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리뷰] 처연한 '로기완' 나락에서 피어난 사랑과 인류애

입력 2024-02-29 15:29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영화 '로기완' 리뷰
탈북·난민·마약·안락사 등 사회적 이슈 '사랑'으로 융합
처연한 멜로 감성의 힘…이국적 풍광 신의 한 수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영화 '로기완' 리뷰
탈북·난민·마약·안락사 등 사회적 이슈 '사랑'으로 융합
처연한 멜로 감성의 힘…이국적 풍광 신의 한 수

[리뷰] 처연한 '로기완' 나락에서 피어난 사랑과 인류애


출연: 송중기·최성은·와엘 세르숩·조한철·김성령·이일화·이상희·서현우
감독: 김희진
장르: 멜로·드라마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31분
한줄평: 사랑의 순정은 구원
팝콘지수: ●●●
공개: 3월 1일
줄거리: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와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채 방황하는 여자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

[리뷰] 처연한 '로기완' 나락에서 피어난 사랑과 인류애

그럼에도 결국 '사랑'이 이긴다. 때론 삶을 잃게 만들기도, 때론 살아가게 만들기도 하는 원초적 힘을 다양한 방식으로 건드리며 끝끝내 희망과 자유를 찾아내는 여정. 메마르고 지친 땅에도 꽃은 피어나기 마련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짙은 색채의 멜로 장르다. 2011년 발매 된 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로기완'이 넷플릭스 영화로 내달 1일 전 세계 190여 개국 시청자들을 만난다. 최초 기획부터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무려 10년. 이 또한 사랑의 힘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사냥의 시간'(2020)을 시작으로 최근 '황야'까지 어느 덧 스무 편에 가까운 한국 영화들이 '넷플릭스 영화'로 소개되고 또 공개됐지만, 신드롬을 이끈 몇 편의 시리즈와 달리 영화는 단순 콘텐트 수집이 주 목적인가 싶을 정도로 국내외에서 이렇다 할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특히 '작품성' 면에서 만족도가 크게 떨어졌는데, '로기완'은 그 작품성 면을 주목할 만한 첫 번째 넷플릭스 영화로 시선을 끈다. 도파민 폭발하는 자극보다 애틋한 감성에 힘을 쏟았다는 것, 그 힘을 끝까지 잃지 않는다는 것 만으로도 차별화를 꾀한다.

물론 현재 관객들이 반응하는 소재와 분위기, 스토리냐는 점은 물음표다. 그러나 작품 자체의 존재 가치, 필요성 유무에는 충분히 긍정의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 새벽 감성과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라는 점도 24시간 언제든 관람할 수 있는 넷플릭스 콘텐트라는 강점을 어필한다.

어둠에서 빛을 찾아가는 영화

[리뷰] 처연한 '로기완' 나락에서 피어난 사랑과 인류애

작품은 "살아야 한다"는 엄마의 유언을 가슴에 품고 자신의 이름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인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홀로 벨기에로 떠난 로기완, 벨기에 국가대표 사격 선수로 활약했지만 엄마의 죽음 이후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린 마리 각자의 지옥 같은 삶을 그리면서 이들의 만남 이후 인생을 따라간다.

진퇴양난 벼랑 끝 상황, 죽음과 삶의 경계에 있는 인물들에 탈북·난민·마약·안락사 등 사회적 이슈까지 소재로 다루면서 전반의 분위기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그 어둠을 뚫어내는 감정은 결국 '사랑'이다. 지쳐 쓰러져 잠든 로기완의 지갑을 마리가 훔치면서 시작되는 이들의 인연은 혐관으로 만나 사랑으로 구원되는 서사다.

그 안에서 다양한 주변 인물들이 얽히고, 드라마틱한 갈등도 생기지만 이 또한 사랑으로 해소해 나간다. 때문에 스토리를 이끄는 인물들과 이를 연기한 배우들의 확연히 눈에 띌 수 밖에 없다. 2017년 첫 콜 이후 2022년까지 '로기완' 프로젝트를 놓지 않은 송중기, 오디션에 합격하며 괴물 신예임을 증명한 최성은이 함께 했다.

