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용인 경전철 주민소송' 214억 손배 책임 인정…10년 동안 무슨 일이?

입력 2024-02-14 18:18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용인 경전철 혈세 낭비 논란' 주민소송의 파기환송심 선고에서 이정문 전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일부 인정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서울고법 행정10부(성수제 양진수 하태한 부장판사)는 오늘(14일) 오후 안흥구 씨 등 용인시민들이 용인시장을 상대로 낸 주민소송에서 "용인시청이 이 전 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 등을 상대로 214억 원의 지급을 청구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먼저 이 전 시장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시행사에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하는 내용의 계약을 하면서 그 타당성을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았다"며 "시장으로서의 선관주의의무(직업 및 사회적 지위에 따라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 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용인시의 용역을 받아 수요 예측 업무를 맡았던 한국교통연구원과 소속 연구원들의 과실도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실제 탑승인원은 연구원에서 계산했던 결과의 5~13% 수준에 그쳤다"며 "과도한 수요 예측으로 경전철 사업 계약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습니다.

이를 근거로 법원은 용인시가 이 전 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 등으로부터 214억 여원을 받아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용인시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최소운영수입 보장 계약에 따라 사업시행사에 이미 지불한 4293억 원 중 약 5%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총 214억 원 중 한국교통연구원을 상대로는 전체 손해 금액의 1%에 해당하는 42억 원을 지급받아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수요 예측 실패'…첫 단추 잘못 꿴 용인경전철 30년 역사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세금먹는 하마'가 된 용인경전철의 역사는 약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5년 용인군 시절 용인경전철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했고, 2002년 이 전 시장이 부임한 뒤 본격화됐습니다.

당시 한국교통연구원은 용인시의 의뢰를 받아 용인경전철의 수요를 예측하는 보고서를 썼습니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건 이때였습니다. 연구원은 경전철 1일 예상 이용객을 13만 9000명으로 제시했습니다. 이 전 시장은 이 수요 예측 결과를 근거로 캐나다 봄바디어와 사업 시행 계약을 맺었습니다. 최소 운영 수입이 채워지지 않으면 용인시가 그 금액을 보전해주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2010년 완공된 뒤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최소 수입 보장 비율을 정하는 방식을 두고 시행사와 용인시 사이의 국제 소송도 벌어졌습니다. 소송 비용으로도 막대한 금액이 지출됐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2013년 개통됐지만 1일 이용객 수는 9000명을 넘지 못했고, 2017년에도 3만 명을 넘지 못했습니다. 예측 수요와 10만 명 가까이 차이가 났고 그 손해는 용인시가 고스란히 물어주게 됐습니다.

경전철 공사비와 국제 소송비용 등 이미 지출된 세금이 1조 32억 원, 여기에 10년 동안 용인시가 시행사에 보전해준 금액 4293억 원 만 더해도 이미 천문학적 비용의 손해가 발생했습니다. 게다가 최소수입 보장계약은 2043년까지 유효합니다. 주민들은 경전철로 인한 용인시의 재정 손해가 2조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민간 투자사업도 주민소송 가능" 대법원 첫 판례 이끌어낸 주민소송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주민들은 2013년 10월 용인시장 등을 상대로 주민소송을 냈습니다. 용인시가 경전철 사업 실패에 책임이 있는 관계자들을 상대로 1조 127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받아내야 한다는 겁니다.

주민소송제도는 2006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도입됐습니다. 지자체 주민들에게 위법한 예산 집행 등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등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제도입니다. 300명 이상의 주민의 서명을 받아 '주민 감사'를 청구한 뒤에야 소송을 낼 수 있습니다.

1심과 2심에서는 김학규 전 용인시장의 정책보좌관 박 모씨가 캐나다 봄버디어 사와의 국제소송 당시 특정 로펌에 과도한 입찰금액을 지출해 시에 손해를 끼친 부분만 인정했습니다. "주민 감사 청구에서 다룬 내용과 동일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주민 소송을 낼 수 없다"며 주민소송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2020년 대법원이 이 판단을 뒤집고 주민들의 손을 들어주며 주민소송에 관한 첫 판례가 만들어졌습니다. 대법원은 "주민감사청구와 관련된 내용이면 주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완화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또 민간 투자 사업에 대해서도 주민소송이 가능하다고 본 최초의 판례가 됐습니다.

파기환송심까지 10년…갈길 먼 실제 배상

'혈세 낭비 용인경전철' 주민소송을 낸 원고 안흥택씨가 오늘(14일) 오후 파기환송심 선고가 끝난 뒤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JTBC〉

'혈세 낭비 용인경전철' 주민소송을 낸 원고 안흥택씨가 오늘(14일) 오후 파기환송심 선고가 끝난 뒤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JTBC〉

실제 배상이 이뤄지기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먼저 용인시가 이번 결과에 불복해 재상고하게 되면 또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합니다.

현행법상 주민소송은 간접소송의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선고 결과가 곧바로 손해배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용인시가 선고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겁니다. 추가 소송 과정 역시 1심과 2심, 대법원을 거치며 시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원고 측 대리인은 "실제 배상까지 지난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부분이 주민소송의 맹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선고를 지켜본 원고 안흥택 씨는 "지방자치 시대에 중요한 사례가 되지 않을까싶다"며 "기다려왔던 게 위로가 되고,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