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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기]"같이 사냐" JTBC 현근택 언행 단독보도 이후

입력 2024-01-14 07:00 수정 2024-01-14 17:14

"기억 안 나지만 진심 어린 사과 하겠다" 모순된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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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안 나지만 진심 어린 사과 하겠다" 모순된 입장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도 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실수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보면 그 사람의 진면목이 보인다.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해 12월 30일 "제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고 표현했기에 '실수'라는 표현을 쓰겠다. 과연 실수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나중에 따져보자

 
JTBC 보도화면 캡쳐

JTBC 보도화면 캡쳐

 

왔다 갔다 하는 현근택


성희롱 발언 논란을 빚은 현 부원장, 애초 "큰 실수 했으니 죄송하다"고 했지만 지금은 말이 좀 왔다 갔다 한다. 지난 11일 SBS와 MBC 보도를 보면 "사건 당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피해자 측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단다. 그런데 같은 보도에서 현 부원장 "피해자 마음이 풀릴 때까지 몇 번이든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리겠다"고도 했다.

슬슬 헷갈리기 시작한다. 실수를 했다는 것인가 안 했다는 것인가. 실수했는데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인가, 아니면 실수 했는지 안 했는지 자체를 모르겠다는 것인가. 그러고 보니 단어 선택도 이상하다. '진심 어린 사과'. 기억 안 나고 사실 관계는 인정할 수 없는데 "진심 어린 사과 하겠다"는 이 모순, 이해하기 쉽지 않다.

 
현근택 성희롤 피해자 인터뷰

현근택 성희롱 피해자 인터뷰


현 부원장은 같은 지역 정치인 이석주 씨 여성 수행비서 A씨에게 "둘이 같이 사냐" "감기도 같이 걸렸던데" "둘이 부부냐"라고 말한 걸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이 말, 했는지 안 했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 11일 MBC 보도에서 현 부원장은 이런 사실 자체가 없었다는 뉘앙스로 말한다. "당시 술자리를 함께했던 분들에게 확인해 봤는데 '같이 사냐'는 말조차 들은 적 없다는 참석자들이 있었다"고 했다. 이쯤 되면 사과 의지는 있는 건지, 왜 사과해야 하는 건지 궁금해진다. 잘못한 게 없으면 사과할 필요도 없다.

 
탄원서 캡쳐.

탄원서 캡쳐.

 

지지자들 말리지 않는 현근택


'현근택 지지자'라는 모 당원이 탄원서라는 걸 돌리기 시작했다. 지지자들은 동의 서명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내용이 틀렸다. 최소한 사실 확인도 안 한 글이다. 탄원서 문구를 보자.


피해자는 연락을 받으려는 행동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언론에 먼저 이를 알립니다'
세상에 이 사실을 알린 건 현 부원장 본인이다. 피해자가 연락을 끊고 힘들어 하던 지난 3일, 현 부원장은 SNS에 글을 올린다. "저의 발언으로 인해 상처 받았으니 사과드립니다" 이 글로 지역에서는 현 부원장이 '뭔가 실수했구나'라는 이야기가 퍼졌다. JTBC가 이런 사실을 제보 받은 건 다음 날인 4일이다. 피해자 연락처를 구했고 이 날 처음 만났다. 피해자는 언론에 먼저 이런 사실을 알린 적이 없다. 다시 탄원서를 보자.
 
현근택 사과문

현근택 사과문


'피해자는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언론에 제보부터 했는가? 만약 실제로 성희롱을 당했다면 신고를 했다면 될 일입니다'
언론에 제보부터 한 적이 없으니 전제부터 틀렸다. 전제가 틀리다 보니 논리는 억측으로 흐른다.


'피해자가 형사 고소가 아닌 언론을 통하여 현근택 변호사에 대한 비판과 비난 그리고 사과 요구는 불순한 의도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지만 현재 현 부원장은 피해자에게 사실상 합의를 요청하고 있다. 합의라는 건 이쯤 해서 멈추자는 거다. 그러면 형사 고소를 바라지 않는 건 객관적으로 누구인가.

