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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원전 vs. 재생에너지 정쟁만 하다간 기후위기 대응 시간 다 지나”

입력 2023-10-30 08:00 수정 2023-10-30 09:01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07)

[박상욱의 기후 1.5] 연재 4주년 기획
녹색성장 15년, 탄소중립 선언 3년…전문가에게 묻다
현실로 찾아온 기후위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4)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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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07)

[박상욱의 기후 1.5] 연재 4주년 기획
녹색성장 15년, 탄소중립 선언 3년…전문가에게 묻다
현실로 찾아온 기후위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4)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하기 위한 범정부 대책기구를 구성한 지 25년, 녹색성장을 외친지 15년, 탄소중립을선언한 지 3년… 그 시간이 무색하게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5년 전보다, 15년 전보다 많고, 우리의 오늘은 그때보다 더 뜨겁고, 위험해졌습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모든 것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죠. 그럼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요. 왜 우리는 오랜 시간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 했나, 그리고 앞으로는 무엇에 집중해야 하나 살펴봐야 하는 일이 그 답일 겁니다. 기후변화 대응의 각 분야별 전문가 11명과의 연속 인터뷰, 네 번째 인터뷰이는 지자체와 국회 등을 거쳐 글로벌 환경단체에서 기후·에너지 이슈를 전문적으로 다뤄온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입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이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이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Q) 오랜 기간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 문제에 대해 연구를 해오셨습니다. 이 문제에 관심 갖고 집중하게 된 시기와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당시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정책 여건이나 사회 전반의 관심도는 해외와 비교했을 때 어땠나요?



A) 저는 90년대 후반에 대학을 다닌 X세대인데요. 천혜의 생태계인 새만금 갯벌을 파괴하는 간척사업을 반대하면서 시민환경운동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새만금의 파괴를 겪으면서 환경문제와 환경정책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국내 학부와 대학원에서 환경경제학과 국제환경정치학을 중심으로 공부를 했기에, 기후변화 문제에는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2006년 엘고어의 '불편한 진실'도 영향을 미쳤구요.

2007년부터는 유럽 대학원에서 환경과학·정책·경영을 공부했는데 유럽 학계에서는 그 당시에도 이미 기후변화 대응은 최우선 주제였습니다.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렸던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가 당시 제가 에너지정책을 공부하고 있던 스웨덴 룬드대학에서 차로 1시간 거리였습니다. 기대가 컸던 포스트 교토 의정서 체제 출범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거버넌스에도 우려를 갖게 되었죠.
 
[박상욱의 기후 1.5] “원전 vs. 재생에너지 정쟁만 하다간 기후위기 대응 시간 다 지나”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중반에 기후변화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슈였습니다. 대체로 학계와 시민사회 내 일부만의 이슈였죠. 에너지 전환, 녹색 교통, 환경 정의 등을 이야기하는 단체들이 기후변화를 자신들의 운동과 연결시켰지만 지금처럼 다양한 단체와 큰 규모는 아니었습니다. 시민과 언론의 관심은 지금보다 현격히 적었고요.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이 만들어진 다음해인 1993년부터 2021년까지 “기후변화” 키워드가 들어간 전국일간지 기사 개수를 분석해보면 53,486건입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시는 것처럼 2006년까지는 연간 1~200여건 수준이었다가, 2007년에 1천여건 이상으로 늘어나고 2009년에 크게 증가합니다. 2009년은 코펜하겐 COP15 영향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5년(2018-2022)간 개수가 전체의 46%를 차지할 정도로 최근에 와서야 기후변화 문제가 한국 사회 내에서도 주목을 받게 된 것입니다.

Q) 이후로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때와 지금, 보기에 우리 사회는, 정부는, 산업계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아니면,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을까요?


A) 제가 유럽에 유학했던 2000년대 후반에는 해외에서도 한국의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과 역할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습니다. 유학 시절 기후변화 전문가인 교수님에게 한국의 연간 1인당 탄소배출량이 빠르게 증가하여 영국과 독일을 이미 앞질러서 문제라는 이야기를 했더니 안 믿더라고요. 제가 통계를 잘못 봤을 거라며 직접 확인하고 나서야 놀라더라고요.

