최선을 다했다' 이렇게 기억이 되면 그래도 가장 뿌듯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이가혁〉 고등학교 유소년 선수가 K 리그 프로 선수가 될 확률이 한 0.8%라고 해요. 그러니까 아무튼 임민혁 선수는 그런 좁은 바늘 구멍을 뚫었는데, K리그를 꿈꾸는 지금 청소년들에게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 임민혁〉 생각보다 더 냉정한 곳이기 때문에 더 많은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1등과 꼴찌가 매겨지는 순위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정말 더 냉정, 생각했던 것보다 더 냉정한 곳이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고, 그렇지만 또 역설적으로 너무 또 순위나 이런 남들과의 비교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1등을 하지 말라는 소리가 절대 아닙니다. 열심히 노력해야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또 1등 할 때 패배자들에 대한 격려와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마음도 같이 가지고 있는 그런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 이가혁〉 어렵고 냉혹하다는 건 알지만, 생각보다 더 냉혹하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따뜻한 마음까지도 같이 있어야한다. 그 방법 중에 하나는 독서도 좋겠네요.

◆ 임민혁〉 저는 독서라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근데 각자의 방법이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 이가혁〉 독서를 오래 해오신 탓인지 앞서도 말씀하셨지만 그래서 글을 굉장히 잘 쓰셔서 이 글로 또 한번 주목을 받고 계십니다. 은퇴글을 보면 마지막에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면서 새 인생을 살아가겠다” 이 부분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특히 우리 임민혁 선수 고대 나왔는데 연대를 또 말씀하셨어요. 제가 말장난이었는데 괜찮았나요?

◆ 임민혁〉 좋았습니다.

◇ 이가혁〉 연대를 말씀하시는 건 어떤 의미인지 제가 여쭤봐도 될까요?

◆ 임민혁〉 저는 혼자 살아가는 세상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혼자 살 수도 없고, 모든 사람들의 연대가 필요한데 또 그 연대는 또 지금 잘 되고 있는 사람, 잘 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을 한 번씩 뒤돌아보지 않는 세상이라면 저는 1등을 해도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반쪽자리라고 생각합니다.

◇ 이가혁〉 그래서?

◆ 임민혁〉 그래서 그런 연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잘 놀고, 잘 일하고, 사랑하지만, 마지막에 꼭 연대가 필요하다고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이가혁〉 임민혁 선수의 은퇴의 글. 여러분들 꼭 읽어보십시오. 그런데 솔직히 본인이 100% 다 쓴 거 맞습니까?(웃음)

◆ 임민혁〉 제가 100% 다 썼습니다.

◇ 이가혁〉 여러 번 고치신 거 아니에요?

◆ 임민혁〉 그런데 저는 은퇴를 계획적으로 했기 때문에, 항상 머릿속에 조금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해왔지, 일필휘지한 거는 절대 아닙니다.(웃음) 지금 좀 걱정인 게 혹시나 지인들과 카톡 이런 거 할 때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틀릴까 봐 괜히 그런 걱정이 있긴 한데 절대 일필휘지 한 것이 아니라는 것 말씀드립니다.

◇ 이가혁〉 딱 컴퓨터 켜고 다다다닥 쓴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머릿속에서 생각을 많이 해오신 상황이군요.

◆ 임민혁〉 네 맞습니다.

◇ 이가혁〉 역시 생각 깊은 생각이 또 좋은 글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요. 앞으로의 임민혁!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 듣고 마무리하겠습니다.

◆ 임민혁〉 지금 큰 계획보다는 제가 아직 대학교 학업을 마치지 못해서 1년 동안 남은 학업을 마무리할 생각이고요. 그 이후의 방향에 대해서는 차차 생각해 보겠지만, 될 수 있으면 현장에서보다는 뭔가 지금 우리 축구계에서 잘 벌어지지 않고 있는 그런 제도나 법을 조금 고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물론 어렵겠지만 지금 축구 인생 어려웠던 거 부딪혔던 것처럼 그 일도 한번 부딪혀서 열심히 해보고 싶습니다.

◇ 이가혁〉 그럼 축구 행정가나 이런 쪽으로 생각을 하고 계신 건가요?

◆ 임민혁〉 네 지금은 대강 그렇습니다.

◇ 이가혁〉 그렇군요. 앞으로도 임민혁 선수를 좋은 소식으로 많이 만나 뵙길 바라고 또 많은 분들이 이 글을 한번 읽어 보시고나면 '어? 임민혁 선수네' 하면서 반갑게 앞으로의 소식을 접하실 것 같습니다. 더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면서 새 인생을 살아가겠다. 보는 사람에게도 많은 울림을 준 은퇴 글을 올린 임민혁 선수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임민혁〉 네 감사합니다.

(지난 1일 임민혁 선수의 은퇴글 전문)

안녕하세요, 임민혁입니다.
K리그가 개막하는 오늘, 저는 프로, 아마 총 18년 동안 이어온 축구 선수의 삶을 폐막하려 합니다.

서른 즈음 되면 대충 압니다. 세상에는 간절히 원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요.

포기하지 않고 끝내 쟁취하는 것도 훌륭한 일이지만 훌륭함만이 삶의 정답은 아니기에 한치의 미련 없이 떠나봅니다.

저의 축구 인생은 완벽하지도, 위대하지도, 아주 훌륭하지도 않았지만 정정당당하게 성실히 땀 흘려 노력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멋진 세계에서 멋진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내 삶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온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오히려 언젠가부터 느꼈던 저보다 열정 있고 성실한 후배들의 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자기 비하의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어 속이 후련하고, 적어도 추한 선배는 되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약속 하나는 지키고 그만두는 거 같아 다행이기도 합니다.

저는 더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면서 새 인생을 살아갈 것 입니다. 3.1일. 새로 시작하기 날짜도 딱 좋네요.여기저기 축하 만세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모두들 감사했고, 잘 머물다 갑니다



[인터뷰] 축구팬 울린 '무명' K리거의 감동적인 은퇴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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