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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9년차 배우' 장동윤 "맨몸 내던진 연기 후회 없다"

입력 2024-02-0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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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윤, 본인 제공

장동윤, 본인 제공

배우 장동윤(31)은 연기 전공자도 연출 전공자도 아니다. 우연한 계기로 배우의 길을 걷게 됐고 소위 '막무가내' 정신으로 여기까지 왔다. 2016년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로 데뷔, 올해로 9년 차 배우가 된 그는 전쟁터에서 맨몸을 내던져 생존기술을 터득했다. 말 그대로 여타 공부나 준비 과정 없이 현장으로 투입돼 현장에서 부딪치며 연기를 배웠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걸어온 이 길에 후회 없다는 장동윤. 영화 출연에 대한 욕심과 훗날 장편 영화 연출에 도전하고 싶은 포부도 품고 있었다.


장동윤은 지난 1월 31일 종영된 ENA 수목극 '모래에도 꽃이 핀다'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씨름계 전설 최무성(김태백)의 막내아들 김백두 역으로 분해 사람 냄새 폴폴 나는 순박함을 자랑하며 모래판 위에 꽃을 피우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 과정이 안방극장에 감동과 위로를 전했다. 씨름 선수 역할을 실감 나게 소화하기 위해 14kg 증량에 나섰던 터. "원래 타고난 종아리, 허벅지가 굵은 편이다. 체구에 비해 코어통이 굵은 편이고 씨름 선수에겐 코어통과 종아리, 허벅지 굵은 게 유리하다고 하더라. 그런 지점에서 씨름이 내게 잘 맞는 운동이었던 것 같다. 등근육과 다리 근육엔 좀 자신이 있었다"라며 미소 짓는 여유를 뽐냈다.

-촬영을 끝낸 뒤 연말에 좀 쉬면서 보냈나.

"작년 11월 초께 촬영이 끝나 좀 쉬면서 연말을 보냈다. 김백두라는 캐릭터를 만난 것 자체가 행운이었다. 사람 냄새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라 촬영하며 힐링을 많이 했다. 스트레스 많이 안 받으면서 촬영한 게 드문데 이 작품은 그런 작품이었다. 떠나보내는 게 싫을 정도로 애정이 많이 갔다."

-씨름을 직접 소화했는데 부상은 없었나.

"불가피하게 샅바를 매면 멍이 든다거나 어깨 싸움을 하다 보니 관절이나 어깨에 무리가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금방 회복을 했다. 치명적인 부상이나 그런 건 없었다."

-작품을 위해 14kg을 증량했다.

"김백두를 하기 전 평소 67kg~68kg 사이를 유지하는데 김백두를 위해 80kg을 넘기고자 증량했다. 10kg을 증량할 때까지만 해도 행복했다.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적정선을 넘어가니 점점 한계에 다다르더라. 드라마를 촬영하면서도 체중이 왔다 갔다 했다. 절정을 찍었을 때가 있는데 그 분량을 정확하게 기억한다. 그때가 제일 보기 좋더라. 실제 씨름 선수 같았다. 원래 타고난 종아리, 허벅지가 굵은 편이다. 체구가 크지는 않지만 체구에 비해 코어통이 굵은 편이고 씨름 선수에겐 코어통과 종아리, 허벅지 굵은 게 유리하다고 하더라. 그런 지점에서 씨름이 내게 잘 맞는 운동이었던 것 같다. 등근육과 다리 근육엔 좀 자신이 있었다."
장동윤, 본인 제공

장동윤, 본인 제공


-포항과 경주에서 많이 촬영했던 것 같다.

"외부 로케이션 촬영이 대부분 포항과 경주였다. 씨름판은 안동이나 다른 곳이었는데 촬영지 스폿을 다 그쪽으로 잡아서 본가 대구에서 출퇴근하면서 촬영했다. 집밥 먹고 고향 친구들을 자주 만날 수 있으니 좋더라. 대학교 졸업하고 나서는 대구에서 지내는 고향 친구들과 이렇게 자주 만난 적이 없다. 동네 친구처럼 시간 나면 볼 수 있어 좋았다. 다시 귀향한 느낌이었다."

-이번에 씨름을 하면서 느낀 매력은.

"전신을 다 쓰는, 힘과 기술의 집약체다. 상남자의 스포츠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기술 씨름이 대세가 됐다고 하더라. 몇 초 사이에 무게 중심을 옮겨서 상대의 행동을 예상하고 바둑처럼 수를 두며 대결을 벌인다. 머리싸움이더라. 그게 매력적이었다. 근데 진짜 모래판 위에서 뭔가를 하면 딱딱한 지면에서 할 때보다 체력 소모가 심하다. 체력이 좋은 편인데도 나가떨어지더라. 에너지 소모가 어마어마한 스포츠라 헬스를 할 필요가 없었다. 등근육, 허벅지 근육이 엄청 발달했다."

-씨름복이 노출이 많아 민망하지는 않았나.

"주위에서 속옷만 입고 나온 거나 다름없는 패션이라고 우려를 했었다. 근데 난 금방 익숙해져서 씨름복 위에 반팔 입고 밥 먹으러 갈 정도로 익숙해졌다. 민망하거나 창피하지 않았다."

-김백두와의 싱크로율은.

"백두가 천하태평인 것도 있지만 스스로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고 하는 캐릭터처럼 보였다. 속이 좋고 허허실실 그러지만 마냥 그렇게 바보 같지는 않다. 나 역시 긍정적이고 살려고 하는데도 김백두처럼 속 편하게 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만 난 속에 담아두거나 다른 사람 눈치 보며 내가 좋아하는 걸 포기하고 그러지는 않는다. 솔직한 편이고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고집이 세고 명확해서 곧바로 추진한다."