아래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한국의 1인당 탄소배출량은 1990년대 중반에 이미 유럽연합 평균을 넘어섰고, 2000년대 후반에는 독일을 넘고, 영국의 2배 수준까지 증가했습니다. 영국과 독일이 역사적 책임을 지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왔던 것도 영향을 미쳤죠.
 
[박상욱의 기후 1.5] “원전 vs. 재생에너지 정쟁만 하다간 기후위기 대응 시간 다 지나”
1인당 배출량은 한국이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실 한국 인구는 세계 30위 정도로 그렇게 적은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인구로 나누지 않은 한국의 연간 탄소배출 총량도 역시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2000년에 프랑스를 앞지르며 세계 10위권에 진입했습니다. 그 결과 2000년대 후반에 이미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보다 한국이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게 되는 시기였는데도 불구하고 외부의 관심은 적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이 1년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총량이 아래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거의 독일과 비슷한 수준이 되었습니다. 조만간 독일과 한국의 연간 탄소배출량이 서로 교차되는 시점이 올 것으로 봅니다. 결국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 탄생 이래 독일은 다양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과 에너지 수요 관리·에너지 효율 향상·에너지 전환 정책을 통하여 탄소 배출량을 꾸준히 줄여왔고, 우리나라는 반대로 늘려왔기 때문에 배출량이 비슷한 수준이 된 것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원전 vs. 재생에너지 정쟁만 하다간 기후위기 대응 시간 다 지나”
총발전량에 있어서는 지난해 한국이 독일을 넘어섰습니다. 독일이 한국보다 인구는 1.6배 많고, 면적은 3.6배 더 넓고, GDP는 2.2배 더 큰 것을 고려했을 때 분명 뭔가 이상한 상황이지요. 높은 제조업 비중과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라는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그동안 우리나라가 에너지 수요 관리와 효율 측면을 얼마나 등한시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통계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역시 선진 산업국이면서 GDP의 제조업 비중이 2022년 기준으로 18%로 우리나라(26%)처럼 높은 국가이니까요.

과거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은 적었던 것은,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산업화를 일찍 한 국가도 아니고, 중국과 인도처럼 인구가 엄청 많아서 배출 총량이 많은 국가도 아니었기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특히, 기후변화협약이 만들어지던 1992년 당시 한국은 OECD 회원국이 아니었기에(1996년 가입) 기후변화에 책임이 큰 선진국 그룹(부속서 I 국가)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외부의 관심이 적었던 이유였습니다. 또한 그 당시는 한국이 드라마, 영화, 음악 등 문화적으로 주목받던 시기도 아니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원전 vs. 재생에너지 정쟁만 하다간 기후위기 대응 시간 다 지나”
다시 15년 정도가 흐른 지금 한국의 누적 탄소배출량은 1992년 26위에서 2021년 17위가 되었고, 역사적으로 지금까지 한국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한 선진국은 이제 미국,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호주 정도만 남았습니다.

게다가 1750년부터 2021년까지 누적 1인당 배출량을 계산해보면 한국은 366톤으로 여전히 미국(1271), 영국(1166), 독일(1122) 보다는 많이 적지만 부속서 I 국가인 포르투갈(258), 스페인(319), 스위스(352) 보다 많아졌습니다. 같은 G20 국가이지만 OECD 회원국은 아닌 개도국인 중국(177), 브라질(78), 인도(41) 등과 비교해봐도 훨씬 많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한국, 포르투갈, 스페인, 스위스의 누적배출량(1750-2021)을 비교한 것입니다. 한국의 누적배출량이 스페인보다도 많고, 스위스나 포르투갈에 비해서는 6~7배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원전 vs. 재생에너지 정쟁만 하다간 기후위기 대응 시간 다 지나”
종합해보면 스위스, 스페인, 포르투갈 입장에서는 한국보다 누적배출량과 연간 배출량과 1인당 배출량이 훨씬 적을 뿐만 아니라 경제 규모도 작은 상황에서 한국이 자신들보다 감축 책임을 적게 지는 것에 대해서 공정하지 않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2016년에 한국이 한 글로벌 독립 싱크탱크로부터 대표적 4대 '기후악당' 국가 중 하나로 지정되면서 국내에서도 이슈가 된 것은 위와 같은 배경이 있습니다. 이처럼 과거와 달리 현재 한국의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에 비례한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국내외로 커진 상황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원전 vs. 재생에너지 정쟁만 하다간 기후위기 대응 시간 다 지나”
정부 정책의 변화를 보면 이명박 정부 때 녹색성장을 기치로 내세웠고, 박근혜 정부 시절 파리협정에 따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했지만, 온실가스 배출은 줄어들지 않고 대체로 늘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세우고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석탄발전량 감축 정책을 추진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 2019년이 우리나라 역사에서 날씨나 경기 영향이 아닌 주로 정부가 추가적으로 도입 혹은 강화한 정책으로 인해 유의미하게 전년 대비 배출량이 줄어든 해가 되었지만, 여전히 기후변화에 대한 한국의 책임과 요구되는 역할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감축 수준이었습니다.

