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류석춘 전 교수 〈출처=연합뉴스〉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가 대학 강의 중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한 것은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오늘(24일) 류 전 교수의 명예훼손 혐의 재판에서 "피고인의 발언은 피해자 개개인을 향한 발언이라고 보기 어렵고,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전체를 향한 일반적인 추상적 표현"이라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해당 발언이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 "통념에 어긋나고 비유 적절치 않다" 지적했지만…재판부는 류 전 교수의 발언에 대해 "피고인 강의의 전체적인 내용과 표현, 맥락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발언은 위안부들이 취업 사기와 유사한 형태로 위안부가 됐다는 취지에 가까워 보인다. 해당 발언은 통념에 어긋나는 것이고 비유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정해진 주제에 관해 강의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전체적 맥락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발언이 통념에 어긋나고 비유가 부적절하다 해도 학문적 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헌법이 대학에서의 학문의 자유와 교수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을 볼 때 교수에 대한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정대협이 위안부 할머니들 왜곡 교육" 발언엔 '벌금 200만 원'재판부는 류 전 교수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가 일본군에 강제 동원당한 것처럼 증언하도록 위안부 할머니들을 교육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선 정대협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유죄 선고 이유에 대해선 "정의연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허위 진술을 하라고 교육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 피고인이 진위에 관한 확인 노력 없이 진실인 것처럼 확정적이고 단정적 표현을 사용한 점, 발언의 경위나 내용, 피해 정도를 고려하면 죄질이 불량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의 중 "매춘 종사 위해 자발적으로 위안부됐다" 취지 발언 류 전 교수는 퇴직 전인 지난 2019년 9월 19일 사회학과 전공과목 '발전사회학' 강의 중 50여 명의 학생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매춘에 종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된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혐의를 받습니다.
강의 도중 "일본군에 강제로 동원당한 것처럼 증언하도록 정의연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교육했다" "정의연 임원들은 통합진보당 간부들로 북한과 연계돼 북한을 추종하고 있다"고 발언해 정의연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제기됐습니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결심공판에서 "학문의 자유로서 보호되는 발언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류 전 교수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습니다.
류석춘 "불편하더라도 진실은 진실로 받아들여야"류 전 교수는 선고 후 "오늘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일제강점기와 관련해 그동안 알던 것과 다른 내용을 얘기하면 나쁜 놈이라고들 하는데, 불편하더라도 진실은 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기소된 여러 가지 혐의 중 유죄 판단이 나온 부분에 대해선 다툴 생각"이라며 항소를 예고했습니다.
정의연은 1심 선고 직후 "국제사회가 공히 인정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실체적 진실을 재판부가 부인하고 있다"는 입장문을 내고 강한 유감을 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