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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지나도 기억해야 할 '소년들' 실화에 담은 마음(종합)

입력 2023-10-23 18:47 수정 2023-10-25 13:40

내달 1일 개봉하는 영화 '소년들' 언론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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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일 개봉하는 영화 '소년들' 언론시사회

24년 지나도 기억해야 할 '소년들' 실화에 담은 마음(종합)
기억해야 할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묵직한 마음을 고스란히 담았다.

23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개봉을 앞두고 언론시사회를 진행한 영화 '소년들(정지영 감독)'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999년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모티브로 한 실화극이자,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은 정지영 감독의 의미 있는 신작으로, 설경구 유준상 진경 허성태 염혜란 등 충무로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해 열연을 펼쳤다.

정지영 감독은 2007년 석궁 테러 사건 소재를 다룬 법정 실화극 '부러진 화살'(2012),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금융범죄 실화극 '블랙머니'에 이어 1999년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모티브로 한 실화극 '소년들'을 통해 '실화극 3부작'을 완성했다. 공개 된 영화는 이전 실화극들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기교 없이 뚝심 있는 연출을 보여주며 지금 이 시대에 왜 이 영화를 봐야 하는지, 전달하고자 하는지 보여준다.

정지영 감독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건이지만 보통 '이런 사건이 있었다'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지나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사건 만큼은 그렇게 지나가면 안 될 사건이라 생각했고 '거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다시 잘 들여다보자는 마음이 컸다. 보도를 통해 보면서 그저 '불쌍하다'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는지, 세 소년이 감옥을 가는데 무의식적으로 동조하지 않았는지 잘 들여다봐야 할 것 같았다"고 운을 뗐다.


사건을 완벽하게 복사 붙여 넣기 하는 것이 아닌, 극화를 시킨 것에 대해서도 "사실대로 갔다면 주인공인 황준철 반장(설경구)이라는 사람은 나올 수가 없었을 것이다. 실화에서는 재심 변호사와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풀어간다. 다만 이건 영화인 만큼 '한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게 맞다'고 판단해 다른 사건의 인물을 빌려와 영화에 입혔다. 물론 실화의 뼈대를 왜곡 시키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수사했던 김재원 전북지방경찰청장은 23년 만에 피의자로 누명을 섰던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해 주목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지영 감독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 사과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에서는 사과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월이 지난 후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을까 싶었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24년 지나도 기억해야 할 '소년들' 실화에 담은 마음(종합)

이번 영화에서 설경구는 우리슈퍼 강도치사사건의 재수사를 시작한 완주서 수사반장 황준철로 분해 작품과 사건 전반을 이끌었고, 유준상은 우리슈퍼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동네 소년들을 검거한 경찰대 출신의 엘리트 형사 최우성으로 긴장감과 분노를 넘나들게 만든다. 진경은 우리슈퍼 강도치사사건으로 사망한 피해자의 딸이자 유일한 목격자 윤미숙, 허성태는 황반장 후배 형사 박정규, 염혜란은 황반장의 아내 김경미로 굵직한 존재감을 전한다.


설경구는 "정지영 감독님과 사석에서 한 번 뵀는데, 그때 '같이 작품 한 번 하자'고 하셔서 영광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대본이 정말 일주일 만에 왔고, 당시 제목은 '고발'이었다"며 "캐릭터라 '공공의 적' 강철중과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그간 강철중이 떠오르는 역할은 여러 번 거절했는데, 황준철은 정리 된 강철중 같아 선택했다. 실제로는 사건과 무관한 캐릭터이지만, 그렇기에 '이 캐릭터를 통해 사건을 정확히 봐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유준상은 "최우성은 엄청난 악의 화신이거나 악의 축은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무서웠고, 이런 악인들이 우리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악행을 저지르는 걸 표현해 보고 싶었다"며 "'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을까' 인물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꾸짖음을 하기도 했지만, 연기를 할 땐 나름의 명분을 챙겨야 했다. 그래서 악의 축이 아닌 사람이 어떻게 변하게 되고, 악행을 악행이라 생각하지 않고 믿어 가는지 그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영화를 관람한 후 눈물을 펑펑 쏟기도 했다고. 유준상을 비롯해 허성태는 "눈이 부었다"며 머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악역 아닌 조력자로 뛰어다닌 허성태는 "정지영 감독님과 설경구 선배님이 열어주셔서 노는 기분으로 연기 했다. 특히 오늘 '재심' 변호사 님을 직접 뵈었는데 너무 유명하신 분이라 신기하더라. 그 분이 방송에서 말씀 해주신 덕분에 이 사건은 이미 알고 있었다"고 감사해 했다.

진경은 "본의 아니게 시행착오가 있었던 부분, 그걸 인정하고 바로 잡으려는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바람직한 인물이지 않았나 생각했다. 무엇보다 캐릭터 외적인 부분보다는 진심, 진실성을 들여다 보려고 노력했다"며 "희한하게 설경구 선배님과 작품에서 많이 만나고 있는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배우다. 존재 만으로 화면을 꽉 채우는 분이라 같이 작업하면서 또 많이 배웠고, 티키타카도 잘 맞아가는 시간들이 있었다"고 인사했다.

염혜란은 "저는 부끄럽게 이 사건을 제대로는 몰랐다. 가장 놀랐던 건 1999년 발생했다는 것이다. 제가 대학교를 졸업했을 때인데 그때가 우리나라가 나름 민주화 되고 억울한 일은 거의 없어진 시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곳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놀랍더라"며 "그래서 김경미라는 인물이 어떻게 보면 관객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그런 마음으로 연기했다. 그리고 요즘 '흥행 요정'으로 불릴는데 '소년들'도 흥행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해 웃음을 자아냈다.

여전히 어둡고, 어쩌면 더 어두워지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시대의 거울을 비추는 영화라는 창구를 통해 '소년들'이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그 진심의 효과가 눈 앞에 보일지 주목된다. 영화는 내달 1일 개봉한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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