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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전국 혈액 보유량 4.6일로 '뚝'…휑한 혈액 창고 가보니

입력 2024-01-16 17:26 수정 2024-01-1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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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중앙혈액원의 혈액창고 모습. 〈사진=이지현 기자〉

16일 오후 서울중앙혈액원의 혈액창고 모습. 〈사진=이지현 기자〉

대한적십자사 서울중앙혈액원의 혈액 창고 모습입니다. 헌혈로 들어온 혈액이 보관된 곳이죠. 혈액을 보관하는 선반이 휑합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양호한 편입니다. 권역 내 대형 종합병원이 많은 서울중앙혈액원에는 전국에서 혈액이 공급돼 혈액 보유량이 양호한 편이죠. 혈액 보유량이 현저히 낮은 지역 혈액원들도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오늘(16일) 0시 기준 혈액보유량은 4.6일분입니다.

적정 혈액보유량이 하루 평균 5일분 이상인데 그에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혈액수급위기단계로는 '관심' 수준입니다.

혈액수급위기단계는 보유량이 5일 미만으로 떨어지면 '관심', 3일분 미만은 '주의', 2일분 미만은 '경계', 1일분 미만은 '심각'으로 나뉩니다.

혈액형별로 보면 B형 보유량이 7.2일로 가장 많고, AB형이 4.9일, A형 3.6일, O형 3.3일 순입니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혈액원의 보유량이 2.7일분으로 혈액수급위기단계 '주의'에 해당했습니다. 부산혈액원 역시 혈액보유량이 3.9일에 그쳤습니다.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대한적십자사 경기혈액원 혈액보관창고가 비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대한적십자사 경기혈액원 혈액보관창고가 비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겨울이면 반복되는 '혈액 부족'


혈액이 얼마나 부족한지, 또 헌혈하는 사람이 얼마나 없는 걸까. 이날 오후 서울중앙혈액원과 헌혈의집을 찾았습니다.

오후 2시가 조금 지난 시간. 헌혈의집 안에는 두 명이 헌혈을 하고 있었습니다.

헌혈의집 관계자는 “평소 많이 올 때는 헌혈자가 20명까지도 되지만 평일인 데다 주 초반이라 더 한산한 편”이라며 “오늘은 지금까지 6명이 헌혈에 참여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중앙혈액원 관계자는 “권역 내 헌혈의집이 16곳인데, 다 합해도 하루 헌혈자가 400~500명 정도”라며 “적정 혈액량이 되려면 하루 700명의 헌혈자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들어 헌혈자는 더 줄었습니다. 계절적 요인이 큽니다. 겨울이면 추운 날씨와 연말연시 각종 행사로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헌혈 참여자도 줄어듭니다. 게다가 고등학교와 대학교가 방학에 들어가면서 단체 헌혈도 줄어들죠. 혈액 부족은 매년 겨울마다 반복됩니다.
 
특히 O형과 A형 혈액이 부족한 상황. 〈사진=이지현 기자〉

특히 O형과 A형 혈액이 부족한 상황. 〈사진=이지현 기자〉

이 때문에 혈액 창고도 휑합니다. 특히 A형과 O형 혈액 보유량은 다른 혈액형에 비해 더 적은 편입니다.

서울중앙혈액원 관계자는 “우리 혈액원 권역 내에 세브란스나 성모병원 등 대형 종합병원들이 있어 혈액을 상시 공급해야 한다”며 “하루 세 번 공급하고 있는데 지금 남아있는 양은 한 번 공급하기에도 모자란 양”이라고 말했습니다.
 

10대 헌혈 급감…“대입 정책 바뀐 영향”


계절적 요인이 있긴 하지만 추세적으로도 헌혈로 들어오는 혈액은 줄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때 급격히 줄어든 혈액량은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혈액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혈액 한 박스를 무겁게 들었는데, 요즘은 한 손으로도 가볍게 들 수 있다”며 “그 정도로 헌혈량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엔 특히 10대 고교생의 헌혈이 줄었습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54만 1777건이었던 고교생 헌혈실적은 2023년 27만 447건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특히 헌혈의집을 직접 방문해 헌혈하는 개인 헌혈은 2019년 22만 238건에서 지난해 8만 614건으로 크게(63.3%) 줄었습니다. 20~60대 전 연령층의 지난해 헌혈 건수가 2019년 대비 증가한 것과 비교되는 지점이죠.
 
최근 대입 전형이 바뀌면서 10대 고교생 헌혈이 급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대입 전형이 바뀌면서 10대 고교생 헌혈이 급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대 헌혈이 줄어든 건 대입 입시 정책이 바뀐 영향입니다. 기존에는 헌혈을 하기만 하면 4시간의 봉사시간이 인정돼 대입 전형에도 반영됐는데요.

2024년 대입부터는 단체헌혈만 봉사시간으로 인정되고, 헌혈의집에서 하는 개인 헌혈은 봉사 시간이 인정되지 않게끔 정책이 바뀌었습니다. 이 때문에 2021년부터 고교생 헌혈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대한적십자사는 보고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직접 헌혈의집에 방문해 참여하는 헌혈이 더 자발적인 봉사활동으로 볼 수 있으므로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장려할 필요가 있다”며 “고교생 개인 헌혈 봉사활동 대입 반영과 관련해 교육부와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헌혈할 때 주의할 점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에요. 인구 구조적으로 헌혈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자꾸 줄고, 혈액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늘어날 수밖에 없잖아요.”

혈액원 관계자의 말입니다. 지금은 10대의 헌혈 감소가 눈에 띄지만, 앞으로는 전반적으로 헌혈로 들어오는 혈액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혈액원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대한적십자사도 헌혈이 증가할 수 있는 대책을 고심 중입니다. 혈액관리본부는 “헌혈에 참여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헌혈자 예우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헌혈유공패나 공공시설 이용료 감면 등 헌혈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부여될 수 있도록 정부, 지자체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산한 헌혈의집 모습. 〈사진=이지현 기자〉

한산한 헌혈의집 모습. 〈사진=이지현 기자〉

취재진도 이날 취재를 마친 뒤 헌혈에 참여했습니다. 다행히 사전 문진과 검사에서 큰 이상이 없어 헌혈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처럼 감기와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헌혈도 조심해야 하는데요. 독감에 걸렸을 경우 치료가 끝난 뒤 한 달까지는 헌혈을 할 수 없습니다. 감기로 약을 먹은 경우에는 어떤 약을 먹었는지 헌혈 전에 꼼꼼하게 상담해야 안전합니다.

또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면 4주 뒤부터 헌혈이 가능하며, 문신(반영구화장 포함)의 경우 감염 위험 때문에 6개월이 지난 뒤부터 헌혈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헌혈의집 관계자는 “대체로 일주일 사이에 약물이나 주사 치료를 받았다면 그 뒤에 헌혈을 하는 게 좋다”며 “몸에 염증이 없고 온전한 상태에서 헌혈을 하는 게 가장 좋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공복, 피로감, 수면 부족도 헌혈 후 어지러울 수 있어 컨디션을 좋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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