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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저질러도 '직무 지장 없으면' 복직?...구멍 뚫린 공공기관 징계 규정

입력 2024-02-14 14:47

동료 실명시켜도, 음주 사망사고 내도 복직
임용 결격 사유 검증에도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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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실명시켜도, 음주 사망사고 내도 복직
임용 결격 사유 검증에도 '구멍'

성범죄를 저질러 형사 처벌을 받은 직원을 징계만 준 뒤 복직시키는 등 공공기관들이 징계 규정을 느슨하게 운영해온 실태가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감사원. 〈사진=연합뉴스〉

감사원. 〈사진=연합뉴스〉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는 2020년 동료 직원과 술을 마시다가 맥주잔으로 왼쪽 눈을 가격해 실명하게 만든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직원 A씨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만 내렸습니다. 이를 포함해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낸 직원 등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직원 8명에게 퇴직이 아닌 정직이나 경고 처분만 내린 걸로 드러났습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철도공사의 '인사규정'에는 구멍이 있었습니다.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에는 당연 면직 대상이라고 규정해 놓고선, '직무수행에 지장이 없을 때는 그렇지 않다'는 단서 규정을 달아뒀던 것입니다. 동료 직원을 때려 눈을 멀게 한 직원, 음주운전을 하다 사망사고를 낸 직원 등이 모두 이런 이유로 면직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한국전력공사의 계열사인 한전KPS도 2021년 불법촬영 혐의가 인정돼 법원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직원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만 내린 사례가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이 임직원 100명 이상인 279개 공공기관을 점검한 결과, 절반 정도인 141개 기관이 이런 식으로 당연 퇴직 규정을 느슨하게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각 공공기관은 임직원을 채용할 때는 결격 사유를 비교적 엄격하게 규정해 뒀습니다.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경우, 횡령이나 배임으로 3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은 경우, 성범죄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은 경우 등 크게 세 항목입니다. 그러나 정작 내부 직원에게 적용되는 퇴직 규정에선 이들 중 하나 이상이 빠져 있는 경우가 절반 가까이였던 것입니다.

감사원은 공공기관마다 직원의 임용 결격 사유를 담은 내부 규정은 있지만 정작 이를 실제로 검증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감사 결과 임용 결격사유가 법령에 규정돼 있는 6개 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273개 기관은 경찰이나 지자체를 통해 범죄기록 등을 조회할 권한이 없어 결격 사유를 검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감사원은 공공기관운영법에 직원 결격 사유를 직접 규정하는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공공기관이 수사기관으로부터 직원의 범죄 관련 수사 결과를 통보받지 못해 징계를 내리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철도공사는 소속 직원의 필로폰 투약·매매 사실을 1년 3개월 동안 파악하지 못하다가 결국 지난해 3월 직원이 직장에서 체포된 뒤에야 퇴직 조치를 내렸습니다.

감사원은 이런 공공기관의 임용·징계제도 운영실태 분석결과를 기재부에 통보하고 제도개선에 활용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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