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인터뷰+] '국악인' 다 된 외국인 소리꾼들 만나보니..."판소리는 내 운명"

입력 2023-11-08 19:12 수정 2023-11-08 20:24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8일 서울 중구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열린 '제1회 월드판소리페스티벌 '에서 무대에 오른 알리셔푸르 마후르 씨(왼쪽)와 헤보디얀 크리스티나 씨(오른쪽). 〈사진=장영준 기자〉

8일 서울 중구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열린 '제1회 월드판소리페스티벌 '에서 무대에 오른 알리셔푸르 마후르 씨(왼쪽)와 헤보디얀 크리스티나 씨(오른쪽). 〈사진=장영준 기자〉


"우연히 다가온 판소리, 제게 운명이 됐죠" (이란 국적의 소리꾼 알리셔푸르 마후르 씨)


"한국의 국악인 '판소리', 인류 유산으로 잘 전승됐으면 좋겠어요" (중국 국적의 소리꾼 이설원 씨)

우리나라 소리꾼 못지않게 시원하게 소리를 내지르고, 한국어 가사를 귀에 쏙쏙 박히게 내뱉습니다.

우리의 소리, '판소리'에 푹 빠진 외국인들입니다.

오늘(8일) 서울 중구의 서울남산국악당에서는 유네스코 지정 20주년을 기념해 세계판소리협회가 주최한 '제1회 월드판소리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행사에는 한국인 소리꾼들과 함께 이란,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국악을 배우러 온 외국인 소리꾼들이 무대를 꾸몄습니다.

"판소리는 제게 힐링...언젠가는 명창 되고 싶어요"


헤보디얀 크리스티나 씨가 '제1회 월드판소리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심청가'를 열창하는 모습. 〈사진=장영준 기자〉

헤보디얀 크리스티나 씨가 '제1회 월드판소리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심청가'를 열창하는 모습. 〈사진=장영준 기자〉


이날 무대에 오른 아르메니아 국적의 만 30세 헤보디얀 크리스티나 씨는 '심청가'를 선보였습니다. 크리스티나 씨는 "심청가 중 심봉사가 눈을 뜨는 대목을 가장 좋아한다. 가사에 감정 이입이 잘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크리스티나 씨는 2017년 한국에 와 전남 광주의 전남대학교에서 민속학을 배우다 판소리를 접했습니다. 소리꾼과 고수(북을 치며 장단을 이끄는 연주가), 청중이 함께 호흡하는 판소리 공연을 보고 큰 매력을 느꼈다고 합니다.

크리스티나 씨는 "판소리를 처음 들은 건 아르메니아에서였지만, 제대로 알게 된 건 한국에서 민속학을 공부하면서다"라며 "공연을 보며 '참 아름다운 음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소리를 시작해 이제 1년 6개월 정도 됐다"고 소개했습니다.

크리스티나 씨는 "판소리는 한 인간의 한과 억제된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음악이자 저에겐 힐링"이라며 "무대에 올라 소리를 내며 고수와 호흡하고 관객과 소통하면 참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욕심이 많은 편"이라며 "비교적 늦은 나이에 판소리를 시작했고,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언젠가 명창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크리스티나 씨는 "그렇게 되기 위해 계속 노력 중"이라며 "판소리의 가사를 이해해야 알맞은 발림(소리꾼이 신체나 소도구인 부채를 활용해 극적 상황을 실감 나게 그려내는 것)과 감정을 표출할 수 있다. 학교 선생님께 자주 여쭙고 배우며 실력을 키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판소리, 소멸되지 않는 데 이바지하고 싶어요"


알리셔푸르 마후르 씨는 8일 '제1회 월드판소리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단가 '사철가'와 '흥보가'를 열창했다. 〈사진=장영준 기자〉

알리셔푸르 마후르 씨는 8일 '제1회 월드판소리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단가 '사철가'와 '흥보가'를 열창했다. 〈사진=장영준 기자〉


이란에서 온 만 28세 알리셔푸르 마후르 씨도 이날 무대에 올랐습니다. 마후르 씨는 이제 막 판소리를 배운 지 4개월 차 입니다. 이날 마후르 씨는 인생을 사계절에 빗댄 단가 '사철가'와 '흥보가'에서 흥부가 놀부에게 매를 맞으러 가는 대목을 불렀습니다.

마후르 씨는 어린 시절 한류 드라마를 보며 자랐고, 10대에는 K팝을 좋아해 K팝 밴드를 결성했습니다. 이후 국악을 알게 됐고 그 관심이 판소리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마후르 씨는 "이란에서 한국과의 예술교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다"며 "2015년 무렵 판소리를 처음 접했는데 판소리의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우연히 접했지만 운명같은 존재"라고 설명했습니다.

마후르 씨는 "소리꾼들의 거친 발성이 매력적"이라며 "애원하듯 애절하게 노래하는 게 신기하면서도 사람이 어떻게 저런 소리를 낼 수 있는지 믿기지 않고 놀라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계속 판소리를 배워나갈 예정"이라며 "판소리 고유의 멋과 맛을 한국인 보다는 곡의 느씸을 살리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이 예술(판소리)을 배우고 노래함으로써 사람들의 품에 머물소 소멸되지 않는 데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판소리는 인류 유산, 중국인들에게도 소개하고 싶어요"


7일 '제1회 월드판소리페스티벌' 무대에 선 중국인 소리꾼 이설원 씨. 〈사진=유튜브 채널 '(사)세계판소리협회(WPA)' 캡처〉

7일 '제1회 월드판소리페스티벌' 무대에 선 중국인 소리꾼 이설원 씨. 〈사진=유튜브 채널 '(사)세계판소리협회(WPA)' 캡처〉


올해 4월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한 27살 중국인 소리꾼 이설원 씨는 판소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이설원 씨는 "중국인들에게 판소리를 소개하고 싶다"며 "중국에서 판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다. 공연은 한국에서 처음 봤는데 음악 형식이 너무 흥미로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의 '경운대고'라는 전통 음악이 있다"며 "고수가 있다는 점, 발성, 장단 등이 판소리와 비슷하지만 복식과 스타일은 다르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설원 씨는 "현재는 학교에서 판소리와 거문고를 배우고 있다. 한국에 있는 동안은 계속 배울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인류 유산이자 전통 음악인 판소리가 잘 전승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