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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이 이렇게 힙하다고?...한국 무용 '묵향' 10년 물들이다

입력 2023-12-13 16:40 수정 2023-12-13 17:47

공연할 때마다 매진...묵향 10주년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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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할 때마다 매진...묵향 10주년 기자회견

화선지 위에서 검정색 글자가 그려지고 꽃이 피어납니다. 무대 위 안무가는 매화를 틔워내고, 대나무의 호방한 기개도 쩌렁쩌렁 울립니다.

묵향 공연의 시작을 여는 서무

묵향 공연의 시작을 여는 서무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 '묵향'이 10주년 기념 공연을 올립니다. 12월 14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이번 공연은 2013년 초연보다 더 현대적이고, 우아한 영상미로 관객을 찾아옵니다.

2013년 초연 당시 묵향은 그야말로 신드롬이었습니다. 요즘 말로 '힙'했기 때문입니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패션과 미술계에서 이미 유명한 감독입니다. 정구호 스타일 연출 방식의 핵심은 간결한 양식미로 완성하는 강렬한 비주얼입니다. 묵향의 무대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화선지 네 조각이 무대를 감싸고 각 장을 대표하는 분홍·초록·노랑·흑과 백이 스크린과 바닥을 물들이며 구성됩니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세련된 한복 디자인도 작품의 매력입니다. 달항아리처럼 봉긋하게 부푼 치맛자락은 짧은 저고리와 균형을 이루고, 리듬감 있게 흔들리는 치마폭 아래로 살짝 보이는 버선코가 춤의 맛을 한층 살립니다.

오늘(1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안무를 맡은 윤성주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지난 10년 간 작품을 통해 사랑을 받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 공연에서 10년 간 안무를 했던 김미애 무용수는 "10년 간 한 작품에 출연할 수 있었던 건 영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묵향은 지난 10년 간 10개 국을 돌며 43회를 공연했고 42539명의 관객을 만나, 무용 한류를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묵향은 윤성주 감독이 고 최현의 '군자무'(1993)에서 영감을 받아 정중동 미학의 극치를 보여주며 전통의 아름다움을 품격있게 선보였습니다. 화선지 같은 무대 위에서 움직이는 무용수들은 먹을 새기고 난초를 치는 선비, 얼어붙은 겨울 끝에 홀로 피어나는 매화, 가을 들판을 금빛으로 수놓는 국화, 호방한 기개를 간직한 대나무를 춤사위로 표현하며 한국의 사계절을 그려냅니다.

대나무로 바닥을 '탁', 죽비에서 영감 얻어


윤성주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13일 열린 프레스콜 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성주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13일 열린 프레스콜 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10년 전 초연과 달라진 점도 있습니다. 5장 '오죽' 부문에서 남성 안무가들이 대나무로 바닥을 탁 치는 부분은 여러 공연을 거치며 추가된 부분입니다. 이 소리는 무대 뿐만 아니라 객석 전반을 깨웁니다. 윤 예술 감독은 "불교에 죽비라는 게 있다. 스님이 딱 때리고 정신을 바짝 차리는 효과를 가진다. 이 죽비에서 새로운 안무 부분을 차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10년 동안 세계적으로 사랑받았던 이유에 대해선, 윤 감독은 "전통 춤의 요소 특히 버선발의 디딤새와 손 놀림 팔 사위 등에 전 세계인이 반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정관영 무용수는 "발 끝과 손 끝의 아름다운 움직임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본 것 같은 느낌을 준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묵향은 내일부터 사흘 간 총 4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관객을 만납니다. 17일 일요일 공연 종료 후엔 10년을 함께한 제작진과 출연진이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과의 대화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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