'현근택 변호사가 농담으로 건넨 그 말이 과연 사회통념 상 막말에 가까운 말인가 라고 하면 절대 아니다 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내 직업을 가지고 내 일을 하는 사회인에게 이런 말은 어떻게 받아 들여 질까. 여성이라서 내가 한 일로 평가 받지 못하고 '상관과 같이 사냐. 감기도 같이 걸리고' 등 성적인 암시 담은 말을 들을 때 어떤 기분이 들까. 성희롱 소지도 있지만 지극히 성차별적 발언이다. 사회통념과 상식으로 판단하면 될 일이니 더 설명하지 않으련다.


'이것을 언론에 유출을 먼저 하며 언론 플레이 부터 한다는 것은 정치적인 이유 말고는 없다고 밖에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돈을 바라고 무고 하는 여성을 이른바 꽃뱀이라 부른다. 남성들이 으레 들고 나오는 프레임이다. 이 탄원서 논리, '돈'을 '정치적 이익'으로 바꿨을 뿐 프레임은 같다. 세상은 자기 세계관만큼 보이게 마련이다.

'검찰과 경찰 그리고 언론의 피의사실 유포로 많은 더불어 민주당 의원님들과 당원 동지 여러분이 고통 받고 있습니다'
형사 고소 안했다고 타박하더니 검찰과 경찰이 피의 사실을 유포했다는 이 허술한 논리. 한 번도 만나 보지 않은 피해 여성의 마음 속 의도까지 단정하는 분이 할 말은 아닌 거 같다.


'만약 이 탄원서가 2차 가해라 여기신다면 이 탄원서를 돌리는 제출자도 같이 징계 해주십시오'
이런 걸 전형적인 2차 가해라고 한다.
 
MBC 보도 캡쳐

MBC 보도 캡쳐

 

"불출마 불응하니 보도 나오더라" 책임질 수 있나


현 부원장은 11일 MBC SBS와 인터뷰에서 "사건 보도 하루 전, 이석주 씨가 불출마를 요구했고 대답을 못 하자 다음 날 사건이 보도됐다"고 말했다. 피해자에게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탄원서와 같은 논리다. JTBC 보도 시점을 이석주 측과 조율한 것처럼 보이도록 표현했다. 이 부분, 책임질 수 있는지 현 부원장에게 묻겠다. JTBC 기자들은 기사가 나가기 전, 이석주 씨와 한 한번도 취재 과정에서 만나거나 연락한 적이 없다. 지지자들이 원하는 대로 경찰이든 검찰이든 사법 기관에서 모든 취재 과정을 공개할 수 있다. 이석주 씨는 최근 현 부원장-피해자와 3자 대면에서 "불출마라는 단어를 꺼낸 적이 없다"고 말한 걸로 확인됐다. 둘 가운데 누구 말이 맞는 건지 둘이서 해결하는 게 먼저일 테다.
 

마무리하며


실수한 뒤 어떻게 처리하는지 보면 사람의 진면목이 보인다고 말한 건 셰익스피어다. 오래된 격언은 대체로 이유가 있다. 언론사 기사는 무오류가 아니다. JTBC는 스스로 무오류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앞서 봤듯이 현 부원장 입장은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진심 어린 사과를 하겠다면서 기억은 안 나고, 못 들었다는 사람도 있다면서 은근히 사실 관계를 부정한다. 그러면서 피해자에게 의도가 있다고 책임을 떠민다. 사과는 깔끔하게 하는 거다. 다툴 거면 정확히 다퉈야 하고.



◆덧붙이는 말: 현 부원장은 "같이 잤냐는 말은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말장난에 가깝다. 피해자도 "같이 잤냐라고 말한 건 아니다"고 동의하고 있다. 다만 상황 설명을 들어보자. 현 부원장이 "니네 부부냐. 감기도 같이 걸렸잖아"라고 하자 피해자는 "감기는 부부끼리만 걸리나요"라고 답했단다. 그러자 "현 부원장이 '같이 사는 사람, 같이 자는 사람들이 같이 감기 걸리지 않느냐'라고 말했다"는 게 피해자 주장이다. 왜 현 부원장이 "같이 잤냐"라는 이 표현에 유독 예민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른 발언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같이 잤냐'는 말을 안 한 건 기억한다"고 한다. 인체의 신비일까.


◆1월 9일 JTBC [단독] "같이 사냐, 같이 잤냐" 현근택 언행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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