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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삽관 받다 숨진 영아…대법 "의료진 과실 증명 부족"

입력 2023-10-2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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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사진=JTBC〉

대법원.〈사진=JTBC〉

생후 37일 된 영아를 병원에서 잃은 부모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심리 미진'이라며 "더 따져보라"고 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1심에선 병원, 2심에선 유족의 손을 들어줬던 결과는 파기환송심을 토대로 다시 판단해야 하게 됐습니다.

오늘(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지난 12일 숨진 아기의 유족이 조선대학교 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가 일부승소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숨진 아기는 2016년 1월 7일 오후 11시쯤 기침 증세를 보여 조선대학교병원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의료진은 '급성 세기관지염'이라고 했습니다. 기도 안지름이 작은 영아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호흡기 질환으로, 주로 바이러스로 인해 기도가 붓고 염증반응으로 분비물이 쌓입니다.

다음날 호흡곤란으로 또 응급실을 찾은 아기는 온몸이 파랗고 맥박이 잘 짚이지 않았습니다. 의료진이 심장마사지와 기관삽관을 했습니다.

소아청소년집중치료실에서 회복과 악화를 반복하던 아기가 나흘째 밤엔 가래 끓는 소리를 냈습니다. 병동 간호사가 기관흡인을 했는데 산소포화도가 떨어졌습니다.

이후 앱부배깅(ambubagging·앰부백을 사용하여 산소공급을 하는 행위), 기관 내 삽관, 심폐소생술을 했다 기흉을 발견해 기흉 천자를 했지만, 아기는 같은 달 11일 끝내 숨졌습니다.

유족은 2016년 11월 의료진의 과실로 아이가 생명을 잃었다며 5억3000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법원은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 법원은 병원 측 과실이 있다고 인정해 2억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간호사가 기도에 삽관한 앰부백(수동식 인공호흡기) 튜브를 실수로 건드려 빠지게(발관) 했으며, 식도에 잘못 삽관한 튜브를 제때 기도로 옮기지 않아 아이가 숨졌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의료진의 과실이 실제로 있었는지, 있더라도 그것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는지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2심 법원은 숨질 때 아이의 배가 부풀어있었고 방사선검사 영상에서 위 속에 공기가 차 있는 것이 포착된 점을 근거로 발관이 실제로 있었다고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인공호흡 방식에 따라 공기가 위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고 의료진이 튜브를 충분히 고정한 만큼 발관을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또 "망아의 폐 상태 악화 등에 따른 기흉이 (사망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1심은 처음으로 사실을 인정하고 법령을 적용하며 항소심은 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을 심사합니다. 대법원은 '법률심'으로서 2심의 판단, 즉 결론과 그 논리적 전제에 대해 판단합니다.

이번 사안에서도 대법원은 여러 전제를 토대로 2심의 심리가 미진하다면서 "원심 판단에는 과실과 인과관계 증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2016년 11월 시작된 이 사건은 광주지법에서 2년 10개월, 광주고법에서 1년 3개월, 대법원 소부에서 2년 8개월 머물렀습니다. 지난 24일 사건을 돌려받은 광주고법은 다른 재판부에 배당해 네 번째 재판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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