-사투리 연기가 어렵지는 않았나.

"언어에 문화와 뉘앙스가 담긴다고 생각한다. 그걸 알고 대사를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건 차이가 크다. 대학교 오기 전까지 대구에 살았고 그 정서가 익숙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 생활을 하다가 다시 대구에서 장기간 지내니 그 정서가 더 묻어나더라. 경북과 경남은 말투에서 차이가 크다. 그렇지만 같은 경상도라는 걸로 묶으면 정서적으로는 유사한 면이 많아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파트너 이주명과의 호흡은.

"사투리 때문에 조언을 해주느라 고생을 해줬다. 고마운 마음도 크고 연기할 때 열정도 크다.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하고 있다."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남들처럼 멋진 성과가 꼭 있어야 모래 위에 꽃을 피웠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았음에도 자기 인생에 꽃이 피고 있었고 핀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메시지에 공감이 많이 됐다.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나의 삶에 대해 돌이켜보게 되더라. 지금의 선택에 후회 없다. 이 작품은 내게 연기적으로 배우로서 큰 깨달음을 얻게 된 작품이었고 연기를 더 사랑하게 될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작품을 선택할 때 어떤 점을 우선순위에 두나.

"좋은 대본과 제작진을 선택하는 게 1순위다. 그러다 보니 마냥 반복되는 것보다는 좀 더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그런 걸 내게 요구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배우로서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정의는 아직 내리지 못했다. 다만 많이 성장하려고 한다."

장동윤, 본인 제공

장동윤, 본인 제공

-연기 전공자는 아니었다.

"2015년 뉴스에 나오고 그 해에 회사에 들어가게 됐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배우 생활을 하며 살아왔다. 막무가내 정신으로 전쟁터에 맨몸으로 내던져져 생존기술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입시를 준비하며 단련을 한 것도 아니고 대학에서 전공을 한 것도 아니다 보니 그 부분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그걸 극복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결과물을 냈다. 내가 한 노력이나 결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원동력이 된다. 배우의 길을 택한 것에 후회가 없다. 만족스럽다."

-본래 워커홀릭인가.

"기질 자체가 그래서 갇혀 있다 보니 생각하는 폭이 좁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냥 열심히 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내려놓고 즐기고 이렇게를 못했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 엄청 후회를 한다기보다는 '그렇게 청춘을 보냈구나!' 싶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뭔가 많은 것들을 일부러 즐기지 않으려고 한 것도 있다. 일적인 것 외에는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마음의 여유가 아직까지는 안 생기는 것 같다. 일에 매달리고 싶고 열심히 하고 싶다. 압박에선 벗어난 상태인데 기질 자체가 일중독이 있다. 성숙한 배우가 되고 싶은 욕심이 크다. 당분간은 그 욕심 때문에 마음이 놓이지는 않을 것 같다."

-연기에 있어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 있다면.

"드라마 '땐뽀걸즈'(2018) 때인 것 같다. 연기가 정말 재밌다고 느꼈다. 기본기가 탄탄한 배우들이 많다. 가지고 있는 외형, 목소리, 체형 이런 것들은 타고나는 것 아닌가.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타고난 게 큰 영역을 차지하는 게 있고 그런 부분에 뛰어난 배우가 많다. 연기를 전공해서 입시도 하고 영화를 공부해서 기본기를 탄탄한 배우들도 많은데 난 기본기가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 시행착오가 많았다. 선배들의 '결정적 (연기의) 훅을 날리는 건 인간의 됨됨이'란 선배들의 말에 무슨 뜬구름인가 싶었는데 이젠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연기 색이 거기에 묻어 나온다는 걸 안 계기가 바로 '땐뽀걸즈' 때다. 그때부터 좀 더 재밌게 연기를 한 것 같다. 지금도 연기하는 게 재밌다."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에서 연애관과 결혼관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더라.

"그때 말한 것처럼 결혼하고 싶은 건 맞다. 그 마음이 변하지는 않았다. 다만 빠르고 늦음은 상대적인 것이 아닌가. 늦지 않게 마흔 전에 결혼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배우로의 성장에 집중하고 싶다. 아직은 (결혼이) 이르다고 생각한다."

-평소 술을 마시나.

"술을 마시긴 하는데 커피는 끊었다. 잠이 부족하면 예민해지는 스타일이더라. 수면을 좀 원활하게 하려고 끊었다. 커피 안 마신 지 3개월 넘은 것 같다. 일 할 때 커피를 달고 살았는데 끊으니 장점이 더 많은 것 같다. 흡연도 군대 있을 때나 대학 다닐 때 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끊었다. 신체의 과학적인 메커니즘을 믿는다. 몸이 좋아지면 정신력도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관리를 하지 않으면 무너진다. 그러한 관리를 하기 때문에 체력이 생겨 이것저것 추진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영화에 대한 욕심은 없나.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드라마 위주로 많이 활동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시네필 면모가 있다. 그런데 현재 한국 영화계가 침체되어 있다. 내가 사랑하는 영화가 활성화되길 바란다."

-최근 재밌게 본 영화가 있다면.

"영화 '잠', '콘크리트 유토피아', '괴인', '잔칫날'이라는 독립영화도 봤다. 다 좋았다. 영화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본다. 가벼운 것들도 좋아한다."

-영화 출연과 연출 어떤 것에 더 관심이 있나.

"담백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그런 의미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찾고 있는데 누구에게나 주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해보고 싶다. 단편 영화 하나 연출한 저로서는 영화를 사랑하는 방식이면 다 좋다. 안 해본 것이니 (장편 영화 연출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지금은 영화 출연과 연출을 %로 표현하자면 99% 대 1%다.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장동윤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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