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해로 구순인 늦깎이 고등학생이 빛나는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최고령 고교 졸업자가 된 김은성 할아버지인데요.
이은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읽어볼게요. 자, 시작!"
졸업식 하루 전, 마지막 영어 수업.
아흔 살 김은성 할아버지가 시원한 필체로 링컨의 연설문을 받았습니다.
몇 년 전까지 상상도 못 하던 모습입니다.
열 여덟 살 때 난 6.25 전쟁, 피난을 가며 학교와는 연이 끊겼습니다.
생계를 꾸리는 게 바빴지만, 한번씩 마음이 허전했습니다.
"'(너희 아버지) 어디 학교 나오셨어' 하면 '장단초등학교예요' 이러면 창피하잖아요."
김 할아버지는 더 늦기 전에 용기를 내기로 했습니다.
여든 여섯에 시작한 늦깎이 공부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영 형편 없는 게 내 자신이, 나한테 화가 난 거야. 내까짓 게 뭐 영어 배운다고 이렇게…"
때려 치우려다 '하루만 더 가보자' 하던 게, 4년이 흘렀습니다.
그 어렵던 영어도 이제는 꽤 자신이 있습니다.
"외국인 만나면은 영어로다가 뭐 길 안내 정도는…"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1시간 반, 이 등굣길도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매일 쓰던 모자 대신 쓴 학사모는 어색합니다.
손녀 꽃다발을 받고서야, 실감납니다.
"축하를 다 할 줄 알고, 아이고 예뻐라."
졸업식이 시작되고, 할아버지 이름이 불립니다.
"성명 김은성, 위 사람은 본교 경영정보과 전 과정을 마쳤으므로 졸업장을 수여함. 큰 박수로 축하해주시기 바랍니다!"
국내 최고령 고교 졸업생입니다.
김 할아버지, 대학은 안 가기로 했지만 공부를 놓진 않을 예정입니다.
"여하튼 놀지는 않을 거예요. 건강하거든요."
할아버지에게 졸업은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