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동해안은 이맘때면 가자미, 광어 잡이로 한창 바쁜 시기입니다. 그런데 강릉의 한 항구에 배를 띄우지도 못할 정도로 모래가 쌓여 어민들이 일주일 넘게 조업을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이은진 기자가 현장취재했습니다.
[기자]
강릉 안인항입니다.
요즘이 가자미 조업철인데요.
고기를 잡으러 나가야 할 배들이 일주일 째 이 자리에 묶여 있습니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배가 들고 나야 할 길목에 쌓인 건 검은 모래입니다.
항구가 아니라 공사판 같습니다.
포크레인이 연신 모래를 퍼내고 어민들은 멀뚱히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봉자/강릉 안인진어촌계 어민 : 그냥 놀고 있잖아요, 이렇게. 가자미도 나고 별 고기 다 나는데 이거 뭐 나가야지 잡지…]
[이원규/강릉 안인진어촌계장 : 강제로 나가다 보니까 파손이 굉장히 많이 되잖습니까. 수리비가 많게는 수천만 원씩…]
배가 뜨려면 물 높이가 1m는 넘어야 하는데 절반도 채 못 채웠습니다.
물길을 내느라 준설을 하는 일, 처음이 아닙니다.
[이봉자/강릉 안인진어촌계 어민 : 파도가 치잖아. 그럼 또 들어와. 또 들어와서 이 항구가 못 써.]
어민들은 2020년 짓기 시작해 지난해 가동한 화력발전소가 문제라고 말합니다.
[이원규/강릉 안인진어촌계장 : 화력발전소가 물을 빨아들이고 내보내야 되지 않습니까. 물결 따라 모래가 같이 이동을 해서 이쪽 안인항 쪽으로…]
반대편 안인사구는 모래가 다 사라졌습니다.
사구라는 이름이 무색합니다.
4년 전까지만 해도 고운 모래가 찬 백사장이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모난 굵은 돌만 남아 있고요.
해안 경계를 위해 설치했던 시설물과 큰 쓰레기들까지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습니다.
동해안 유일 생태경관보전지역이지만, 이제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 됐습니다.
현상은 분명한데 원인을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
지자체는 "발전소와 인과 관계를 찾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지금도 모래는 쌓여야 할 곳에선 빠지고, 빠져야 할 곳에 쌓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