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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우성에게 특별했던 '사랑한다고 말해줘'

입력 2024-01-1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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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정우성,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배우 정우성(50)에게 ENA 월화극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특별했다. 원작 일본 TV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각본 키타카와 에리코·제작 TBS 텔레비전)와의 13년 전 첫 만남부터 그리고 이것이 한국 버전으로 드라마화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촘촘하게 새겨져 있었다. 자연스럽게 세월이 흐르며 극 중 30대 남자 주인공은 40대가 됐고 30대에 거론할 수 없는 40대만의 사랑 이야기로 극을 채웠다.


11년 만에 멜로 드라마로 돌아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 정우성.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로 분해 마음으로 듣는 배우 신현빈(정모은)과 소리 없는 사랑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돌고 돌아 재회한 두 사람은 해피엔딩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종영 소감은.

"벌써 종영인가 싶다. 작년 10월 30일에 마지막 촬영이 끝났는데 그 사이에 영화 개봉도 했다. 정신없이 지나가 되게 까마득하다 했는데 날짜를 세어보니 얼마 안 됐더라. 그러면서도 종영에 대한 실감을 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특수한 경우였던 SBS '날아라 개천용'을 제외하면 11년만 안방극장 컴백이었다.

"사실 드라마를 일부러 외면한 건 아니다. 영화 일정이 잡혀 물리적인 시간 여력이 안 됐다. 이번에 촬영하면서 새삼스럽게 느낀 것인데 드라마라는 장르만이 가지고 있는 정서의 아름다움이 있는 것 같다. 영화는 갖춰진 세계관을 구현하기 위해 세트나 지역을 찾아가고 촬영할 때 통제되거나 그러는데 드라마는 일상 속 도심에 섞이는 인물이다 보니 일상이 담겨 있는 인물을 드라마로 볼 때 뭔가 새삼스럽고 좋았다."

정우성

정우성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13년 전 내가 만들고 싶었던 드라마였다. 그때 당시에 남자 주인공을 봤는데 말을 못하더라. 3회부터 목소리를 내면 어떻겠냐고 했는데 드라마 주제에서 어긋나지 않나. 아직은 이 소재를 드라마화 하기에 환경적으로 갖춰지지 못했구나 해서 접었던, 사연이 있는 작품이었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이제 이런 장르에 대한 호감과 관심을 가져 제작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 나이는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사실 '내가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도 했다. 최초 판권과 인연을 맺을 때 '정우성이란 배우이기 때문에 허락한다'라는 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지만 조바심이 나긴 났었다. 해를 넘기면 큰일인데 싶더라."


-13년 전 이 작품에 끌렸던 이유는.

"원작 드라마를 우연히 봤는데 많은 영화에서 내레이션을 사용하지 않나. 근데 이 드라마에선 남자 주인공의 목소리가 2화 엔딩에 내레이션으로 깔리더라. 내 가슴을 후려쳤다. 그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다. '맞다, 마음의 소리가 있었지'란 생각이 들면서 엄청난 울림이 오더라."

-차진우 캐릭터를 표현할 때 어려웠던 점은.

"수어도 하나의 언어다. 내가 영어를 배워 연기를 한다고 해서 현지인처럼 되지 않지 않나. 그래서 수어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 수어를 사용하다 보면 표현을 전달하기 위해서 표정을 많이 쓰는데 얼굴 표정에 대한 감정 표현을 얼마나 해야할지도 고민이었다. 우선 감정 표현을 얼굴로 과하게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제하는 부분이 있었다."


-세월이 흘렀음에도 변함없는 멜로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랑은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하지 않나. 원작은 30대 남성의 사랑 이야기인데 내가 하니 40대 중반으로 올렸다. 40대가 가진 사랑에 대한 생각, 대처 그런 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40대 차진우가 할 수 있는 아픔에 대처하는 법, 사랑법에 집중했다. 물리적 나이를 인정하고 그것에 맞는 사랑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봤다. 영화들에선 주로 남성들과 부딪치고 스트레스 쌓인 캐릭터를 소화하다 보니 작업의 피로감이 얼굴에 묻어나는 게 도움이 됐다. 근데 브라운관 화질이 너무 좋지 않나. 촬영을 처음 시작했는데 얼굴에 묻어 있는 이 피로감은 뭐지 싶더라. 그래서 5개월 동안 술을 끊었다."


-40대의 사랑은 2030 사랑과 무엇이 다른가.

"나이 먹으면서 사랑에 대한 감성을 이성적인 면에 대입시키고 그러지 않나. 감정을 쫓지만은 않는 것 같다. 나를 둘러싼 상대에 대한 감정이 이성적인 고민까지도 내포하고 있는 모습이다. 자기 감정에만 충실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그런 차별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우성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뭔지 잘 모르겠다. 규정할 수 없는 것 같다. 나이마다 느끼는 사랑의 달콤함이 다르지 않나. 그리고 늘 서툴다.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금도 서툴다고 생각한다."


정우성

정우성

-파트너 신현빈과의 호흡은 어땠나.


