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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엔 '성화'로 그려지는 '독재자' 스탈린 왜?

입력 2024-01-13 10:14 수정 2024-01-13 10:27

논란 일며 '페인트 세례'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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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일며 '페인트 세례' 소동


조지아 정교회 대성당 '성화'에 스탈린이?


조지아 트빌리시의 '츠민다 사메바', 성 삼위일체 대성당입니다.

조지아 정교회의 본산이자 조지아의 상징, 관광명소인 곳이죠.

이곳이 최근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성당 내부에 걸린 성화 때문입니다.

러시아 정교회가 성인으로 추대한 '20세기 모스크바의 성녀', 성 마트로나의 성화인데요.

왼쪽에 스탈린이 등장합니다.

트레이드마크인 코트를 입은 스탈린, 독소전쟁 당시 밀고 올라오는 독일군 때문에 모스크바를 버릴까 고민하던 상황.

예언가이자 치유자로 영험하다는 성녀를 만납니다.

성녀가 한 말이 뭐길래? 러시아의 '도시전설'


마트로나가 "모스크바를 지키면 승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하죠.

그녀 말에 따라 '모스크바 사수'를 결정했더니 소련이 이겼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입니다.

동시대 인물이지만, 마트로나와 스탈린의 만남은 정식으로 기록된 역사는 아닙니다.

오히려 소비에트연방 시절 스탈린의 독재를 정당화하거나 우상화하는 데 쓰이는 일종의 선전, 프로파간다에 불과하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사실 스탈린이란 인물이 성화에 등장한 것 자체가 더 논란입니다.

성화 논란에 앞서 스탈린을 알아볼까요?

스탈린은 누구? 조지아랑은 무슨 관계?


이오시프 스탈린.

레닌을 도와 러시아혁명을 일으켜 소비에트연방을 세운 인물이죠.

레닌 이후 소련을 1924년부터 30년간 통치하며 일인 독재 체제를 일궜고 그 과정에 자국민을 천만 명 넘게 숙청했습니다.

우리 국민 입장에서도 북한 김일성이 스탈린의 동의를 구해 한국 전쟁을 일으켰기 때문에 반가운 이름은 아닐 겁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조지아의 인간 백정'.

그런데 조지아와는 무슨 인연이길래 조지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성당 성화에 등장한 걸까요?

스탈린은 1878년 러시아제국의 고리 지방에서 태어났는데, 이곳이 지금의 조지아입니다.

조지아는 소련이 1991년 붕괴하면서 독립했습니다.

스탈린, 조지아에선 추앙받기도


조지아 사람들은 스탈린이란 인물에 대해 독재는 잘못됐지만, 동시에 소련 시절 국가를 부흥시켰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합니다.

[마리암 바버나시빌리 / 트빌리시 주민]
"스탈린은 대단한 인물이죠.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이 스탈린을 표현할 수도 없지만, 그는 신이 내린 인물이에요. 우린 그런 인물이 필요해요."

조지아는 특히 이슬람 등 외세 지배를 받으면서도 조지아 정교회를 지켜냈기 때문에 종교적으로 신앙심이 깊은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요.

조지아 정교회 1500년을 기념하기 위해 건축한 대성당에 스탈린이 등장하는 성화를 걸어뒀다?

스탈린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갑니다.

하지만, 당연히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나티아 보슬러 / 트빌리시 주민]
"그 성화를 봤을 때 너무 모욕적이었어요. 조지아 사회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해요. 스탈린은 정말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잘못을 한 인간이잖아요."

사실 이 성화는 걸린 지 수개월 정도 됐다는데요.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된 겁니다.

일부에선 러시아의 공작도 의심합니다.

"추앙은 무슨! 러시아 정보전의 산물!" 페인트 '세례'


[죠르기 칸델라키 / 트빌리시 소비에트 과거사 연구원]
"러시아의 조지아에 대한 허위정보 공작이 성공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점에서 최근 가장 큰 논쟁거리가 됐어요. 러시아가 스탈린의 이미지도 정보전의 무기로 삼고 있다는 거죠."

독립 후엔 러시아와 전쟁을 했고 친서방·탈러시아 정책을 표방하는데 내부적으론 반러와 친러 세력의 정치적 대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러시아가 스탈린 시절 나치 독일에 맞서 전쟁을 치렀던 역사와 국가 부흥을 상기시키며 러시아에 대한 우호 세력을 확보하려 한다는 주장입니다.

급기야 반러 성향의 운동가가 나서는 일도 발생합니다.

지난 9일, 스탈린이 등장하는 성화에 페인트를 부어버렸습니다. [출처: 라디오프리유럽]

그리곤 페인트를 부은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는데요.

그러자 현지에선 성화를 모독했다며 이 운동가를 비난하고 위협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나타 페라체 / 반러 성향 운동가]
"군중의 반응은 제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버렸어요. 진짜 저를 비난하는 식으로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어요. 저는 자주 스탈린 흉상에 페인트를 던지곤 했는데, 이걸 예상하진 못했어요."

대성당 측은 현재 성화 액자에 묻은 페인트는 다 지워졌다고 밝혔습니다.

정교회 배척했던 레닌과 달랐던 스탈린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 있는데요.

소련이 생겨난 뒤 볼셰비키들은 마르크스의 사상과 레닌의 방침에 따라 정교회를 배척하고 탄압했습니다.

하지만, 조지아 정교회 학교 출신인 스탈린은 러시아 민족의 종교적 신앙이 얼마나 투철한지를 잘 이해하고 있었고, 이를 이용하기 위해 정교회를 어느 정도 인정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런 역사적 배경 때문인 걸까요?

스탈린의 '도시 전설'이 담긴 성화는 계속 전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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