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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상배우' 박은빈 이번엔 디바 도전기로 활짝

입력 2023-12-0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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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배우 박은빈(31)이 이번엔 '디바'로 변신했다. 이토록 노래를 잘했나 싶을 정도로 깨끗한 목소리와 폭발적인 고음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일명 '도전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그는 해당 수식어를 노린 행보는 아니라고 했지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으로 '믿고 보는 배우'의 진면모를 또 입증했다.


지난 3일 종영된 tvN 주말극 '무인도의 디바'에서 박은빈은 15년 만에 무인도에서 구조된 가수 지망생 서목하로 분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뜨거운 팬심으로 똘똘 뭉쳐 안방극장에 힐링 에너지를 전달했다. 전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세계적 흥행에 성공해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이 컸을 법도 하지만 제59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 수상 이후 마음을 더 내려놓고 즐기며 연기 중이라는 설명. 시종일관 환한 미소를 잃지 않는 박은빈의 얼굴에서 편안함이 묻어났다.

-종영 소감은.

"7, 8개월 동안 길게 촬영해도 6주 만에 방송이 끝나니 짧다는 느낌이 들었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는데 자체 최고 시청률로 끝나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잘 쌓아나가면 시청을 하는 분들이 늘지 않을까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첫 방송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케이블 가구 기준 3.2%)이 기대보다 낮다고 해서 절망적이거나 낙담하지 않았다. 배우로서 준비한 걸 많이 봐주면 보람이 될 것 같았는데 숨은 노력까지 알아봐 줘 감사했다."

-극 중 직접 소화한 노래들이 쉽지 않은 곡들이었다.

"이번에 노래 레슨을 받으면서 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좀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발성 연습을 시켜준 선생님이랑 어디까지 가능한지 해보자고 해서 불러봤는데 음역대가 높은 편이라 4옥타브 도까지는 가능하더라. 극 중 '그날밤'이라는 노래가 3단 고음이라 살짝 화제가 됐었는데 그게 3옥타브 솔샵이었다. 4옥타브 도까지는 소리가 나니까 생각보다 고음이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다."

-원래 노래를 잘했나.

"노래를 잘한다기보다는 좋아했다. 듣기 좋은 것과 부르기 좋은 건 다른 것이지 않나. 실력을 쌓을 그런 밑바탕은 없었다. 목하라는 캐릭터를 만난 덕분에 실력을 쌓게 됐다. 고되지만 즐거웠던 작품이다."

-연기하며 어려웠던 지점은.

"그냥 노래를 잘하는 역할이었으면 나의 노래 실력만 키웠으면 됐는데 이게 란주의 최전성기가 목소리가 되는 역할이다 보니 란주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게 어울릴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나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김)효진 언니 얼굴에 어울리는 목소리가 되어야 하고 란주의 전성기를 납득시킬만한 노래 실력이 되었어야 했기 때문에 매 순간 좌절하곤 했다. 그리고 시청자분들이 나의 노래에 납득될까. 몰입하기에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싶어 장벽을 낮추고 싶었다.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목하는 어떤 친구였나.

"항상 1년에 한 작품씩은 선보였는데 한 해를 돌아보면 작품의 캐릭터가 남더라. 2022년은 우영우였다면 2023년은 어떤 캐릭터로 기억하고 싶나를 많이 생각했다. 목하는 내게 필요했던 성격을 가진 캐릭터였던 것 같다. 단순한 연예계 소재였으면 그리 흥미롭지 않았을 텐데, 목하는 스스로 머리를 질끈 묶고 정돈을 해나가는 친구이지 않나. 그런 모습들이 많은 위로가 됐다."

-목하와 란주의 관계는 어떻게 정리했나.

"처음엔 목하의 사랑의 세기가 일방적으로 크지 않았나. 팬분들이 내게 보여주는 눈빛과 말 그런 것들을 통해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작년에 아시아 투어라는 걸 진행하며 세계 각국의 팬들을 대면하며 많은 힘을 얻었다. 목하가 란주에게 보여준 사랑과 비슷하다고 생각, 빙고 분들을 떠올리며 목하를 연기했다."

-댄스가 없어 아쉽다는 반응도 있더라.

"목하는 설정 자체가 싱어송라이터가 되어야 한다였다. 디바에 좀 더 가까운 모습이길 바랐다. 춤까지 배울 시간은 없었다. 기타와 노래를 배우는 것만으로도 벅찬 시간이었다. 그 이외의 것들은 팬 콘서트를 하게 될 예정이라 그때를 기대해 주면 좋을 것 같다."

-목하에게 기호는 어떤 존재였을까.

"신발이었던 것 같다. 신발을 계속 가방에 매고 다니지 않나. 맨발로 15년 전 기호를 찾아갔을 때 어디로든 갈 수 있게 신발을 줬을 뿐만 아니라 신발이 발의 생채기를 보호해 줄 수 있는 보호장벽이 되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처음 시작은 연민과 공감이었지만 켜켜이 밀도 있게 쌓여서 서로를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품을 하다 보면 판타지적인 사랑을 보여주게 되는데 목하와 기호는 절대적인 세계관 속에서 떼어지지 않을 사랑으로 완성됐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디바 성장기가 아니었다.

