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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균우유' 수입량, 5년 새 9배 증가…인기 있는 이유는?

입력 2024-01-2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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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수입 멸균우유들. 다양한 종류가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22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수입 멸균우유들. 다양한 종류가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30대 주부 A씨는 최근 수입산 멸균우유를 사 먹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우유를 좋아해 자주 구매하는데, 최근 우윳값이 너무 올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를 먹기 시작한 겁니다.

A씨는 “수입 멸균유 맛이 별로라는 이야기도 많았는데 막상 먹어보니 나쁘지 않았다”면서 “영양성분을 봤을 때도 일반 살균 우유와 크게 차이가 없어 자주 사 먹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A씨처럼 수입 멸균우유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멸균우유 수입량은 3만 7407톤에 달했습니다.

5년 전인 2018년만 해도 멸균우유 수입량은 4291톤에 불과했습니다. 5년 사이 9배 가까이 수입량이 늘어난 겁니다.

저렴한 가격에 찾는 소비자 늘어…편의점에서도 판매

'최저가'를 내세운 수입멸균우유 판매 광고. 〈사진=이지현 기자〉

'최저가'를 내세운 수입멸균우유 판매 광고. 〈사진=이지현 기자〉


수입산 멸균우유는 국내산 살균 우유보다 가격이 저렴한 편입니다.

2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았습니다. 국내산 살균 우유는 2990원, 마트 자체 브랜드(PB) 살균 우유는 2290원, 폴란드산 멸균우유는 1990원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국산 흰 우유는 매년 가격이 오르는 데다, 지난해에는 우유 소비자물가지수가 118.13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9.9% 상승했습니다. 14년 만의 최고 상승률을 보인 거죠.

국산 우유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자 소비자들은 대안을 찾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보관이 쉬운 수입 멸균우유로 시선을 돌린 겁니다.

최근에는 종류도 다양해졌습니다. 이날 마트에도 저지방 멸균우유부터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도 마실 수 있는 멸균우유까지 총 8가지 종류가 진열돼 있었습니다.

덩달아 수입 멸균우유를 판매하는 곳도 늘고 있는데요. 편의점 CU는 오는 24일부터 수입멸균우유를 매장에서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CU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CU의 흰 우유 PB 상품 매출은 1년 전보다 89.8% 늘었다”며 “같은 기간 일반 흰 우유 상품 매출 증가율은 9.8%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렴한 가격을 찾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PB 우유보다도 가격을 더 낮춘 멸균 우유를 판매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가격 경쟁력 때문에 카페나 프랜차이즈 매장들에서도 멸균우유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 프랜차이즈 햄버거 브랜드는 덴마크산 멸균우유를 사용해 라떼 등 음료 메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우유가 들어가는 음료에 덴마크산 수입멸균우유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한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우유가 들어가는 음료에 덴마크산 수입멸균우유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멸균우유, 영양소 크게 부족하지 않아…기호의 문제”


데이터 기반 리서치 기업 메타서베이가 10~70대 남녀 소비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5.8%가 '비싼 가격 때문에 흰 우유 대신 멸균우유를 구매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과거에는 멸균우유가 신선하지 않고 살균 우유보다 영양소가 적을 거란 인식이 있어 꺼리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높아진 가격경쟁력에 멸균우유를 찾는 소비자도 많아지고 있는 겁니다.

멸균우유는 살균 우유와 원유 살균 방식이 다릅니다. 살균 우유는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유해균을 죽이기 위한 살균 과정만을 거칩니다.

반면 멸균우유는 최고 150도에 이르는 고온에서 2~5초 정도 살균 과정을 거쳐 원유 속 모든 미생물을 없애버리죠. 그래서 상온에 보관해도 괜찮고 유통기한도 1년 정도로 긴 편입니다.
수입멸균우유의 유통기한은 1년으로 길다. 〈사진=이지현 기자〉

수입멸균우유의 유통기한은 1년으로 길다. 〈사진=이지현 기자〉


그렇다고 멸균우유가 영양학적으로 품질이 아주 낮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권오란 이화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초고온에서 살균을 시켜 장기간 보관하도록 하는 것일 뿐 우유로써 품질이 크게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별도 보존제나 방부제 등을 넣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도 “멸균 과정에서 열에 의해 화학적 변화가 더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게 영양소 면에서 살균 우유와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멸균우유와 살균유는 품질의 문제이기보다는, 맛과 향이 다른 데에서 오는 기호의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도 수입 멸균우유의 가격이 저렴한 건 원유 생산비 자체가 낮기 때문입니다.

장재봉 건국대학교 식품유통공학과 교수는 “국내에 많이 들어오는 수입 멸균우유는 보통 폴란드 등 유럽 쪽에서 들어오는데, 이 지역은 원유 생산비 자체가 싸다”며 “사료 자체를 거의 수입하는 국내와 달리 원유 생산에 드는 비용이 낮아 우유 가격도 낮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26년엔 수입 우유 관세도 철폐…국내 업계 어쩌나

지난해 우유 물가 상승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우유 물가 상승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수입 멸균우유의 가격 경쟁력은 앞으로 더 높아질 전망입니다. 오는 2026년부터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EU)산 우유에 대한 관세가 폐지되기 때문이죠.

게다가 마시는 흰 우유에 대한 수요는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저출생 때문에 우유 소비량이 줄어든 데다, 마시는 우유 대신 유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더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우유업계도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 마시는 우유 대신 우유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문가는 조언합니다.

장재봉 교수는 “원유업계 구조상 생산비를 낮추기가 어려워 우유 가격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또 가격을 내린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우유 소비를 크게 늘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따라서 당장 가격을 낮추기보다는 마시는 흰 우유를 가공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며 “신선한 우유를 활용해 가공 제품을 만드는 쪽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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