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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살인자ㅇ난감' 감독이 말하는 이재명 의혹·손석구 CG·사적복수

입력 2024-02-14 12:26 수정 2024-02-14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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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감독. 사진=넷플릭스

이창희 감독.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새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의 이창희 감독이 정치색 의혹, 손석구 아역배우의 비밀, 사적복수 소재에 관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지난 9일 공개된 '살인자ㅇ난감'은 우연히 살인을 시작하게 된 평범한 남자와 그를 지독하게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파격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연재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킨 꼬마비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배우 최우식이 우연히 살인자가 되는 평범한 남자 이탕을, 손석구가 과거를 간직한 형사 장난감을, 이희준이 비틀린 신념으로 자신의 정의를 실현하려는 송촌을, 김요한이 로빈을 꿈꾸는 노빈을 연기했다.

'살인자ㅇ난감'은 공개 3일 만에 31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TV 부문 2위에 등극했다. 총 19개 국가에서 톱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이 작품은 극 중 한 인물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연상하게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영화 '사라진 밤' 이창희 감독은 2019년 경기 시나리오 기획개발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김다민 작가와 손잡고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을 만들었다. 호평과 함께 의혹의 중심에 서며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창희 감독. 사진=넷플릭스

이창희 감독. 사진=넷플릭스


-먼저 이재명 연상 논란에 관한 생각이 궁금하다.
"정치적 견해를 작품에 반영했다면, 그렇게 치졸하게 하지는 않았을 거다. 비정치 드라마에 감독의 견해를 녹이는 건 비열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면서 생긴 해프닝이라고 생각한다."

-자세한 설명을 하자면.
"우연의 일치도 있지만, 억지로 끼워 맞춘 것이 아닐까. 의상팀과 확인을 해봤더니, 제가 그 번호를 지정한 게 아니다. 정말 우연히 아무 번호나 갖다 붙였다. 그 번호와 관련된 정치인이 한둘이 아니더라. 이름은 원작에 있었고, 지수는 작가가 PD의 이름을 갖다 붙인 거다. 마지막 검사의 이름은 촬영감독의 이름이다. 그런 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초밥에 대해서 말하자면, 정치인 클리셰다. 우리 작품엔 먹을 게 많이 나온다. 먹방을 많이 한다. 캐릭터를 먹는 거로 보여준다. 그 사람의 도덕성을 보여주는 간단한 장치다. 이것도 그냥 장치로 쓰인 거다. 배우의 외모에 대해 말하자면, 작품에 150명의 배우가 나온다. 연기력만 갖고 캐스팅할 여력이 모자란데, 외모를 노리고 캐스팅하겠다. 촬영장에서도 특정 정치인을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경동맥은 촬영을 이미 오래전에 끝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
'살인자ㅇ난감'의 한 장면.

'살인자ㅇ난감'의 한 장면.


-연출자로서 어땠나.
"처음엔 웃었다. 그냥 넘어가겠지 했는데, 일이 커지더라. 억울하고 황당했다. 한편으론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것 같아 고맙기도 했다. (언급된) 배우와도 통화했는데, 황당해하더라. 드릴 말씀이 없다. 너무나도 명백히 아니니까."

-총선을 앞두고 정쟁에 이용되고 있기도 한데.
"조심스럽다. 근데 이 드라마는 전혀 정치적인 드라마가 아니다. 제 정치색이 드러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솔직히 정치에 별로 관심도 없다."
이창희 감독. 사진=넷플릭스

이창희 감독. 사진=넷플릭스


-불필요한 정사신이 들어갔다는 비판도 있다.
"1편에 나오는 정사신은 이탕의 도덕성을 이야기해주는 거다. 나쁜 짓을 했는데, 잘 넘어가는 해프닝이 묘한 해방감을 주지 않나. 그런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다. 단역 배우들 같은 경우엔 클로즈업이 없다. 사이즈를 넓게 찍었다. 순수한 바스트 샷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동아리 선배와의 장면에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면 매칭이 되지 않아 뒤에서 찍지 않았다. 너무 가리려고 하면 오히려 이상할 것 같았다. 5부에 나오는 몰래카메라 장면도 어설프게 보여주면 더 이상해질 것 같았다. 순수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문법적 문제에 봉착했다.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니었다."

-반응을 찾아본 건가.
"저는 악플만 보는 편이다. 호불호가 당연히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신감도 얻고 반성도 한다. 어쨌든 시청자를 만나는 게 저에겐 행운이다."

-범죄 미화라는 평도 있는데.
"검사를 죽이는 장면이 있는데, 이탕에게 기쁨이 아닌 슬픔과 절망을 담고 싶었다.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고,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니까. 발칙한 상상을 해보면 어떨까 했다. 미화라곤 생각하지 않고 여기서만 즐겨달라는 것이었다."

