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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남결'로 전성기 맞은 송하윤…"정수민으로 살며 미치게 외로웠죠"

입력 2024-02-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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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하윤. 사진=킹콩by스타쉽

배우 송하윤. 사진=킹콩by스타쉽

정수민으로 살던 지난 1년 간을 배우 송하윤(37)은 "미치게 외로웠다"고 이야기했다.


20일 종영한 tvN 월화극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역대급 빌런 정수민을 연기한 송하윤. 처음으로 악역을 맡아 자신을 내던지며 캐릭터에 몰입했다. 1년 간 친구도 만나지 않고, 연락도 끊었다. 예능프로그램을 봐도 웃지 않았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모아 모두 정수민이란 캐릭터에 쏟아부었다.

노력은 빛을 발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시청률은 5.2%(닐슨 코리아 기준)로 시작해 11.8%까지 치솟았다. 인기를 견인한 일등공신으로 단연 송하윤의 이름이 언급됐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온 송하윤은 데뷔 20년 만에 배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게 됐다.
배우 송하윤. 사진=킹콩by스타쉽

배우 송하윤. 사진=킹콩by스타쉽


-종영 소감이 궁금하다.
"다행이란 느낌이 든다. 이야기가 많았던 대본이어서, 스태프분들도배우분들도 무사히 건강하게 잘 끝난 것 같다. 결과도 다행이다."

-흥행을 예상했나.
"예상이라기보다는 사랑받을 수 있게 잘 숨어야겠다고 감독님에게 말했다. 절대 버림받지 않게 사랑받을 수 있게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정수민 욕은 하는데, 송하윤 욕은 안 하시더라. 많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인기를 실감했나.
"연기자들은 현실적으로는 실감 못 하는 것 같다. 지금 느껴지는 건, 정수민으로 1년간 준비하면서 미치게 외로웠다. 그랬는데, 외로웠던 걸 다 품어주시는 것 같은 댓글이 많았다. 외로움이 싹 가시는 것 같았다."

-왜 외로웠나.
"제가 저를 지독하게 괴롭혔다. 정수민으로 살기 위해서. 끊임없이 제가 저를 설득했다. 처음엔 잘 안 받아들여졌다. 전체 리딩 때까지도 저는 대본을 잘 못 읽은 상태였다. 너무 거부감이 들었다. 수민이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처음엔 그렇게 시작했다."

-거부감이 들었는데, 왜 작품을 선택했나.
"제 연기에 대한 권태가 있었다. 솔직한 마음이다. 연기자 생활에 대한, 같은 패턴에 대한 권태가 있었다. 대본을 읽었는데, 수민이 주변에 아무도 없더라. 나쁜 애라는 걸 알지만, 읽다가 '얘는 누가 지켜주지'란 생각을 했다. 정수민은 송하윤이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권태에 대한 답을 찾았나.
"권태가 아니더라. 수민이로 살아보니까. 수민이라는 캐릭터 덕분에 제 마음과 시야에 대한 넓이가 넓어졌다. 그런 부분들이 좋아졌다."

-정수민이라는 캐릭터가 이해된 건가.
"아직도 이 캐릭터의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 악의 마음을 읽는 것, 제가 품어야 하는 건 쉽지 않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송하윤

'내 남편과 결혼해줘' 송하윤


-이해가 안 된다고 하기엔, 살 떨리는 연기를 보여줬다.
"저도 기억이 안 난다. 촬영할 때 '액션' 소리가 나면 다른 세상으로 갔다. 그런 경험을 엄청나게 많이 하진 않는데, 수민이 역할을 할 때는 기억 안 나는 것들이 많았다. 다 찍고 나서 주저앉았던 적도 있다. 탈진했다. 다 끝나고 '저 대사 했나요'라고 물어본 적도 있다. 드라마를 보며 저도 정수민을 구경했다. 저도 정수민에게 홀렸던 것 같다. SNS도 이거 시작하면서 다 삭제했다. 제 얼굴을 보면 정수민으로 못 살 것 같았다.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에게도 방해되고 싶지 않았다."

-힘들었겠다.
"1년간 수민이로 살면서, 인간으로서 느끼는 어려운 감정을 입 밖으로 한 번도 내뱉지 않았다. '힘들다'고 하면 와르르 무너질 것 같았다. 버티면서 찍었는데, 끝나고 '힘들긴 힘들었다'고 하니 눈물이 나더라. 작년 한 해는 눈물을 안 흘렸다. 저도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잘 모르겠다."

-마지막 장면 찍을 때 뭉클했겠다.
"수민이 캐릭터를 교도소에 두고 온 게 너무 마음에 걸린다. 그런 캐릭터이지만, 연기한 저로서는, 제가 수민이의 목격자이니까, 그냥 열심히 산 것 같다. 얘는 바빴다."

-주변 지인들이 정수민 같아서 무서워했겠다.
"지인들과의 만남도 다 차단했다. 설명을 하고, 일 년간은 그랬다. 저도 악역이 처음이라 방법을 몰랐다.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했다. 송하윤에겐 잔인하지만. 송하윤의 불행을 끌어다가 정수민의 행복으로 썼다."

