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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난사해 4명 숨지게 한 10대 엄마도 '유죄 평결'…왜?

입력 2024-02-07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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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고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다른 학생 4명을 숨지게 한 10대의 어머니가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습니다. 이미 이 10대는 1급 살인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는데 그 부모에게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평결이 처음으로 나온 겁니다.

배심원이 왜 이런 판단을 내렸는지 정원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21년 말 미국 미시건주 오클랜드 카운티의 옥스퍼드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당시 15살이었던 이선 크럼블리가 학급 친구들을 향해 총을 난사해 4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습니다.

크럼블리에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선고됐는데, 부모도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모친 제니퍼 크럼블리, 미시건주 법원 배심원단은 유죄를 평결했습니다.

[배심원 대표 : 매디슨 볼드윈(피해자)에 대한 피고의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부친인 제임스 크럼블리의 배심원 평결은 다음 달 열릴 예정인데, 왜 부모의 책임까지 묻게 된 걸까요?

먼저 범행에 쓰인 총은 부모가 하루 전 이선에게 사준 선물이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다음 그림을 보면 부모의 책임이 더 명확해집니다.

이선 크럼블리의 범행 직전, 교사가 발견했던 수학 과제물.

문제를 풀진 않고 총과 총알, 그리고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을 그려뒀습니다.

그리곤 "사방이 피다", "생각을 멈출 수 없다", "도와줘"라든가 아래쪽에는 "내 삶은 쓸모없다", "세상은 망했다"라고 써놓았습니다.

이걸 본 교사는 즉각 부모인 제임스와 제니퍼를 학교로 불렀지만, 둘은 총을 사줬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학교에 총을 가져간 것도 함구했습니다.

별일 아니라는 듯 그대로 학교를 떠났고, 이선은 약 한 시간 뒤 친구들에게 총을 난사합니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참사를 모른 채 한 겁니다.

평소 부모로서도 빵점이었습니다. 

약물 중독에 서로 바람을 피우기 바빠, 평소 정신적 문제가 있던 아이를 방치했습니다.

이선은 10대가 되면서 작은 동물들을 고문하길 즐기고 어린 새의 머리를 유리통에 담아 학교에 갖다 놓는 등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역시 배심원들의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검찰은 "부모로서 총을 사준 사실만 알렸어도 총이 있는지 확인해 뺏었으면 그만이었던 사건"이었다면서 "자식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대신 총을 사줘 버렸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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