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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700여명 온기 담은 김장김치 나눔…"따뜻한 겨울 나길"

입력 2023-11-15 17:35 수정 2023-11-1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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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몰에서 '사랑의 김장 나눔 축제'가 열렸다. 〈사진=김휘란 기자〉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몰에서 '사랑의 김장 나눔 축제'가 열렸다. 〈사진=김휘란 기자〉


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밥을 먹을까
- 정광태 '김치 주제가'(1985) 중에서

오늘(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따스한 가을볕이 내리쬐는 가락몰 3층 하늘공원에 배추 포기와 각종 김장 김치 재료가 등장했습니다. 흥겨운 리듬의 '김치 주제가'도 함께 울려 퍼졌습니다. 바로 소외계층에 전달하기 위한 김장 김치를 만드는 행사입니다.
 

"어려운 이웃 도울래요"…738명 한자리에


이날 행사에는 주최 측 추산 738명의 봉사자들이 모였습니다. 부녀회와 봉사단을 비롯해 어린이와 외국인 등이 자리를 함께했는데요.
 
분주한 손길의 봉사자들. 〈영상=김휘란 기자〉

분주한 손길의 봉사자들. 〈영상=김휘란 기자〉


가락시장에서 젓갈과 반찬을 판매하는 정길자 씨는 "여러 사람이 한마음으로 모여 의미 있는 봉사를 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며 "이웃들에게 베푸는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새마을 부녀회에서 나온 오경련·신옥자 씨는 "독거노인이나 저소득층 같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자리인 것 같다"며 "김치가 맛있게 잘 담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맛있게 담가지고 있는 김장 김치. 〈사진=김휘란 기자〉

맛있게 담가지고 있는 김장 김치. 〈사진=김휘란 기자〉

 

어린이도 외국인도 "김치 직접 담가 보니…"

 
직접 담근 김치를 들어 보이는 미셸 씨(가운데)와 외국인들. 〈사진=김휘란 기자〉

직접 담근 김치를 들어 보이는 미셸 씨(가운데)와 외국인들. 〈사진=김휘란 기자〉


행사에는 12개국에서 온 24명의 외국인도 참여했습니다.

2년간 한국 생활을 한 미국인 미셸 씨는 "요리 수업에서 관련 정보를 알게 돼 오늘 행사에 오게 됐다"며 "평소 김치를 무척 좋아하는데 직접 만들어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14년 전 독일에서 한국으로 온 셰프 다리오 씨는 "한식 요리에 관심이 많다"며 "이번 기회에 한국의 김치가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고, 개인적으로 묵은지를 가장 좋아해서 얼른 먹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선생님! 다 했어요' 〈영상=김휘란 기자〉

'선생님! 다 했어요' 〈영상=김휘란 기자〉


한쪽에서는 어린이들이 고사리손으로 열심히 김치 양념을 버무리고 있었습니다.

차가운 배춧잎에 손이 시릴 만도 한데 정성껏 이파리를 펴고 사이사이 골고루 양념을 발랐습니다. 얼굴과 옷에는 김칫국물이 튀었지만 표정에는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사회자와 인터뷰를 한 7살 김하윤 양은 '이 김치를 받게 되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김치를) 먹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엄마랑 나눠서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친구와 함께 즐거운 시간. 〈사진=김휘란 기자〉

친구와 함께 즐거운 시간. 〈사진=김휘란 기자〉

 

유네스코 등재된 김장문화…"연대감 형성"


한국의 김장문화는 지난 2013년 제8차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위원회에서 세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세대를 걸쳐 내려오는 문화로서 이웃 간 나눔을 실천하고 공동체의 연대감을 형성한다는 점이 주목됐습니다. 또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증대시킨다는 점도 꼽혔습니다.
 
한국의 김장문화를 소개하는 페이지. 〈사진=유네스코 홈페이지 캡처〉

한국의 김장문화를 소개하는 페이지. 〈사진=유네스코 홈페이지 캡처〉


행사 중간에는 대한민국김치협회 회장인 이하연 명인이 맛있는 김장 김치 비법을 전수하기도 했습니다.

이 명인은 "이파리 쪽은 싱거운 물이 나오면서 자동으로 (짠맛이 섞여) 간이 맞게 되기 때문에 양념은 줄기 부분에 무치는 것이 좋다"며 "(양념을) 바를 때는 한 겹 한 겹 나눠서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정성을 담아 차곡차곡. 〈사진=김휘란 기자〉

정성을 담아 차곡차곡. 〈사진=김휘란 기자〉

 

다음 달까지 김장 김치 '8만 포기' 나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이 행사는 지난 2008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16년째를 맞았습니다. 그간 코로나19로 대규모 행사는 잠시 중단됐다가 재개됐는데요.

현장에서 만난 문영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은 "김장문화는 우리의 전통문화인데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잘 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는 가족들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웃에게 전달될 김치 상자들. 〈영상=김휘란 기자〉

이웃에게 전달될 김치 상자들. 〈영상=김휘란 기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이날 담근 상자 3000개 분량의 김장 김치와 다음 달까지 7000개 분량의 박스를 더해 총 1만 분량의 박스, 약 8만 포기의 김치를 소외·취약계층과 복지시설·단체 등 어려운 이웃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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