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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B] '군납비리' 제보자의 수상한 행적? 그날, 서울중앙지검에선 '믿을 수 없는 일'이…

입력 2024-01-21 19:20 수정 2024-01-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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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뉴스B' 시간입니다. 5년 전 벌어진 사상 초유의 고등군사법원장 뇌물수수 사건. 당시 뇌물을 법원장에게 직접 전달했던 어묵업체 임원이 검찰에 제보하면서 사건이 드러났고, 본인의 처벌까지 감수한 이 제보자는 그해 공익제보자상까지 받았습니다. 그런데 수 년이 지난 지금, 이 제보자의 수상한 행적들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습니다.

배승주 기자입니다.

[배승주 기자]

[JTBC '뉴스룸'/2019년 11월 6일]

우리 군 최고법원은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이죠.

이 법원장은 현역 장성입니다.

그런데 이모 법원장이 군납업체에서 1억여 원이 넘는 금품을 받은 정황이 나와서…

이동호 당시 고등군사법원장에게 뇌물을 준 당사자로 지목된 건 경남 사천의 어묵업체 만구수산 정희석 대표입니다.

어묵을 군에 납품하면서 편의를 봐달라며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청탁대가로 돈 건네신 거 맞나요?} …]

이 전 법원장은 징역 4년, 정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사천경찰서장, 창원지검 통영지청 수사계장도 정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살거나 옷을 벗었습니다.

수사를 받던 육군 중령은 영장실질심사 직전 목숨을 끊었습니다.

당시 이 사건은 군.검.경이 모두 엮이고 고등군사법원장이 불명예 전역한 유일한 사례로 '초대형 군납비리'로 기록됐습니다.

연 매출 200억 원이던 만구수산은 수사 직후 폐업했습니다.

[만구수산 인근 어민 : 모를 수 없는 회사지. 삼천포 만구수산 하면 모르면 간첩이지. 그 큰 회사가 망할 줄은 생각도 못 했지.]

이 사건은 내부고발로 시작됐습니다.

만구수산 임원이자 이 전 법원장에게 직접 돈을 줬던 당사자인 장모 씨가 서울중앙지검에 진정서를 제출한 겁니다.

정희석 대표의 지시로 돈을 전달했다는 내용, 왜 장씨는 자신의 처벌까지 무릅쓰며 제보를 했을까.

장 씨는 원래 정희석 대표와 30년 지기 친구였습니다.

정희석 대표는 장 씨를 회사 임원에 앉히고, 50억 원 상당이 들어간 장례식장 대표로도 세웠습니다.

[정희석/전 만구수산 대표 : 저는 이제 뭐 다 잃었습니다. 친구 한 놈 때문에 제 인생 완전히 망쳤죠.]

그런데 장 씨는 임원의 직위를 이용해 수 년 간 회삿돈을 빼돌려 왔습니다.

[노씨/전 만구수산 임원 (2017년 6월 / 박정태와의 통화) : 장 씨 카드 너무 많이 쓴다. {아 그래요?} 나 오늘 카드 2개 다 한도초과됐어. {그럼 2천만원이잖아요. 그건 배임에 횡령까지 걸리는 건데.}]

정희석 대표에게 들킨 장 씨는 처음엔 용서를 구하다…

[장씨/2019년 9월 (정희석과의 통화) : 희석아, 내가 모든 거 다 진짜 포기하고 다 할게. 걱정하지 말고 진짜로.
{뭘 포기한단 말이고.} 장례식장이고 뭐고 내가 다 아무것도 내가 안 할게. 희석아, 나 한번만 좀 살려줘라.]

횡령으로 고소당하자 서울중앙지검에 고등군사법원장 뇌물수수 사건을 제보했습니다.

이후 장씨의 횡령 사건 수사는 4년 간 멈춰있었습니다.

[장씨 (2023년 11월) : {정희석 씨는 배신했다고 말씀하시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몇 가지만 여쭤볼게요. 몇 가지만 여쭐게요. 다치십니다. 왜 그러셨어요? 미안하지 않으세요?} 진실은 다 밝혀집니다. {진실은 밝혀진다 하셨는데 떳떳하시면 잠깐 내려오셔서 말씀해주시죠. 잠깐 내려와서 말씀해주시죠.}]

[앵커]

그런데 뇌물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에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조사를 받던 장씨가 수사기밀과 압수물 등을 무더기로 촬영해버린 겁니다. 주로 본인 횡령과 관련된 자료였는데 장씨 최측근은 횡령을 뇌물로 둔갑시켰다고 폭로했습니다. 수사가 제대로 됐는지 의심되는 대목도 있습니다.

배승주 기자입니다.

[배승주 기자]

서울중앙지검 1502호실입니다.

