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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소득이 저소득층을 게으르게 할까?" 중간 성적표 뜯어보니

입력 2023-12-2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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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의 소득보장 정책 실험인 '안심소득' 시범사업 성적표가 나왔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1년 동안 사업을 진행한 중간 결과를 지난 20일 공개했습니다.

안심소득 포럼 환영사하는 오세훈 시장. 〈사진=연합뉴스〉

안심소득 포럼 환영사하는 오세훈 시장. 〈사진=연합뉴스〉


100가구 중 5가구, 수급에서 벗어나


'안심 소득'은 서울시 표 저소득층 선별 복지 시스템입니다.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인데요. 가구 소득이 중위소득의 85% 이하면서 보유 재산이 3억2600만이 안 되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합니다. 기준소득(중위소득 85%)과 실소득의 차액 절반을 지급합니다. 대상 가구의 소득이 낮을수록 받을 수 있는 돈이 더 많습니다. 1인 가구 기준으로 최대 88만 원을 지원받습니다.

중간 평가 성적은 나쁘지 않습니다. 지원을 받은 484가구 중 104가구(10.8%)는 근로소득이 증가했습니다. 23가구(21.8%)는 1년 만에 가구소득이 기준소득(중위소득 85%) 이상으로 늘어나 소득 지원 대상에서 벗어났습니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삶의 질도 나아졌습니다. 자존감과 우울감, 스트레스 등 정신 건강을 측정한 표준화 점수가 14.6%에서 18.1%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활 안정되니 근로 의욕 자극"


서울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 급여 대상자의 탈수급 비율은 0.07%다. 안심소득은 5%가량이 수급에서 벗어났으니 69배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목이 중요한데요. 현금을 지원하면 일할 의욕이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적어도 기존 제도보다는 근로 의욕을 고취하는 측면이 큰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대상 가구의 소득이 낮을수록 받을 수 있는 돈이 더 많은 '하후상박형' 구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소득이 늘어난다고 지원을 끊는 게 아니라, 수급 중 소득이 증가해도 자격은 유지하면서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지원을 받은 시민들은 "삶의 질이 개선되고 생활이 안정되다 보니 일할 의욕이 더 생겼다"고 했습니다. 심철효(62) 씨는 사업에 실패한 뒤 건강까지 안 좋아지면서 빚이 늘어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던 중 안심소득 대상자에 선정되어 월 80만 원의 지원을 받아 왔습니다.

심 씨는 “공과금 등을 성실하게 낼 수 있게 됐고 주변 사람에게 손을 벌리는 일이 줄어들어 심리적으로 안도되었고, 오히려 근로 의욕이 고취됐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조급하게 아무 일이나 찾기보다 내가 정말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는 데에 집중할 수 있었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건강 체조 강사로 일하며 꾸준히 소득을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과 특별 대담하는 에스테르 뒤플로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시장과 특별 대담하는 에스테르 뒤플로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 〈사진=연합뉴스〉


노벨경제학상 뒤플로 교수 "잘 설계됐다"


지난 20일 안심소득 중간평가를 발표하는 자리에는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에스테르 뒤플로 미국 MIT 교수가 초대됐습니다. 뒤플로 교수는 “제가 사업을 설계했어도 이와 비슷하게 했을 것”이라고 호평했습니다. 한국과 같이 국가 통계 시스템이 잘 구축된 나라에서는 선별 복지의 효과가 더 크다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개선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현실적으로 벽이 높다. 수혜 폭이 넓어 적지 않은 예산이 든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이 해결된다면 전국 단위로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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