"드라마에 대해 언급하면 모든 게 스포가 되더라. 노래를 미리 공개할 수 없었고 가정폭력을 다룬 음악 드라마라고도 할 수 없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까 어려운 작품이었다. 1부에 가정폭력에 대한 아픔이 둘의 공감대가 되기 때문에 '이런 드라마였어?' 놀란 분들도 많았을 것 같다. 인물마다 아픔과 결핍으로 인해 서로를 채워주고 인생을 완성시켜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사람으로 치유받고 위로받길 바랐다."

-아역이었던 이레의 연기를 어떻게 봤나.

"너무 훌륭했다. 이레와 문우진 친구가 한 연기를 보며 너무 잘해줬다고 생각했다. 이레 친구의 경우 사투리를 너무 잘 소화해 줘서 저런 느낌으로 내성을 가지고 목하를 연기하면 되겠다 싶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친구들이었다. 언젠가 또 만나겠지란 생각을 하게 되더라."

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노래 준비는 어떤 과정으로 이뤄졌나.

"지난 1월부터 레슨을 시작했다. 기타와 노래 발성을 레슨 받았는데 하루에 세 시간씩, 6개월 동안 43번의 레슨을 받았다. 초반 4월까지는 집중 레슨을 받았는데 4월부터 촬영이 시작되고 나서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레슨을 받았다. 그렇게 6개월 동안 기초를 다졌고 실제로 노래 실력이 늘었던 건 녹음실에서였다. 8월부터 녹음을 시작했는데 녹음실에서 작곡가의 디렉팅을 받으니 출제자의 의도를 아는 지름길이 있더라. 거기서부터 실력이 쑥쑥 성장한 것 같다."

-채종협과의 키스신에서 생각보다 적극적이었다.

"목하가 11부에 이르러서 드디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지 않나. 목하의 삶 자체가 파워 직진녀였기 때문에 먼저 기호의 얼굴을 잡고 스킨십을 하는 게 당연한 수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호는 성향 자체가 많이 참아온 사람이었고 참는 게 가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목하는 지금 당장, 바로 지금 여기인 친구다."

-이번에도 도전에 성공했다.

"도전을 좋아하지 않는다.(웃음) '도전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없다. 그때 당시의 내 마음에 충실한 결과인 것 같다. 이번엔 이걸 했으니 다음에 이런 것도 해 봐야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지보다는 대본을 봤을 당시 이런 걸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걸 하는 편이다. 근데 끝나고 뒤돌아보면 어려운 도전이었더라. 스스로 한 결정에 책임질 줄 아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항상 쌓아오다 보니 덕분에 캐릭터랑 같이 성장한 한 해 한 해였던 것 같다."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워낙 다양한 장르들이 동 시간대 많이 송출되고 있지 않나. 물론 시청률이 잘 나오면 좋겠지만 콘텐트 홍수 시대라 시청률에 연연하지는 않았다. "

-진정한 휴식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경쟁을 싫어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스스로를 몰아붙이면서까지 살고 싶지 않다. 세상에 부딪칠 일이 그것 외에도 많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관대해지자는 생각을 하며 산다. 내가 생각하는 쉼은 비움이다. 게을러진다. 할 일을 최대한 미루고 데드라인까지 미루고 일을 처리하는 편이다. MBTI가 'P'로 끝난다. P 그 자체로 살아가고 있다."
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전작의 기대감 때문에 '무인도의 디바' 시작 전 부담이 컸을 것 같다.

"확실한 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사람들의 기대감이 달라졌다는 건 체감이 됐다. 근데 내겐 4월 28일 받은 백상예술대상 대상이 개인적으로 터닝포인트가 됐다. 상을 받기 위해서 연기를 한 적은 없었지만 그렇게 큰 상을 받고 나니 배우로서 좀 내려놔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부담감이 낮아졌다. 뭔가 이미 받았던 걸 쟁취하기 위해 뭘 해야지보다는 언젠가 받고 싶었던 대상을 이미 받았으니 앞으로는 즐기면서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연기를 재밌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생활에 있어서 마음의 변화가 있었다. 연기적으로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앞으로도 그냥 내가 해왔던 것처럼 하고 싶었던 것을 할 생각이다. 조급해하지 않고 그냥 할 일들을 해나가고 싶다."

-논란이 없는 자신만의 비결이 있나.

"그냥 내 한 몸 건사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산다. 요즘엔 후배 배우분들도 많이 생겨 조언을 청하기도 하는데 내가 그 사람의 삶을 책임져줄 게 아니라면 청하지 않은 조언에 말을 얹지 말자는 생각이다. 또 남한테 민폐 끼치지 말고 내 앞가림하며 살자, 소박한 꿈을 품고 살자고 생각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니까. 현장에서는 잘 웃는 선배인 것 같다. 어렵게 느껴지게 하고 싶지 않아서 따뜻하게 바라보고 웃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2023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스스로 자신 있게 '보람찼다'라고 얘기해 줘도 되겠다 싶다. 배우로서 쌓아온 커리어를 통해 뜻깊은 상을 받은 해였고, 2023년 목표가 목하가 이정표가 되어 목하로 충만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목표를 이룬 것 같아 만족스러운 한 해였던 것 같다. 작품 끝나면 작품에서 얻은 노래를 팬 분들께 선물하는 차원에서 팬 콘서트를 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잘 마무리해서 내년 초에 팬 콘서트를 선보이고 새로운 작품으로도 인사를 드리는 게 2024년 목표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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