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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상대로 독성 시험한 것" 재판부도 분노한 그 만행

입력 2024-01-12 13:27 수정 2024-01-12 13:44

1심 뒤집은 항소심 재판부 "업체들, 업무상 과실 인정돼"
피해자 최소 5667명·사망자 1258명 '대참사'
"독실 시험 필요" 의견 최소 두번 묵살하고 판매 강행
피해자 가족 "형량 너무 가볍다"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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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뒤집은 항소심 재판부 "업체들, 업무상 과실 인정돼"
피해자 최소 5667명·사망자 1258명 '대참사'
"독실 시험 필요" 의견 최소 두번 묵살하고 판매 강행
피해자 가족 "형량 너무 가볍다" 눈물

■ 방송 :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평일 오전 8시 JTBC News 유튜브)
■ 진행 : 이가혁 기자
■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용 시: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서울고법 형사5부는 어제(11일) 유해 화학물질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판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금고 4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어떠한 안전성 검사도 하지 않은 채 상품화를 결정해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임직원 13명도 모두 유죄 판결받았습니다. 무죄였던 1심에서 완전히 뒤집힌 겁니다.

■ 최소 1258명이 사망한 대참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정부 공식 인정 수치로만 따져도 무려 5667명이고 이중 사망자가 1258명에 이르는 '참사'입니다. 예를 들어서 제가 특정 참사를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어느 한날한시에 수백 명이 돌아가시면 우리가 정말 충격을 받는데, 1258명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사망했는데, 오랜 기간 전국에 분산돼 살아오시면서 돌아가셨기 때문에, 우리 국민이 봤을 때는 '한 번에 오는 충격'이 많지 않은 거예요. 이게 엄청난 참사인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관심을 많이 안 갖고 있었어요. 다시 말씀드립니다. 정부 공식 인정 피해자만 5667명이고요. 사망자는 1258명입니다.

■ 아내를 위해 산 물건이 아내를 죽였다
가습기살균제에 쓰인 화학물질은 크게 PHMG 계열과 CMIT·MIT 계열 두 가지로 나뉩니다. PHMG는 2014년 질병관리본부가 “명백히 위해하다”고 밝혔고, 그나마 익숙한 사건이죠, 이걸로 가습기살균제 만들어 판 옥시 전 대표는 이미 2018년 징역 6년형 확정됐습니다. 반면에, 어제 2심 판결이 난 SK케미칼, 애경산업은 옥시와 달리 CMIT·MIT를 썼는데 이건 위해성이 입증이 더딘 상황이었습니다. 공식 피해자 5667명 중 41%인 2312명이 이 성분들이 들어간 걸 썼는데도 그랬습니다. 그렇다면, 과거 가습기 살균제를 구매하고 썼을 때 상황을 돌이켜볼게요. 그냥 모르고 썼느냐? 당연하죠. 회사들이 안 밝히는데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한겨레〉와 인터뷰한 김태종(69) 씨 사례 소개해드리죠.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4년 전 아내를 떠나보냈습니다. 아내 고 박영숙 씨는 2007년 CMIT·MIT 성분을 원료로 한 이마트 PB 제품 가습기 살균제를 썼습니다. 2008년 3월 '숨쉬기 힘들다'며 쓰러졌고 12년을 투병 생활하다가 2020년 8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더 비극적인 건, 이 아내가 교회 성가대 소프라노였고, 남편은 이런 아내 '목을 지켜주겠다'고 직접 가습기 살균제를 샀다고 합니다. 가습기가 잘 분사되도록 아내 쪽으로 각도도 맞춰주고요. 김 씨는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아직도 안방에서 잠들지 못하고 거실에서 잔다고 합니다. 비극적인 일입니다.

■ 1심 판단 뒤집힌 이유
법원 판단이 이번에 뒤집힌 과정을 보죠. 2021년 1월 1심에서는 “해당 성분이 폐 질환을 유발하고 악화시키거나 폐까지 도달한 사실을 입증한 시험은 없었다”면서 피고인들에게 무죄 선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2심은 1심이 인과관계 증명한 여러 수단 중 하나인 '동물실험 결과'의 성격을 오해했다고 봤습니다. 또 1심 이후에 폐 질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추가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와서 법원이 이번에 1심을 뒤집은 겁니다. 2심 재판부는 “전문가들의 연구를 고려하면 CMIT·MIT가 폐 질환 또는 천식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은 더 이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또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폐질환 간 구체적 인과관계의 신빙성도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 한마디로 '완전 엉터리'였던 회사들
2심 재판부에 따르면 1994년 유공(SK케미칼 전신)은 "독성 시험을 해야한다"는 내부 의견을 무시하고 CMIT·MIT가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그다음 해 서울대 수의과대학에서 “문제 소지가 있어 실험이 더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는데도 계속 판매했다고 합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제품을 출시하기 전 동물을 상대로 한 안전성 검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가습기살균제를 유통해 사실상 전 국민을 상대로 만성 흡입독성시험을 행한 사건”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전 국민을 상대로 독성시험을 한 사건'으로 5667명이 피해를 보았고 이 중 1258명이 서서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은 어제 법원이 내린 형량이 "지나치게 가볍다"며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여러 가지 질병으로 이혼하고 해체되고 가난한 나락으로 떨어지고 죽었는데 그 많은 사람들의 피해를 작은 금고 4년으로 어물어물 마무리하는 것 같다" (이명순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족)
 
"전 국민 상대로 독성 시험한 것" 재판부도 분노한 그 만행
〈뉴스들어가혁〉은 JTBC news 유튜브를 통해 평일 아침 8시 생방송으로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을 살아갈 힘'이 될 핵심 이슈를 이가혁 기자가 더 쉽게, 더 친숙하게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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