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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의심' 자녀 가방에 몰래 넣은 녹음기…대법 "증거 능력 없다"

입력 2024-01-11 11:34 수정 2024-01-1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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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사진=연합뉴스〉


학부모가 초등학교 자녀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초등학교 교사의 아동학대 행위를 녹취한 경우 재판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1부는 오늘(11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A씨에 대한 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파기·환송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 녹음'에 해당해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으로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해 기록된 내용은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또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수업시간 중 한 발언은 통상적으로 교실 내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교실 내 학생들에게만 공개된 것일 뿐 일반 공중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피해 아동의 부모는 피고인의 수업시간 중 발언의 상대방, 즉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한 당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해당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 오해 때문에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것이지 교사의 유무죄에 대해 최종 판단한 게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앞서 A씨는 2018년 서울 광진구의 한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로 근무하던 중 자신의 반에 전학 온 학생에게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씨는 이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학습 훈련이 전혀 안 되어 있어. 1, 2학년 때 공부 안 하고 왔다 갔다만 했나 봐' 등의 말을 해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학대행위를 한 혐의를 받습니다.

A씨의 이러한 발언은 이 학생의 학부모가 자녀 가방에 몰래 넣어둔 녹음기에 녹취됐습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전부 유죄로 보고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A씨는 '비밀리에 녹음한 부분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쓰면 안 된다'며 항소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발언 중 일부는 초등학교 교사가 수업과 관련해 취할 수 있는 조치 내지 발언으로 보이고 피해 아동에 대한 학대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쟁점이 된 녹음 파일에 대해서는 "이 사건과 같이 말로 이루어지는 학대 범행의 특성상 녹음을 하는 것 외에는 피고인의 범죄행위를 밝혀내고 피해자의 법익을 방어하기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을 강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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