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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돌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알겠는데요

입력 2024-03-01 07:01

촬영 끝난 지 3년 만에 개봉 앞둔 '돌핀' 리뷰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뚜렷하나 답답한 전개와 찝찝한 결말
눈살 찌푸려지는 시대착오적인 영화적 허용도 곳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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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끝난 지 3년 만에 개봉 앞둔 '돌핀' 리뷰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뚜렷하나 답답한 전개와 찝찝한 결말
눈살 찌푸려지는 시대착오적인 영화적 허용도 곳곳에

[리뷰] '돌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알겠는데요
출연: 권유리·길해연·현우석·박미현·심희섭 등

감독: 배두리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90분

한줄평: 개운하지 않은 뒷맛

팝콘지수: ●○○○○

개봉: 3월 13일

줄거리: 삶의 변화가 두려운 30대 여성이 우연히 발견한 즐거움을 통해 용기를 얻어 세상으로 튀어 오르는 이야기
[리뷰] '돌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알겠는데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작품에 충분히 녹여져 있으나 스토리와 인물 간의 감정선 전부 이해하기 어렵게 느껴졌다. 여기에 시대착오적인 영화적 허용은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감독과 배우들 모두 열심히 작업한 영화가 관객들과 마주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린 만큼 기대치 역시 남다를 터. 하지만 뚜껑을 열기도 전에 닫고 싶어지는 '돌핀'이다.

'돌핀'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15기 배두리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장편 데뷔작이다. 바다 마을 서천을 배경삼아 지역 주민들의 현실 고민을 인물 저마다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특히 극을 이끄는 타이틀롤로 그룹 소녀시대 멤버 겸 배우 권유리를 발탁해 개봉 전부터 작품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배두리 감독은 휴머니틱한 스토리에 볼링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접목했다. 스포츠 영화가 아니지만 작품 내 볼링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다. 주인공이 외지인들과 자연스럽게 엮이는 매개체 역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변화 앞에 불안해하는 주인공의 안식처이자 고민을 잊게 만드는 수단으로 쓰인다. 영화를 보다 보면 볼링공이 갑작스럽게 튀어 올라 남은 한 개의 핀을 쓰러뜨리는 행운인 '돌핀'을 왜 제목으로 짓게 됐는지 확인 가능하다.

특히 '돌핀'은 확실한 주제를 담고자 했던 배두리 감독의 속뜻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30대 여성이 여러 계기로 삶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삶에서 변화와 시작을 앞둔 이들에게 응원과 용기를 전한다'는 배두리 감독의 메시지가 뚜렷하다. 인구 소멸 위기 및 외지인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주민들의 태도 등 지방 소도시의 현실 문제 또한 리얼하게 그려냈다.

답답한 전개와 이해 어려운 감정선

[리뷰] '돌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알겠는데요
'돌핀'은 삶의 변화 앞에서 망설이는 30대 지역신문 기자 나영(권유리)이 우연치 않은 기회를 통해 볼링을 접하며 용기를 가지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재혼을 앞둔 정옥(길해연), 서울로 떠나기로 결심한 성운(현우석), 남자친구와 결별 이후 볼링장을 혼자 운영 중인 미숙(박미현), 서천에 정착하고자 내려온 해수(심희섭) 등 나영과 얽힌 인물들의 에피소드도 담겼다.

러닝타임이 90분으로 비교적 짧으나 전개 속도가 일일드라마급이다. 나영이 본인의 터전인 집을 파니 마니 옥신각신하는 부분과 서울에 가고자 결심한 성운을 뜯어 말리는 데 거의 모든 시간을 소비한다. 갑작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주인공 모습을 자세히 선보이고자 했던 배두리 감독 의도였겠지만 나영의 도약 이후 과정을 좀 더 풀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짙다. 그러다 보니 '돌핀'은 본 이야기 시작 전 공개된 프리퀄(prequel) 느낌도 난다.


인물들의 감정선 역시 종잡을 수 없어 몰입도가 떨어졌다. 여러 지점 가운데 해수와 기분 좋게 저녁을 먹던 나영이 해수가 성운의 서울행을 부추겼다는 오해를 하고 분노하며 횟집을 뛰쳐나가는 신, 나영과 이견이 생기자 급발진 후 운전을 시도하더니 돌변해 나영의 몸 상태를 걱정하는 성운의 모습은 가장 물음표가 떠올랐던 장면이다.

뿐만 아니라 '돌핀' 내 시대착오적인 영화적 허용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3년 전에 촬영을 했다고 하더라도 미성년자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상황 속 고등학교 3학년 설정의 성운이 담배 피우고 맥주 마시는 장면을 굳이 넣었어야 했을까 싶다. 주민들도 학생의 술, 담배를 눈 감아주거나 오히려 괜찮다고 부추긴다. 성운의 생년월일이 극 중에 나오진 않았지만 수험생이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 만큼 무면허 운전으로 보여지는 장면 역시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


첫 술에 배부른 법 없다곤 하지만 배두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은 아쉬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각 캐릭터에 내재된 현실 고민들의 유기적인 스토리텔링이 단점에 파묻히는 모양새다. 권유리의 화제성 덕분에 주목을 받고 있으나 부진을 면치 못한 실험적인 저예산 독립 영화들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박상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anghoo@jtbc.co.kr(콘텐트비즈니스본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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