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소득보장 정책 실험인 '안심소득' 시범사업 성적표가 나왔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1년 동안 사업을 진행한 중간 결과를 지난 20일 공개했습니다.
안심소득 포럼 환영사하는 오세훈 시장. 〈사진=연합뉴스〉
'안심 소득'은 서울시 표 저소득층 선별 복지 시스템입니다.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인데요. 가구 소득이 중위소득의 85% 이하면서 보유 재산이 3억2600만이 안 되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합니다. 기준소득(중위소득 85%)과 실소득의 차액 절반을 지급합니다. 대상 가구의 소득이 낮을수록 받을 수 있는 돈이 더 많습니다. 1인 가구 기준으로 최대 88만 원을 지원받습니다.
중간 평가 성적은 나쁘지 않습니다. 지원을 받은 484가구 중 104가구(10.8%)는 근로소득이 증가했습니다. 23가구(21.8%)는 1년 만에 가구소득이 기준소득(중위소득 85%) 이상으로 늘어나 소득 지원 대상에서 벗어났습니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삶의 질도 나아졌습니다. 자존감과 우울감, 스트레스 등 정신 건강을 측정한 표준화 점수가 14.6%에서 18.1%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 급여 대상자의 탈수급 비율은 0.07%다. 안심소득은 5%가량이 수급에서 벗어났으니 69배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목이 중요한데요. 현금을 지원하면 일할 의욕이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적어도 기존 제도보다는 근로 의욕을 고취하는 측면이 큰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대상 가구의 소득이 낮을수록 받을 수 있는 돈이 더 많은 '하후상박형' 구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소득이 늘어난다고 지원을 끊는 게 아니라, 수급 중 소득이 증가해도 자격은 유지하면서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지원을 받은 시민들은 "삶의 질이 개선되고 생활이 안정되다 보니 일할 의욕이 더 생겼다"고 했습니다. 심철효(62) 씨는 사업에 실패한 뒤 건강까지 안 좋아지면서 빚이 늘어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던 중 안심소득 대상자에 선정되어 월 80만 원의 지원을 받아 왔습니다.
심 씨는 “공과금 등을 성실하게 낼 수 있게 됐고 주변 사람에게 손을 벌리는 일이 줄어들어 심리적으로 안도되었고, 오히려 근로 의욕이 고취됐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조급하게 아무 일이나 찾기보다 내가 정말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는 데에 집중할 수 있었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건강 체조 강사로 일하며 꾸준히 소득을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과 특별 대담하는 에스테르 뒤플로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 〈사진=연합뉴스〉
지난 20일 안심소득 중간평가를 발표하는 자리에는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에스테르 뒤플로 미국 MIT 교수가 초대됐습니다. 뒤플로 교수는 “제가 사업을 설계했어도 이와 비슷하게 했을 것”이라고 호평했습니다. 한국과 같이 국가 통계 시스템이 잘 구축된 나라에서는 선별 복지의 효과가 더 크다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개선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현실적으로 벽이 높다. 수혜 폭이 넓어 적지 않은 예산이 든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이 해결된다면 전국 단위로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