[리뷰] 처연한 '로기완' 나락에서 피어난 사랑과 인류애
[리뷰] 처연한 '로기완' 나락에서 피어난 사랑과 인류애

'로기완'을 택한 배우 송중기의 키워드는 변신 그리고 도전이다. 극 초반 30분, 중국으로 탈북한 로기완이 어머니의 목숨 값을 들고 벨기에로 떠나기까지의 과정, 그 곳에서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해 2차 인터뷰를 기다리기까지 과정이 번갈아가며 펼쳐지는 시퀀스에서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송중기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집도 절도 없고 속해 있는 나라조차 없는 유령의 존재다. 북한말을 사용하는 것부터 화장실에서 자고, 쓰레기통을 뒤지고, 곰팡이 핀 음식물 찌꺼기를 먹고, 얻어 맞는다. '화란'의 역할이 다소 변화를 위해 꾸며진 느낌이 들었다면, '로기완'은 등장부터 로기완 그 자체로 보여진다는 점에서 그 호흡이 매끄럽다.


또한 주어진 삶에 마냥 굴복 당하기만 하는 캐릭터는 아닌, 인물 자체는 굉장히 단단한 중심을 잡기 때문에 일부 성격과 감정들은 송중기 본연의 힘, 본질과도 어느 정도 맞닿아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사랑을 비롯해 로기완으로서 겪는 다양한 표정을 주저 없이 표출하는 점도 신선하다.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손에 꼽힐 만큼 캐릭터에 녹아 든 열연이 빛난다. 이미지 면에서는 '늑대소년'(2012) 철수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무려 12년이 넘는 시간을 거스른 송중기의 비주얼은 예상 못한 색다른 놀라움을 자아낸다.

[리뷰] 처연한 '로기완' 나락에서 피어난 사랑과 인류애
[리뷰] 처연한 '로기완' 나락에서 피어난 사랑과 인류애

단순하게 '금쪽이'로 표현할 법한 최성은은 현재 충무로의 대세가 된 고민시와 쌍벽을 이루는 '리틀 전도연'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엄마의 죽음에 대한 아버지와의 오해와 갈등이 깊어지면서 스스로의 인생을 대놓고 망가뜨리는데, 사격을 이용한 도박 무대, 마약 투약 등 무너지는 모습이 파격적이고 강렬하다.

반면 사랑과 진심 앞에서는 순수하고 처연해 한 작품 두 얼굴의 최성은을 감상케 한다. 치열했던 오디션 합격에는 이유가 있다. 실제 11살 차이가 나는 송중기와의 케미도 기대 이상. '베를린'(2013)의 하정우 전지현이 살짝 떠오르면서 어디에서 살든 잘 살기를 응원하게 만든다.

[리뷰] 처연한 '로기완' 나락에서 피어난 사랑과 인류애

내공 깊은 조연들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로기완의 엄마 김성령를 비롯해 삼촌 서현우, 마리의 아빠 조한철, 로기완의 직장 동료이자 조선족으로 완벽히 분한 이상희가 발군의 연기력으로 '연기 맛집'의 퍼즐을 맞췄다.

다만 '인생 밑바닥에서 만난 사랑'의 그림이 어느 정도는 뻔하고, 소재와 환경이 조금씩 다를 뿐 아주 특별할 수는 없기에 벨기에를 배경으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진행한 이국적 풍광의 로케이션이 '로기완'의 신의 한 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에서 찍었다면 과연 이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까'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이다.

호불호가 갈리는 포인트는 단연 엔딩. 2시간 동안 지켜낸 분위기가 있기에 유치한 아쉬움이 뒤따른다. 찝찝함 없는 깔끔한 마침표가 답답하지는 않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