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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직원 휴직 상태…다시는 안 믿을 겁니다" 사장님의 울분

입력 2023-11-15 10:25

"반품 쏟아져" 친환경 빨대 업체 도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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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품 쏟아져" 친환경 빨대 업체 도산 위기

[기자]

정부가 "소상공인 어려움 덜어주겠다"며 갑자기 일회용품 규제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죠. 그러자 종이빨대, 쌀빨대 같은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 온 업체들은 줄줄이 문 닫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한 쌀빨대 공장입니다. 한창 바쁠 평일 낮이지만 썰렁합니다. 창고엔 상자가 가득 쌓여있고, 상자엔 전부 쌀 빨대가 들어있습니다. 플라스틱 빨대의 대체품으로 개발한 건데, 이미 만들어 둔 것만 3천만 개가 넘습니다.

[앵커]

정부의 환경 규제대로라면 카페로 다 팔려나갔어야 하지만, 규제를 사실상 없애면서 팔 수 없게 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정부가 이달 말부터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전면 금지할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시행을 무기한 미뤘기 때문에… 계약은 줄줄이 취소됐고, 반품 요청만 밀려옵니다. 친환경 빨대 제조업체 이야기 들어보시죠.

[박정철/쌀 빨대 제조업체 대표 : 7일 날 (정부) 발표가 나고 9일부로 전부 다 휴직 상태입니다. (최근) 합동설명회 할 때 무조건적인 시행을 한다고 했기 때문에 생산을 계속했는데. 다시는 정부 말 안 믿을 겁니다.]

[앵커]

"다시는 정부 말 안 믿을 거다"라는 말을 하는게… 환경부가 "플라스틱 빨대 규제하는 거 계속할 거다"라고 확답을 해줬기 때문에 직원 늘리고 생산 확대해 온 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친환경 빨대 업체들은 계도기간 종료를 앞두고 지난달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를 찾아서 다시 한번 확답을 받기도 했다는데요. 이후 업체들은 생산량을 늘리고 추가 야간작업까지 계획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이렇게 갑자기 180도 뒤집히면서 사업이 사실상 망할 위기에 처한 거죠. 쌀 빨대 뿐만 아니라 다른 종이 빨대 업체들도 정부를 원망하긴 마찬가집니다. 들어보시죠.

[한지만/종이 빨대 제조업체 대표 :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환경부 면담 갔을 때도 이런 경우는 없을 거라고… 무슨 일인지 진짜…]

[기자]

정부 방침을 성실히 따르면서 준비한 업체만 피해를 보게 된 거네요. 빨대 업체뿐만 아니라 다른 업계도 정부의 말 바꾸기로 피해를 봤죠?

[기자]

제주와 세종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범사업을 벌여왔는데요, 정부가 사실상 "이젠 알아서 하라"고 하면서, 이걸 준비해 온 매장은 한마디로 '덩그러니' 남겨졌습니다.

좁은 매장에 일회용 컵 반납 기계를 두며 성실히 따랐지만 남은 건 상처뿐입니다.

[제주 A카페 점주 : 컵 300원 보증금 받습니다, 갖고 오시면 돌려드린다 해도 딴 데, 저긴 안 하는데 왜 여긴 하냐고…]

[앵커]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을 완화하면서 환경오염에 부채질을 했다는 비판이 당연히 나오고 있고요, 그와 별개로 이렇게 정부가 정책을, 그것도 자영업자나 영세 업체들에게 정부 부처가 확언까지 한 부분을 하루 아침에 뒤집는 건 분명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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