이후 2020의 배출량 감소는 코로나의 영향이 더 컸고, 2021년에는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가 회복이 되면서 다시 늘어났죠. 최근 환경부가 2022년 잠정배출량이 6억 5,450만톤으로 2010년도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발표하면서 정부 정책 때문이라고 '아전인수'격 해석을 해서 논란이 되었는데, 사실상 경기 둔화로 인한 산업 부문의 감소가 주원인으로 이번 정부 들어서 새롭게 추진한 정책으로 감소한 부분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산업계 역시 2015년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면서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최근 들어 ESG 경영이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고, 유럽의 탄소국경세 도입, 글로벌 RE100 이니셔티브의 확산, 미국과 유럽에서의 기후공시 강화 움직임, 유럽의 그린딜과 미국의 IRA 법안 통과 등으로 인해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 실질적 변화로는 크게 이어지지 않고 그린워싱 차원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이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이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Q) 2050년 탄소중립에 앞서 국제사회와 약속한 시간인 2030년은 속절없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가장 결여된 것은 무엇일까요? 무엇이 가장 부족하고, 그 부족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일까요?



A) 글로벌 독립 싱크탱크인 기후행동추적(CAT)의 분석에 의하면, 현재 전 세계 국가들이 제출한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다 지킨다 하더라도 우리는 2.4℃ 상승 경로에 있습니다. 게다가 목표가 아닌 현재 전 세계 국가들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기준으로 하면, 그보다 더 안 좋은 2.7℃ 상승 경로에 있는 상황입니다. 최신 과학적 분석과 예측에 기반하여 기후 재앙을 피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합의한 1.5도 목표 대비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한국의 현재 NDC(2018년 총배출량 대비 2030년 순 배출량 40% 감축으로 되어 있지만 불확실한 CCUS와 해외감축을 동일 지표로 비교하면 사실상 30% 감축에 불과한)는 한국의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현재적 책임과 OECD· G20 국가로서 한국의 위상과 역량과 비교해 매우 미흡한 목표입니다. 그 목표조차 현재로서는 달성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최우선적으로 에너지 수요 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산업, 건물, 수송 등 에너지를 많이 쓰는 부문에서 에너지 효율 향상을 포함하여 적극적으로 수요 자체를 감축하는 정책을 최우선적으로 강화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에너지 공급 중심의 접근으로는 한계가 많습니다.

두 번째로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해야 합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시스템에서 메인은 재생에너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온실가스 배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화석연료(대부분이 석유, 석탄, 가스) 사용입니다. 우리나라 전력에서 화석연료 비중은 여전히 60%를 넘습니다. 1차 에너지에서는 80% 이상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노력은 1차 에너지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많은 부분을 전력화하면서 전력 생산에서 여전히 60%를 차지하는 화석연료 사용을 빠르게 줄여가면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및 에너지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현재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있어서 원전만 무한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원전의, 원전에 의한, 원전을 위한' 정부입니다. 그러나 원전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1차 에너지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기준 12%에 불과합니다. 원전만으로 기후위기 대응은 불가능합니다. 신규 원전을 짓는다 하더라도 이미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원전 밀집도가 가장 높은 상황이라 한계가 있습니다. 게다가 신규 원전은 계획하고 건설하는데 10년 이상 걸리는데 이미 기후위기 대응의 골든타임은 지나가 버립니다.