-시즌2를 생각한 엔딩인가.
"아직은 아이디어도 없다. 원작도 비슷한데, 일본으로 도망간다. 더 만화적이다. 노빈과이탕이 바꿔치기 된다. 영상화하기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창희 감독. 사진=넷플릭스

이창희 감독. 사진=넷플릭스


-배우들과 '내가 이탕이라면 어떻게 할지' 이런 대화했나.
"아무리 화가 나도 사람을 죽이겠나. 약간은 비뚤어진 본성이 처음부터 있어야 한다. 너무 지질한 아이가 아니었으면 했다. 가여운 면도 있었으면 했다. 현장에서 많이 신경 썼다. 워낙 착한 사람이라 놓으면 바로 착해진다. 장난감 형사의 경우 표현은 어렵지 않았는데, 과거 서사를 만들기 쉽지 않았다. 송촌을 향한 마음이 어떤 것인지 함께 만들어나갔다."

-귀여운 이미지의 최우식에게 캐릭터를 끌어내기 힘들었을 텐데.
"'외모를 많이 바꿔야 되나' 생각했다. 벌크업을 한다고 했는데, 안 되는 몸이더라. 옷을 입으면 티가 안 난다. 팔도 본인 팔이다. 눈썹을 염색하는 건 최우식의 아이디어였다. 파격적으로 할수록 더 이상해져서, 조금씩 바꾸되 인상을 바꾸려고 했다."

'살인자ㅇ난감'?

'살인자ㅇ난감'?

-최우식의 연기는 어땠나.
"연기는 워낙 잘하는 친구다. 본인의 매력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행동 자체가 귀엽고 매력적이다. 최우식은 그냥 그 자체가 되는 사람이다. 밝기만 하지만, 생각이 정말 많다. 질문을 많이 해서 저를 괴롭힌다. 그만큼이 연기에 보인다. 과하게 뭔갈 하지 않는다. 그게 좋은 것 같다."

-손석구는 어땠나.
"'어느 순간 풍선껌을 못 불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정말 잘하더라. 수염은 본인 아이디어다. 수염 분장만 두 시간씩 걸리는데, 며칠씩 테스트를 해봤다. 손석구는 의상과 분장이 많은 것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더라."
'살인자ㅇ난감'?

'살인자ㅇ난감'?


-손석구와 너무 닮아서 화제인 손석구 아역 배우는 어떻게 찾았나.
"드라마와 영화에서 다른 배우가 아역을 하지 않나. 사실은 다른 얼굴이다. 맞다고 우기는 거다. 영화적 허용이라고 한다. 저는 그걸 싫어한다. 과거는 다 CG다. 그 나잇대 배우가 연기하고, 손석구 과거 사진을 데이터 수집해서 CG로 만들었다."

-노빈 역 배우 김요한을 어떻게 발굴했나.
"대한민국 과체중 배우들을 다 만났다. 처음엔 나이가 더 있었으면 했다. 근데 유약해야 했다. 겉으로 봤을 땐 모자란 사람 같고. 그런 외모와 말투, 날 것의 연기를 원했다. 실제로 디렉션을 할 때도 '절대 연기하지 마라. 있는 그대로 하라'고 주문했다. 오디션 때 대화를 했다. 저 사람이 노빈을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살인자ㅇ난감'?

'살인자ㅇ난감'?


-조단역들도 연기가 일품이었다.
"편의점 사장 역은 연기 경력이 많은 배우다. 저의 작품 스타일을 잘 아는 분이다. 진짜처럼 리얼리티 연기를 강조했다. 양아치들도 신인이었는데, 상황만 주고 알아서 해보라고 했다. 한번 해보고 저와 상의하고, 또 찍고 그랬다."

-잔인한 묘사의 수위를 고민했겠다.
"안 믿으시겠지만, 저 잔인한 거 되게 싫어한다. 리얼리티를 좋아한다. 사람을 때리는데 안 터진 게 너무 이상하지 않나. 전작에서 못 했던 걸 풀고 싶었던 생각도 있긴 했다. 잔인한 장면이 많지는 않은데, 양아치 얼굴 뭉개는 장면 정도다. 이 장면 정도는 '이 폭력에 여러분도 동참하세요'였다."

-사적 복수를 다루는 작품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현실에선 안 되니까. 대리만족으로 하고, 오락적이니까. 저희는 단순히 그런 작품이 되고 싶지는 않았고,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되고 싶었다."

'살인자ㅇ난감'?

'살인자ㅇ난감'?

-밝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나.
"있다. 멜로도 하고 싶다. 많은 걸 해보고 싶은데, 기회가 쉽지 않다."

-어느 정도의 성적을 기대하나.
"잘 됐으면 좋겠는데, 이런 걸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작품을 통해 얻은 성과는 무엇인가.
"겸손해져야 할 것 같다. 결과를 천천히 보고, 저도 저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작품 공개하고 리액션이 쏟아져나오니, 감정적으로 정리가 잘 안 된다. 시간이 흐른 후, 돌이켜보려고 한다. 계속 물음표를 던져야 좋은 감독이 되지 않을까."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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