-원작보다 복잡한 감정선의 악역이었다.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웹툰에 나오는 단순한 건 성격이나 말투로 입혔다. 어느 인간이나 삶에서 자기가 주인공이니까, 입체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또래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다 좋았다. 좋은 점들도 너무 많으니까, 그런 걸 보고 배우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그렇지만, 정수민은 잘 섞이지 않는 느낌을 가져야 했다. 그래서 많이 장난치거나 하진 못했다. 대신에 한 번씩 사랑 고백을 했다. 연기이지만, 공격적인 대사를 들으면 손도 떨리고 그렇다. '그렇지만 송하윤은 (박)민영이를 많이 좋아해. 그렇지만 내 마음은 이거야'라며 문자를 주고받았다. 민영이랑은 서로 눈만 봐도 눈물이 났다. 그래서 마주치지 않았다. 일이니까, 철저히 차단했다."
배우 송하윤. 사진=킹콩by스타쉽

배우 송하윤. 사진=킹콩by스타쉽


-이이경과는 어땠나.
"배우들과 다 잘 맞았다. 한 명도 빠짐없이 캐릭터의 인생을 꼼꼼히 살려고 했다. 그게 현장에서 너무 많이 느껴졌다. 호흡이 안 맞을 수가 없었다. 워낙 센스가 있는 배우라, 현장에서 그런 것들을 잘 받아주고 잘 주기도 한다."

-액션신도 많았다.
"현장은 제작진이 어마어마하게 보호를 해주는 상태로 찍었다. 머리카락 한 올도 안 빠졌다. 너무 안전하게 잘 준비해줬다. 마음은 본인들의 몫이다. 본인들이 감당해야 한다. 스트레스조차도 수민이 거라고 생각했다. 스트레스가 풀릴까 봐 오히려 더 걱정했다. 즐거운 예능을 본다든가 하면, 잠깐의 해방감이 생기지 않나. 이런 것조차도 안 하고, 스트레스를 축적하면서 수민이의 감정으로 표현했다."

-건강은 괜찮나.
"건강하다. 수민이를 연기하며 너무 즐겁고 좋았다. 제 몸을 빌렸으니까, 이것에 대한 후유증인 거다. 배우로서 얻은 게 너무 많다. 연기의 폭이 넓어졌다. 성격도 바뀌어가고 있다. 전에는 도전하지 않는 성격이었던 것 같은데, 수민이로 살고 보니까 후회해도 도전해보는 게 좋은 것 같다."

-이제 악역 제안이 많이 들어올 것 같다.
"다시 악역을 할 생각도 있다. 저는 모든 역할에 다 열려있다. 수민이는 작년에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악이었고, 또 다른 악들은 제 미래에 제가 가진 다른 거로 표현할 수 있다. 캐릭터는 무섭지 않다."
배우 송하윤. 사진=킹콩by스타쉽

배우 송하윤. 사진=킹콩by스타쉽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한국드라마 최초로 높은 순위에 올랐다.
"그냥 너무 감사하다. 뭐라 할 말이. 진짜 감사한 마음뿐이다."

-수민에게 지원은 어떤 존재였을까.
"저도 너무 알고 싶다. 알 것 같기도 한데, 딱 정의내려지지 않은 감정들이다. 작가님이 만든 글 안에서 그냥 계속 놀았다. 수민은 지원을 사랑한 것은 확실하다. 그치만, 미웠던 것도 확실하다. 그런 복잡한 마음으로 수민을 연기했다. 그걸 정의하려고 하면 어지럽다."

-이 드라마 최고의 빌런은 누구일까.
"수민이를 빌런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그냥 열심히 살았는데. 이렇게 욕을 먹는지.(웃음) 저에게 빌런은 미안하지만 지원이었다. 수민이에겐 그렇다."

-지인들은 뭐라고 하던가.
"저에게 지원이 같은 아기 때 친구가 있는데, 보니까 너무 좋아서 '행복해'라고 했다. 그랬더니 '진심이야?'라고 하는 거다. '진짜 진심으로 행복해'라고 했다. 그래서 이제 그렇게 표현 안 하고 천천히 다가가려고 한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눈이 무서웠다고 하더라."

-전문가들은 수민이의 병명을 뭐라고 하던가.
"소시오패스 과라고 하더라. 인간이 인간을 정의할 수 없지만, 우리끼리의 이야기로 하자면 그렇다고 하더라. 수민아 미안해.(웃음)"

-말도 안 되는 웨딩드레스 입은 건 어땠나.
"정말 황당했다. 저도 당황스러웠다. 그치만 어쩌겠나. 어머니가 입으라는데. 저 예뻐해 주신 거니까. 그래도 어머니가 해주신 거니까.(웃음)"

-수민을 떠나보내면서 해줄 말이 있나.
"캐릭터와 상관없이, 그냥 송하윤이 정수민에게 하는 말이다. '수고했다'고 하고 싶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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