지금처럼 원전 vs 재생에너지 프레임으로 정쟁만 지속해서는 기후위기 대응의 시간이 다 지나가 버립니다. 핵심은 1차 에너지에서 80%가 넘는 화석연료 사용을 어떻게 줄이고 대체할지이고, 화석연료 사용 대체에 있어서 메인은 재생에너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원전 정책은 정부가 또다시 정부 비공개 위원회 내 소수 전문가와의 논의 만을 바탕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범 사회적 논의와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이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이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Q)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에 있어 다른 선진국보다 부족한 성과,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으로의 여정에 있어 우리가 지닌 강점, 다른 나라보다 더 뛰어난 것이 있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가 그저 '안 될 일'이라고 낙담하기보다, 작게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요?



A) 솔직히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과거 글로벌 변화에 한국이 늦게 시작하더라도 빠르게 쫓아갔던 장점이 있지만 최근 10년간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보면 그러한 특징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을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커지고, 다양한 시민사회단체가 생겨난 것에서는 희망을 봅니다. 그러면서 언론에서도 기후변화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팀이 생기고 보도 건수도 많아졌습니다. 긍정적인 변화로 생각합니다.

기후변화 문제를 다양한 주제- 환경, 에너지, 인권, 교통, 농업, 먹거리, 여성, 노동, 교육, 청년, 청소년, 과학, 종교, 문화, 보건, 복지, 지역, 채식, 동물권 등-와 연결시켜 대응하는 단체들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서로간의 연대를 통해 함께 행동에 나서는 것도 희망적인 움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2019년 첫 번째 기후행진에 이어서 작년에는 약 3만5천여명이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했고, 올해도 9월 23일에 300개가 넘는 단체들이 기후정의행진을 준비 중입니다.

역사적으로 우리 사회가 더 정의롭고, 공정하고, 다양하고, 포용적이며,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한국의 시민과 시민사회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도 한국 시민과 시민사회가 가진 경험과 동력에 희망을 걸어봅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이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이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선진국 모임인 OECD 회원국 중 몇 년째 최하위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어서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확대가 힘든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해외 주요국의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 확대 흐름을 보면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2022년 기준으로 OECD 국가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30%를 넘었습니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은 거의 100%에 가까운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했고, 덴마크는 84%, 오스트리아는 76%를 기록했습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G7 국가 중 하나인 독일도 43% 기록했고 영국은 41%였습니다. 일본과 미국도 각각 24%와 23%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은 9.2%로 OECD 꼴찌였습니다. 이 수치만 보면 낙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상대적 수치인 비중이 아니라 절대적 수치인 발전량을 보면 희망이 보이기도 합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계산할 때 분모가 되는 한국의 총 발전량은 매우 큰 규모입니다. 2022년 전 세계 발전량 8위를 기록했습니다. 선진국으로만 보면 미국, 일본, 캐나다 다음 4위입니다. 독일과 프랑스보다 많고, 영국에 비해서는 거의 두 배 가까이 됩니다. 덴마크 보다는 18배 많은 양입니다. 따라서 상대적 비중은 낮지만 9.2%라고 해도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절대량은 결코 미미한 수준은 아닙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태양광 발전은 의미 있는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2022년 한국의 태양광 발전량은 총발전량과 마찬가지로 세계 8위였습니다. 2022년 재생에너지 비중 42%를 기록한 스페인(33 TWh)보다 조금 적은 29 TWh를 기록했고, 이는 선진국 중에서는 세 번째로 태양광 발전을 많이 한 에너지 전환 선두 주자 중의 하나인 독일(59 TWh)의 절반 정도는 되는 수준입니다.

