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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택배기사의 '진짜 사장'은 원청 택배사" CJ대한통운, 항소심 패소

입력 2024-01-24 17:08 수정 2024-01-2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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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이 하청 형식으로 고용한 택배 노동자들과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2심에서도 유지됐습니다.

선고 뒤 기자회견하는 택배노조

선고 뒤 기자회견하는 택배노조


서울고법은 오늘(24일)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 2심에서 CJ대한통운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CJ대한통운 본사가 택배 노동자들과 단체교섭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입니다.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은 본사에 소속된 게 아니라,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일하는 이른바 하청 노동자들입니다. 이들로 구성된 택배노조는 지난 2020년 3월 자신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노동 시간 문제를 해결해달라며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이 대리점과 계약한 만큼 회사는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이에 택배노조가 구제 신청을 냈고, 지방노동위원회에선 CJ대한통운이 이겼지만, 중앙노동위가 이를 뒤집어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습니다.

이후 CJ대한통운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 역시 "CJ대한통운이 기본적인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에 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사용자가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 결과가 오늘 항소심에서 다시 한번 확정된 것입니다.

선고 뒤 기자회견하는 택배노조

선고 뒤 기자회견하는 택배노조


원청이 하청 노동자들의 사용자가 맞는지에 대해서 이미 대법원은 2010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사건에서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하지 않은 원청도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된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오늘 선고는 '단체 교섭 거부'라는 행위에 있어서도 그런 법리가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CJ대한통운 측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반한 무리한 법리 해석과 택배 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판결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상고할 계획"이라는 입장입니다.

원칙적으로 본사가 계약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 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입니다. 또, "택배 산업이 발전하면서 대리점과 지금의 고용 구조가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인데, 본사가 직접 노동자들과 교섭한다면 사이에 낀 대리점들은 역할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택배노조 측은 "CJ대한통운은 노동자들의 모든 업무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는 사용자가 맞다"고 하고 있습니다. 선고 이후 기자회견에서 노조 측은 "노동자들의 작업시간, 출근시간, 차량도색, 반품회수 등과 관련해 모든 지시를 CJ대한통운이 내린다"고 했습니다.

대리점의 역할에 대해서도 "원래 CJ대한통운이 대리점주와 택배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하지만, 노동법적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이런 복합적인 고용형태의 계약을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CJ대한통운이 상고할 뜻을 밝힘에 따라, 택배노조는 '교섭 응낙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을 검토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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