"최고의 정모은이었던 것 같다. 신현빈 씨는 인성 자체가 바른 사람인 것 같다. 감성지수와 이성지수가 모든 사람에게 있다고 한다면 신현빈 씨는 미묘하게 이성지수가 감성지수보다 높은 느낌이다. 감독님과 내가 산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면 신현빈 씨가 정리했다. 굉장히 재밌는 작업이었다. 영화에선 동성 배우들과의 치닥거림이지 않았나. 남성들끼리 부딪치면 산만함 느낌이 있다. 근데 신현빈 씨와 함께하니 그러한 산만함이 없는 안정적인 느낌이었다."


-왜 이 같은 멜로물이 하고 싶었을까.

"한 중년 커플을 봤다. 생활이 그렇게 윤택한 사람들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두 사람이 손을 꽉 잡고 있더라. 그 손에서 절대 신뢰, 서로에게 의지하며 삶을 지탱하는 게 느껴졌다. 뭉클한 아름다움이 묻어나더라. 그런 여러 모습이 삶에 존재하지 않나. 요즘은 소리 없이 내뱉는 소리들이 너무 많다. 무책임한 소통 말이다. 소리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 소리가 없는 설정에서 고요함 속 큰 울림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드라마에 호응해 준 분들께 감사하다. 세상에 나올 만한 이유에 대해 공감해 준 것 역시 감사하다."


-영화 '서울의 봄'으로 1000만 배우가 됐다.

"어제 감사 무대 인사를 돌았다. 1000만은 진짜 관객들이 만들어 준 것이다. 시대정서라는 게 있지 않나. 뭔가 결핍된 정서들을 찾고자 하는 욕구를 채워주는, 뭔가가 있을 때 관객들이 찾는 것 같다. '우리가 잘 만들어서 됐어!' '역시 난 할 줄 알았어!'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타이밍이 잘 맞은 것 같다. 행운이다."

-데뷔 30년만 첫 1000만인데 '천만 배우'란 수식어에 욕심이 나지는 않았나.

"같이 응원 해 주고 그러는 로그라인 자체가 재밌지 않나. 욕심은 없었다. 넘으면 그건 관객들이 만들어준 것이니까. 앞으로 평생 못 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 때문에 좌절할 수는 없다. 영화 산업이 안정화가 되려면 300~500만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영화를 만들기 어려워진 상황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


-평소 숏츠나 책을 자주 보는 편인가.

"숏츠는 잘 보지 않고 책은 많이 산다. 사는 만큼 읽지는 않는다. 쟁여놓고 있다."


-쉴 때 무엇을 하나.

"지금까지 쉰 적이 없다. 코로나19 전부터 쉬는 시간 없이 다음 작품에 대한 결정, 회의 그런 걸 계속 하고 영화 '보호자' 촬영하고 끝나고 후반 작업하며 시리즈 '고요의 바다' 제작 들어가서 현장에 있다가 중간에 드라마 대역 배우로 하고, 영화 '헌트' 하고 '헌트' 촬영하면서 기차로 왔다 갔다 하며 '고요의 바다' 후반 작업 보고 '헌트' 개봉하고 '서울의 봄' 촬영하고 '서울의 봄' 촬영하면서 '사랑한다고 말해줘' 준비하고 계속 이어달리기를 하다 보니 '이제 쉴 때가 됐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첫 장편 영화 '보호자'를 연출한 소감은.

"연출이 적성에는 맞는 것 같은데 그게 잘한다 못한다의 얘긴 아니다. (웃음) '보호자'는 타깃이 관객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같은 소재를 재생산 반복하며 사용하고 어느 순간 영화 배우들이 레퍼런스를 찾으면서 기존 영화들을 짜깁기 해서 찍으려고 애쓰고 하는 모습을 보며 이게 바람직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새롭게 고민하며 촬영해서 보여줄까 그 생각을 하며 촬영한 작품이다. 그러다 보니 작업 방식도 그렇고 현장 진행도 영화가 완성됐을 때 영화계에서 이런 고민들을 발견하고 같이 작업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나 해서 한 작품이다. 물질적인 이득만 추구해서 뻔한 장르의 재생산이 이뤄지는 것이지 않나. 내부적인 상황에 대한 고민이 더 큰 것 같다."


-추후 다시금 멜로를 한다면.

"멜로를 또 할 수 있을까 싶다."


-지치지 않는 원동력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일을 하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늘 감사한 마음으로, 작품마다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한다. 이 생각이 어느 시점에선 흐리멍텅해지는 시기도 있었을 것이다. 되짚어서 생각하면 내게 주어진 게 당연한 건 아니더라.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좋은 일이 생겨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늘 감사하다."


-팬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무덤덤한 평가를 원하는 것 같다. 소통은 앞에 있을 때 충분히 교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타 정우성이야' 이런 자세로 팬들과 소통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팬미팅도 진행하지 않는 것이다."


-신년 인간 정우성의 목표는.


"쉬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했다. 올해는 꼭 쉼을 가질 생각이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아티스트컴퍼니, 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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