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못받은 돈 수백억인데 12억 어음 못 막아…건설사 줄도산 우려

입력 2023-12-04 16:04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경남 지역 8위 중견 건설사인 남명건설이 최종 부도 처리됐습니다.

이 건설사는 만기가 돌아온 어음 12억4000만 원을 못 막았습니다.

남명건설은 종합건설 시공능력 전국 285위입니다.

지역에서는 꽤 건실한 회사였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건설사 줄도산 위기 〈자료=JTBC 뉴스룸〉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건설사 줄도산 위기 〈자료=JTBC 뉴스룸〉


건설사 무너지면서 하도급 업체들도 위기

알고 보니 이 회사에 누적된 공사 미수금은 약 600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업계 전체가 위기가 닥쳤음을 말해주는 수치입니다.

건설업계는 발주자(시행사) → 원도급자(종합건설사) → 하도급자(전문건설업체) 구조입니다.

이 중 남명건설은 중간에 위치한 종합건설사입니다.

종합건설사가 수백억 원을 못 받았다는 건 이 회사와 함께 일한 하도급 건설사도 매우 힘든 상황이란 걸 의미합니다.

올해 남명건설처럼 쓰러진 국내 건설사는 13곳에 달합니다.

대부분 남명건설과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자칫 건설업계가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겁니다.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건설사 줄도산 위기 〈자료=JTBC 뉴스룸〉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건설사 줄도산 위기 〈자료=JTBC 뉴스룸〉


10월에 이미 미분양 1만가구 넘어

눈에 드러나는 가장 큰 문제는 악성 미분양 물량입니다.

'악성 미분양'이란 준공 후에도 분양이 안 된 가구입니다.

이런 집이 지난 10월 주택 통계 기준 총 1만224가구입니다.

준공 후 미분양 가구 수가 1만을 넘은 건 2년 8개월 만입니다.

이렇게 집은 안 팔리는데 빌린 돈의 만기는 착착 돌아오고 있습니다.

호남지역 건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금융기관들이 PF 만기를 일시 연장해 주고 있다"며 "내년 하반기에는 건설사 줄도산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혹시 이들이 지나치게 무리하게 돈을 빌린 건 아닐까?

부산의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였던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건설사들은 투자와 부채를 늘렸다"며 "이게 지난해에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갑자기 고금리로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저금리 때 열심히 일하려 대출했더니 이자 폭탄 맞아

건설사 입장에선 이미 빌린 돈이 많은데 대비할 새 없이 이자 비용이 급증한 겁니다.

상황을 정리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건설 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 많은 대출을 받았고 이렇게 지은 집은 팔리지 않아 악성 미분양으로 전락해 자금 경색을 피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건설사 줄도산 위기 〈JTBC 뉴스룸〉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건설사 줄도산 위기 〈JTBC 뉴스룸〉


부도 전 폐업 신고를 한 건설사 수는 이미 역대급입니다.

국토교통부 건설 산업 지식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폐업 신고한 건설사 수는 496건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297건)보다 67.0% 늘어, 2006년(530건) 이후 17년 만의 최대치입니다.

숫자도 많지만 더 심각한 건 이들의 진짜 경영상황입니다.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 감당 못하는 건설사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건설외감기업 경영실적 및 한계기업 분석' 보고서를 살펴봤습니다.

보고서는 건설사들의 이자보상배율을 공개했습니다.

이자보상배율이란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해당 기업의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이자 비용)으로 나눠 산출하는데 1 미만인 기업은 영업이익보다 이자 비용이 많다는 걸 의미합니다.

즉, 정상적 채무 상환이 어려운 잠재적 부실 상태로 진단됩니다.

지난해 이 배율이 1 미만인 잠재적 부실 건설기업은 929곳으로, 전체의 41.6%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은행 등은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일 경우 '한계기업'으로 간주합니다.

지난해 한계기업에 해당하는 건설사는 387곳이었습니다.

이들 기업은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출금으로 돌려막으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중입니다.

한 건설 하도급 업체 관계자는 "정상 영업 중인 전문·중소 건설사도 흑자 부도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면서 "관계 당국의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라고 하소연했습니디.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