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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안구 포함 얼굴이식' 성공… 갈수록 발전하는 안면 이식술

입력 2023-11-1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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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얼굴이 바뀐 한 남자가 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얼굴을 잃었지만,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던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새로운 얼굴과 함께 새 인생을 얻었습니다.

미국 아칸소주에 사는 46살 에론 제임스는 군 제대 뒤 고압선 설비기사로 근무했습니다. 하지만 2021년 6월 사고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습니다.

야간작업을 하던 도중 7200볼트가 흐르는 전선에 노출되면서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겁니다. 왼쪽 팔과 함께 오른쪽 눈을 제외한 그의 눈과 코, 그리고 입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피부가 모두 벗겨지면서 턱뼈가 드러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제임스는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감전사고가 남긴 호흡장애에 신경장애를 딛고 결국 일어났고 수십 번이 넘는 화상수술도 견뎌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안면이식까지 도전했습니다. 사고를 당한지 2년 만의 일입니다.

수술은 기존에 4차례 안면이식 경험이 있던 에르두아르도 로드리게스 박사가 맡았습니다. 3D 스캐닝을 통해 30대 기증자의 얼굴에서 이식할 부분을 정교하게 잘라냈고 동시에 제임스의 얼굴에 맞춰 덧입히는 과정을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특히 이번 안면이식 수술은 기존의 수술과 달리 기증자의 안구까지 동시에 적출한 뒤 그대로 이식하는 과정이 포함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시력 회복을 위해서는 눈의 일부인 각막을 이식하는 방법이 활용되지만 이번 수술에서는 세계 최초로 안구와 시신경을 포함해 눈 전체를 이식한 겁니다.

다행히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며 제임스는 빠르게 회복하고 있습니다. 눈꺼풀을 들어 올릴 때 코 주변에서 감각을 느끼고 있으며, 눈 주변 근육도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의료진은 전했습니다.

시력까지 완벽하게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검진결과 눈에 빛을 비추면 뇌신호가 잡히고 있고 빛을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특수 세포도 망막에 충분히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제임스는 수술결과에 대해 “여전히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랍다”며 “이 모든 과정과 결과가 극적이라는 말 이외에는 표현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내 인생의 다음 여정을 준비하는 것이 너무 흥분된다“고 말했습니다.

신경 연결 고도화되면 시력과 미각 유지가능


이처럼 안면이식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1997년 할리우드 영화 '페이스오프'가 나올 때만 해도 터무니없는 상상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얼굴을 이식한 뒤 장기간 생존이 가능합니다.

이번 수술을 통해 안구이식의 가능성까지 확인한 만큼 신경연결 고도화 작업이 이뤄지면 시력과 미각을 포함한 전체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얼굴 전체 이식도 가능해집니다.


사고로 얼굴을 잃거나 외상이나 암으로 시력을 빼앗긴 환자들이 새롭게 세상을 보는 날도 머지않은 겁니다.


수술을 집도한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 박사는 수술 자체가 커다란 진전이라면서 “우리가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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