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대법원 "온라인 사기에 계좌 이용당한 판매자 배상책임 없어"

입력 2024-02-26 11:43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굴삭기를 두고 벌어진 온라인 거래 사기 사건에서 계좌번호가 유출된 판매자가 돈을 떼인 구매자에게 배상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판매자도 사기범에게 속은 피해자로 볼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오늘(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피해자 B씨가 판매자 A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에서 이러한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A씨는 2021년 11월 온라인 거래 사이트에 굴삭기를 6500만원에 판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사기범은 A씨에게 연락해 굴삭기를 사겠다며 계좌번호 등을 요구했고, 이후 A씨를 사칭해 B씨에게 굴삭기를 5400만원에 팔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를 받아들인 B씨는 사기범 요구대로 A씨 계좌에 5400만원을 보냈습니다.

사기범은 A씨에게 5400만원을 자신이 보낸 것처럼 하면서 세금신고 문제를 이유로 통장에 거래금액이 찍혀야 한다며 5000만원을 다른 계좌로 다시 보내주면 바로 잔금을 이체하겠다고 속였습니다.

이에 A씨는 해당 계좌로 5000만원을 보냈고, 돈을 받은 사기범은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사기범이 잠적하자 잔금을 받지 못한 A씨와 대금을 완납했으니 굴삭기를 가져가겠다는 B씨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그제야 두 사람은 사기 사건에 휘말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B씨는 A씨를 상대로 5400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사기범이 가로챈 5000만원은 A씨 책임이 아니라고 보고 400만원만 돌려주라고 판결했습니다.

반면 2심은 "A씨가 사기범의 불법행위를 방조했기 때문에 손해배상 해야 한다"는 B씨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2000만원을 추가로 배상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또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A씨는 사기범의 불법행위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도 사기범의 말에 속아 계좌번호 등을 전송해 준 피해자로 볼 수 있고, A씨가 이와 관련해 어떠한 대가를 받지도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400만원 외에 배상 책임은 없다는 겁니다.

또 A씨가 사기범에게 굴삭기 사진과 계좌번호 등을 보낸 데 대해선 "매매 과정에서 필요한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이 자료가) 범행에 이용될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정황도 없었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A씨는 매수인이자 돈의 송금인으로 알았던 사기범의 요청에 따라 돈을 다른 계좌로 이체한 것에 불과하다"며 "A씨로선 아직 굴삭기를 인도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런 이체 행위가 비정상적인 거래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