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암표' 때문에 콘서트 표 전체 취소…막을 방법 없나

입력 2024-01-02 18:20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암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일단 공연 티켓 예매를 전부 취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가수 장범준 씨가 공연을 하루 앞두고 돌연 예매표를 모두 취소했습니다. 암표 때문이었습니다.

구하기 어려운 공연이나 스포츠 티켓을 사들인 뒤 웃돈을 얹어 되파는 암표. 최근에는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을 이용해 순식간에 티켓을 대량으로 구매한 뒤 되파는 암표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요.

반복되는 암표 거래에도 불구하고 이를 막을 실효성 있는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에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량으로 티켓을 산 뒤 되파는 암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최근에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량으로 티켓을 산 뒤 되파는 암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임영웅 티켓 2장에 550만원"…선 넘은 암표상들


인기 가수들의 공연이 있을 때마다 암표 문제는 불거집니다.

이번 장범준 씨 공연 티켓도 정상 가격은 5만 5000원이었지만, 암표상은 이를 30만원에 판매한다고 글을 올렸죠.

'피켓팅'이라고 불릴 정도로 표를 구하기 어려운 가수 임영웅 씨의 콘서트 티켓은 온라인에서 2장에 55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그룹 god의 무료 콘서트 티켓은 30만원짜리 암표가 등장하기도 했죠.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대중음악 공연 암표 신고는 2020년 359건에서 2022년 4224건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은희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매크로를 사용해 티켓을 부정한 방법으로 예매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암표 신고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요즘은 대부분의 티켓 예매를 온라인에서 하는 데다, 중고거래가 몇 년 사이 활성화된 영향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암표 때문에 몸살을 앓는 건 공연계만의 일은 아닙니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 역시 300만원짜리 암표가 등장했고,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도 10만원짜리 좌석을 20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 티켓도 암표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 티켓도 암표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사진=연합뉴스〉

'나루터 암표 금지'?…정작 온라인 암표 거래는처벌 못 해


온라인에서의 암표 판매는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불법 암표 매매를 적발하고 처벌할 법적 근거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

암표 매매는 경범죄처벌법의 규제를 받습니다.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해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승차권·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죠.

법을 위반하면 20만원 이하 벌금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요.

문제는 법이 너무 오래돼 지금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50년 전 만들어진 이 법은 오프라인에서의 암표 매매를 처벌하는 근거가 될 뿐, 온라인에서의 거래까지는 처벌할 수 없습니다.

처벌 수위도 약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왔었죠.

온라인에서의 암표 거래를 제재할 법이 최근 하나 만들어지긴 했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공연법을 개정한 건데요.

매크로를 이용해 입장권을 부정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는 있습니다. 공연법 개정안이기 때문에 스포츠나 다른 분야에서의 불법 온라인 암표 매매 행위를 적발하거나 처벌하긴 어렵습니다.

또 매크로를 이용해 표를 구매하고 이를 되파는 행위를 일일이 잡아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문가는 말합니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요즘은 매크로 방지 시스템 자체를 우회해서 접근하는 매크로 프로그램들도 있다"면서 "이를 완전히 잡아내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윤동환 한국음반레이블산업협회(음레협) 회장도 "매크로의 등장으로 암표상이 조직화, 기업화되어가고 있다"면서 "공연법이 개정됐지만 현실적으로 분업화된 암표상 개개인의 매크로 구매를 적발한다는 것은 불가하다"고 말했습니다.

"경범죄처벌법 개정해야"…국회엔 법 발의됐지만 계류 중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 티켓은 2장에 55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진=류호정 의원실〉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 티켓은 2장에 55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진=류호정 의원실〉


점점 커지는 암표 시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음레협은 지난해 10월 암표 법률 개정을 요청하는 청원을 제기했습니다. 경범죄처벌법을 고쳐 온라인에서의 암표 거래도 처벌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자는 겁니다.

윤동환 음레협 회장은 "50년 전에 만들어진 법안은 현재 존재하지도 않는 '나루터'를 예시로 들고 있다"며 "온라인, SNS 및 입구 이외의 장소에서 거래될 경우에는 법에서 암표로 인정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암표를 이용한 사기 행각도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순진한 팬심을 이용해 산업 구조를 무너트리는 불법 행위는 중죄로 처벌받아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경범죄로도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국회에도 온라인에서의 암표 거래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온라인에서의 암표 거래 행위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경범죄처벌법' 개정안이 4건 발의되어 있고, 스포츠 경기 관람 시에도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 거래를 처벌하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3건 발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법안은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채 상임위에 계류되어 있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