당시 이곳에선 이동호 고등군사법원장과 만구수산 정희석 대표가 엮인 뇌물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습니다.

제보자겸 피의자였던 장씨는 이곳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수사관련 자료 등 171장을 찍었습니다.

[노씨/전 만구수산 임원·당시 사건 참고인 (2019년 11월/박정태와의 통화) : 고소장, 증빙자료, 사진 다 찍었어. 그냥 찰칵찰칵 찍어버리더라고.]

이중 본인이 쓴 법인카드 내역은 58장을 찍습니다.

[장씨 (2020년 1월/박정태와의 통화 : 내가 그때 검찰 중앙지검 갔을 때 카드 내역 찍어왔잖아.]

압수물 중 일부는 가지고 나왔습니다.

[노씨 (2019년 11월/박정태와의 통화) : 검사가 잠깐 저 화장실 갔다 올게요. 이러고 나갔나봐. 방에 장 대표 혼자 남겨놓고, 거기서 서류 몇 장 뺐잖아.]

장 씨는 이런 자료를 본인 횡령 사건 등에 방어용으로 사용한 걸로 추정됩니다.

[정희석/전 만구수산 대표 : 검사실에서 빼돌린 자료를 가지고 조사에 임하니까 쉽게 말해서 알리바이를 만들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있는 거죠.]

장씨 측근은 횡령한 돈이 고등군사법원장 뇌물로도 쓰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정태/'장씨' 측근 : 이동호 장군 뇌물 부분도 (횡령과) 같은 시기다 보니까 본인들 횡령 부분을 그걸로 엎어 씌우려고 작전도 세웠고 뇌물에 대한 실질적 공여 부분에 장씨의 진술 외에는 없어요.]

수사과정에서 의심스러운 정황도 발견됩니다.

장씨 진술조서 5회에선 육군 중령에게 뇌물을 줄 때 정희석 대표가 있었다고 했다가 진술조서 8회에서 이를 번복합니다.

장씨는 측근과 통화에서 정 대표가 이날 해외에 있었다는 사실을 검찰측이 알려줬다고 말합니다.

[장씨 (진술조서 8회 당일 새벽/박정태와의 통화) : 저녁에 전화 왔더라고 문 중령 다시 한번 하자고, 왜냐하면 문 중령 할 때 그때 정희석이 마닐라를 가버린 거야. 지금 짜고 치는 있는 거지. 아예 나한테 특정한 날짜하고 금액을 다 가르쳐 주더라고.]

장씨 진술조서 5회와 8회에서 뇌물을 받았다고 거론된 육군 중령은 영장실질심사 직전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장씨 (문 중령 사망 이틀 뒤/박정태와의 통화) : 문 중령XX죽어가지고. 안 죽을 사람이 죽어버렸잖아. 정희석 죽이고 싶었는데 갑자기 문 중령이 죽는 바람에 여기서 좀 덮자.]

장씨는 사건 담당 검사와 친분도 과시했습니다.

[장씨 (2020년 1월/박정태와의 통화) : 오늘 검사랑 통화했는데 대검에서 파견으로 고양지검을 나간 거래. 영전을 한 거래. 잘 됐지. OO이(검사)도 내가 진급시켜준 거지 뭘. OO이(검사)하고 다 끝마치고 소주 한 잔 먹기로 했어.]

이 사건을 맡은 담당 검사는 실제 장 씨와 동갑이고 승진도 했습니다.

[정희석/전 만구수산 대표 : 대한민국이 나를 그냥 죽이려고 하나.]

이에 대해 장 씨는 당시 검사실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선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장씨/전 만구수산 임원 (사건 기록 유출자) : 제가 그거를 뭐 일탈이겠죠. 제 개인의. 어떻게 보면. 저는 기억이 안 나요. 그게 잘 기억이요.]

담당 검사는 수사에는 문제가 없었단 입장입니다.

[당시 담당 검사 : 몰래 찍었겠죠. 우리가 찍으라고 허용하지는 않았겠죠.]

지난해 4월 JTBC 보도 직후 서울고등검찰청은 감찰에 착수하고 국감장에서도 질타가 쏟아졌지만

[김영배/더불어민주당 의원 (2023년 10월 / 국정감사) : (압수품) 사진을 찍고 유출한 것을 넘어서서 수사를 조작했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사를 이건 해야 될 건이라고 봅니다.]

8개월 넘게 바뀐 건 없습니다.

※자세한 취재 내용은 웨이브(Wavve)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악인취재기; 사기공화국' 6회 ( https://www.wavve.com/player/vod?landing=season&programid=C9901_C99000000120 )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VJ :한재혁·이지환·허재훈 / 영상자막 : 이서연 / 리서처 : 이채빈·박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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