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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센터에 걸려온 전화…전주시 '얼굴 없는 천사' 8천만원 놓고 사라져

입력 2023-12-27 14:56 수정 2023-12-27 14:58

24년째 선행…누적 성금 9억 6479만 767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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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째 선행…누적 성금 9억 6479만 7670원

27일 오전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을 세고 있다. 〈사진=전주시 제공〉

27일 오전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을 세고 있다. 〈사진=전주시 제공〉




'따르릉'

오늘(27일) 오전 10시 13분,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중년의 남성으로 추정되는 이는 대뜸 "이레교회 표지판 뒤에 놓았으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습니다.

매년 이맘때면 찾아오는 전주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의 전화였습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통화 내용에 따라 주민센터 인근 교회 표지판 뒤에서 A4 복사용지 상자를 발견했습니다.

상자에는 5만 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들어있는 돼지저금통 1개, 그리고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세어보니 8006만 3980원이었습니다.

편지에는 "올 한 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사진=전주시 제공〉

〈사진=전주시 제공〉


이로써 이름도 직업도 알 수 없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올해로 24년째, 총 25차례에 걸쳐 이어지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그가 보내 준 성금은 총 9억 6479만 7670원에 이릅니다.

첫 시작은 2000년 4월이었습니다. 그는 당시 초등학교 3학년 남학생을 통해 58만 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주민센터에 기부했습니다.

그 뒤로 그는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남몰래 매년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씩 기부했습니다.

전주시는 이 성금으로 생활이 어려운 지역 주민에게 현금과 연탄, 쌀 등을 전달했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지역 인재에 대한 장학금 및 대학 등록금을 지원했습니다.

노송동 일대 주민들은 그의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 천사축제를 열어 불우이웃을 돕는 등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송해인 노송동장은 "2000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익명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큰 사랑과 감동을 선사한 전주시 얼굴 없는 천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얼굴 없는 천사의 바람대로 나눔의 선순환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더불어 행복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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