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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집 사고 팔고 '써비차' 타고 이동…북한 '시장화' 이미 본격화

입력 2024-02-06 11:38 수정 2024-02-06 15:09

통일부 <북한 경제·사회 인식보고서> 첫 발간
북한이탈주민 6351명 심층면접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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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북한 경제·사회 인식보고서> 첫 발간
북한이탈주민 6351명 심층면접 결과


식량이나 생활필수품 등을 제공하는 북한 당국의 배급제는 사실상 무너졌고, 빈 자리를 일명 '장마당'을 중심으로 한 시장경제가 채우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통일부가 오늘 발간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에는 '시장화'가 본격 진행된 북한 사회의 단면을 알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보고서는 통일부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북한이탈주민 6351명을 일대일로 심층 면접 조사해 발간한 최초의 정부 보고서로 그동안 3급 비밀로 묶여 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됐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국에서 식량을 배급 받은 경험이 없다'는 응답이 72.2%(2016~2020년 탈북한 이탈주민 기준)에 달했습니다. 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 생필품을 전혀 공급받지 못했다는 답변도 71.1%를 차지했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배급제가 무너진 자리는 일명 '장마당'으로 불리는 종합시장이 채우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 쌀, 강냉이 등 식량 구매 경로 1위는 장마당(70.5%)이었고, 텃밭이나 소토지에서 식량을 자체 조달한다(20.8%)는 답변이 뒤를 이었습니다.

주택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살림집 이용 허가증'을 개인 간에 거래했다고 응답한 경우도 절반(46.2%)에 가까웠습니다. 통일부 측은 "주택의 절대적인 공급 부족 속에서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주택을 주민들이 사고 파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일부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

통일부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


북한에서도 지하철 접근성이나 시장, 공공기관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주택이 선호되는 경향도 나타났습니다. 2016∼2020년 북한이탈주민의 42.9%가 주택의 가격 결정 요인으로 '위치'를 꼽은 겁니다. 북한 주민들은 일반적으로 3~4층을 선호한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2019년 탈북한 A씨는 조사 과정에서 "고층은 좀 싼 데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이라며 "아파트 3∼4층을 당에서 받은 사람은 '호박'을 잡은 거라고들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평안남도에 지었다고 밝힌 7000여 세대의 살림집 전경

북한이 평안남도에 지었다고 밝힌 7000여 세대의 살림집 전경


철도 외에 별다른 대중교통 수단이 없는 북한에서 개인이 돈을 받고 목적지까지 태워다주는 일명 '써비차' 운행도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에선 개인의 자동차 소유가 불가능해 기관이나 기업소에 등록돼 있는 차를 사적으로 운행하는 일종의 개인택시인 셈입니다. '가까운 도시로 이동 시 써비차 이용해봤다'는 응답은 2000년 이전 북한이탈주민에선 1.5%에 불과했지만, 2016~2022년 27.1%까지 증가했습니다.

북한에서 법으로 금지돼 있는 개인 간 고용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사적고용(삯벌이)로 일해봤다는 응답은 2000년 이전 북한이탈주민 가운데 4.5%에서 가장 최근 이탈주민 그룹에서 14.7%로 늘었습니다.

조사 대상인 북한이탈주민 6천여명은 여성 쏠림, 접경지 출신 쏠림이 심해 보고서 결과가 북한 주민 전체의 양상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북한 사회 변화의 추세를 보여주는 지표로 의미가 있다고 통일부는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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