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 올들어 다이슨 제품 관련 소비자 불만이 지난해보다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다이슨〉
경기도 김포에 사는 김지혜 씨는 지난 2021년 1월 다이슨의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를 구매했습니다. 45만 원 가량의 비교적 비싼 제품이었지만 좋은 품질의 제품을 오래 쓰는 게 이득이라는 생각에 구매했습니다.
이후 김 씨는 2년 넘게 별 탈 없이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갑자기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무슨 일인지 전원이 켜지지 않았고 한참을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습니다.
품질보증기간(2년)이 조금 지나긴 했어도 고쳐 쓰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다이슨 서비스 센터에 수리를 접수하려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고장 원인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수리를 할 수 없으니 새 제품을 사서 쓰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원래는 10%의 할인 쿠폰을 주지만 선심 쓰듯 특별히 50%의 쿠폰을 지급하겠다며 재구매를 유도했습니다.
김지혜 씨는 JTBC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장 원인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새 제품을 사서 쓰라는 말이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며 “좋은 기술력을 자랑하며 전방위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글로벌 기업의 대처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고객 기만이고 갑질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지혜 씨가 사용하던 다이슨의 헤어드라이기. 다이슨은 고장 원인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제품 수리가 불가능하다며 새제품 구매를 유도했다 〈사진=김지혜 씨〉
실제 김지혜 씨 사례만이 아니라 올해 들어 다이슨 관련한 소비자 불만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연맹에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접수된 다이슨 관련 불만 신고는 86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18건)보다 67%가량 늘었습니다. 신고 사유를 보면 사후관리(애프터서비스·AS)가 538건(62.3%)으로 가장 많았고 품질 불만 142건, 계약 해지(청약 철회) 관련 70건, 계약불이행 55건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비자연맹은 구입한 지 짧게는 수개월 길어도 2~3년이 채 안 된 제품임에도 고장 났을 때 부품 수급이 제때 안 돼 수리가 길어지는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일방적으로 수리할 수 없다며 사후관리 정책을 변경해 할인쿠폰을 제공하거나 소액 보상하는 식으로 대응한 사례가 많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현행 소비자기본법상 고장에 따른 분쟁해결 기준은 품질보증 기간이 남아있을 경우 같은 종류의 물품으로 교환하거나 환불해줘야 합니다.
또 품질보증 기간이 지났더라도 구입가를 기준으로 정액 감가상각하고 남은 금액에 품목별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 정하는 일정 금액을 더해 환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JTBC는 다이슨에 제품수리 규정 등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소비자연맹에 접수된 다이슨 관련 불만 통계 〈사진=한국소비자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