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혹은 우주소녀 보나의 '원걸쇼', '피라미드 게임'이 시작된다.
29일 정오 공개된 '피라미드 게임'은 한 달에 한 번 비밀투표로 왕따를 뽑는 백연여고 2학년 5반에서 학생들이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로 나뉘어 점차 폭력에 빠져드는 잔혹한 서바이벌 서열 전쟁을 그린다. 동명의 인기 네이버웹툰(작가 달꼬냑)을 원작으로, '성스러운 아이돌' 박소연 감독과 신예 최수이 작가가 영상화에 힘을 합쳤다. 첫 주차 공개인 4회차가 언론에 최근 선 공개됐다.
흥미로운 원작, 무난한 연출 엄한 군인 아버지 밑에서 여러 차례 전학을 다니며 성장해온 김지연(성수지).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살아남는 것은 김지연의 특기다. 다른 반과는 철저히 분리된, 수상한 백연여고 2학년 5반으로 간 그는 말도 안 되는 피라미드 게임에 말려든다.
인기투표인 피라미드 게임에서 가장 밑바닥 F등급이 된 김지연은 견디기 힘든 괴롭힘을 당하고, F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친다. 전략을 세우고 아군을 모으며 부당한 체제를 전복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이 피라미드 게임을 만든 사람은 누구인지, 왜 이런 게임을 하는 것인지, 그 안에 숨은 비밀은 무엇인지, '피라미드 게임'의 내부로 조금씩 다가간다.
여느 하이틴 드라마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세트장에 더 빛나는 청춘 배우들을 모았다. 그런데,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정반대다. '동물의 왕국'을 방불케 하는 생존 경쟁이 담겼다. 같은 반 친구를 따돌리는 모습은 끔찍하고, 그런 따돌림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빛은 더 끔찍하다. 영원한 아군도 적군도 없는 상황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입지를 넓혀가는 모습은 정치판 저리가라다.
처음엔 비현실적이다. '이딴 게임에 왜 동참해?'라는 의문으로 몰입하기 힘들다. 그런데, 김지연을 따라 백연여고 2학년 5반을 가까이 들여보다 보면 어느샌가 다음 회차가 궁금해진다. 모든 인물이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터라, 그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내며 추리하는 재미가 있다. 피라미드 게임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상황을 참고 지켜보면, 이후부터는 이 쿠데타에 함께 힘을 모으게 되는 매력을 지녔다.
흥미로운 원작 덕분이다.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시리즈는 원작의 매력 또한 영상으로 옮겼다. 연출은 무난하다. 이야기 전개를 따라가면 된다. 복잡한 해석은 필요하지 않다.
군계일학 김지연 '피라미드 게임'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은 김지연이다. 우주소녀 보나에서 김지연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해낸 그는 이번에도 제 몫을 해냈다. 신인들이 대다수인 백연여고 2학년 5반에서 중심을 잡는다. 다소 연기가 서툰 신인 배우와 한 장면에 함께 등장할 때면, 베테랑 같은 내공이 더욱 빛난다.
극 중 성수지 캐릭터는 상황과 위치에 따라 얼굴을 바꾸는 인물이다. 김지연은 능청스러운 연기로 성수지를 성수지답게 그린다. 비현실적 설정의 이야기인 만큼, 적당히 오버스러운 연기도 보여줘 시청자의 몰입을 돕는다. 김지연의 '원걸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활약을 펼친다.
신슬기의 발견…장다아는 글쎄 '피라미드 게임'이 발견한 원석이 있다. 넷플릭스 예능 시리즈 '솔로지옥' 시즌2로 얼굴을 알린 신슬기다. '핫'한 솔로였던 신슬기는 배우 신슬기의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서도아 캐릭터의 분량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발성과 딕션, 표정 연기, 캐릭터 표현 모두 합격점이다.
이 작품이 알려지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배우 장다아는 호평을 받긴 힘들 듯하다. 아이브 장원영의 언니로, '피라미드 게임'에서 크레딧 두 번째에 이름을 올린 장다아는 신인의 서툰 연기를 보여준다. '신인이니까 이해할 수 있다'지만, 장다아에게 주어진 분량이 많다. 10부작인 '피라미드 게임'에서 공개된 회차는 4부까지로, 이후 장다아가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