이러한 태양광 발전의 성장은 1년 중 전력 수요가 가장 높은 여름철에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물론 태양광 발전량이 가장 많은 계절은 봄철입니다. 여름에 일사량과 일조시간 조건이 좋아서 가장 많이 발전이 될 것 같지만, 여름에 일사량이 많으나 온도가 너무 높으면 태양광 셀의 발전효율이 저하되기 때문입니다. 태양광 셀의 발전효율은 25℃일 때 가장 좋고 25℃도에서 1℃씩 기온이 올라갈 때마다 효율이 0.5%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여름, 특히 8월엔 폭염이 기승을 부렸는데요. 봄철 보다는 떨어진다 하더라도 여름철 폭염 때 전력수요가 크게 치솟는 순간에 태양광 발전량은 많게는 전체 발전량의 20% 가까이를 책임져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8월 7일 12시-1시 전력 수요가 89GW 정도 되었는데 태양광 발전량이 18GW를 발전했습니다. 이렇게 태양광 발전이 많아져서 전력 수요 피크 시 수요를 깎아주면 전력거래소 입장에서는 그만큼 비싼 천연가스 발전소를 돌리지 않아도 되니까 돈도 절약하고,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습니다. 어려운 조건하에서도 성장한 태양광 발전이 아직 비중은 낮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Q)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의 전문가로서, 일반 시민 독자와 정책을 시행하는 정부 관계자, 입법을 하는 국회 관계자, 각종 활동의 주체인 산업계 관계자 등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원전 vs. 재생에너지 정쟁만 하다간 기후위기 대응 시간 다 지나”
A) 기후변화는 깨끗한 물, 맑은 공기, 울창한 숲 등 삶의 질의 개선을 중심에 두었던 전통적인 환경문제의 범주를 훨씬 더 넘어서는 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는 인류가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지구 조절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하며 인류와 지구상의 생명들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환경 위기이자, 식량 위기, 농업 위기, 물 부족 위기, 감염병 위기, 그리고 경제위기이기도 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폭우, 폭염, 가뭄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으로 인한 인명의 손실에 그치지 않습니다. 아래 다이어그램에서 보듯이 기후변화로 인한 다양한 기후 위험들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유발합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 무탄소 사회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빠르고 과감한 비용의 지출이 중장기적으로 더 악화된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피해 비용을 훨씬 더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기후위기 대응에 최우선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는 이러한 기후변화로 인한 다양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추산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과 기후변화의 피해에 있어서 발생하는 사회적 불평등과 부정의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조정해야 합니다.

또,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 부문에 대한 규제와 적극적인 개입 없이는 기후변화 대응은 불가능하며 글로벌 기후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에서 빠르고 과감한 변화 없이는 산업 경쟁력 유지도 어렵습니다. 오염자책임원칙에 입각하여 온실가스 배출에 비례하여 감축 책임과 적응 비용을 감당하도록 법을 개정하고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유한한 지구 생태계에서 채굴주의에 기반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특징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현재와 같은 상태로 유지되면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애초에 가능해 보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전력 소비의 경우 지난 정부에서 수립한 한국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2050년 총발전량 규모를 1,258 TWh로 늘어날 것으로 가정하고 있습니다. 이미 전 세계 8위 규모이고 독일도 넘어섰는데, 지금 보다 두 배 이상으로 더 늘어난다는 가정입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이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이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수송 부문의 경우도 우리나라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이미 2,500만대를 넘어섰습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는 2040년에 2,800만대까지 증가하고 2050년에 2,700만대 수준으로 소폭 감소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무한 성장과 확대를 기본값으로 가정한다면 에너지 수요 관리, 에너지 효율 향상,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교통수요 관리, 대중교통 확대, 전기차 전환을 한다 하더라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충분한 온실가스 배출 총량의 감소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따라서 기후위기 시대에 한국 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러한 논의는 소수 전문가들이 결정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닙니다. 기후위기에 더 취약한 계층과 기후위기의 가장 큰 당사자인 청년세대를 포함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논의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정부 관료와 소수 전문가 중심의 거버넌스에서 이미 정해진 방향에 대해 들러리 서는 성격의 거버넌스로는 새로운 미래를 구상할 수 없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원전 vs. 재생에너지 정쟁만 하다간 기후위기 대응 시간 다 지나”
[박상욱의 기후 1.5] 연재 4주년 기획, 〈녹색성장 15년, 탄소중립 선언 3년…전문가에게 묻다: 현실로 찾아온 기후위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릴레이 인터뷰는 조명래 단국대학교 석좌교수(18대 환경부 장관), 서정석 김앤장 ESG경영연구소 전문위원,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 이동근 서울대학교 교수(국회기후변화포럼 운영위원장),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성창모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특임교수(녹색기술센터 초대 소장),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센터장, 이선경 대신경제연구소 ESG리서치센터장, 조공장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국립기상과학원 초대 원장) 등 11명의 전문가와 함께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원전 vs. 재생에너지 정쟁만 하다간 기후위기 대응 시간 다 지나”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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